[창간 25주년 기념인터뷰②] 김인국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언론, 결국 참말만 하면 된다"

(* 이전 기사 '수거 대상' 신부의 일갈 "'윤석열 파면' 선고가 귀에 들린다" 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오마이뉴스) 심규상 기자 = 김인국 신부(충북 음성 생극성당 주임)의 종교적 삶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 활동과 궤를 같이한다.

1974년 정의, 존엄, 인권, 민주, 평화, 통일을 가치로 출범한 사제단의 첫 일성은 유신헌법 철폐였다. 1970·1980년대는 군부독재 타도, 1980년대 말부터는 통일운동으로, 1990년대 들어서는 교회쇄신 운동으로 그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5·18 광주민주항쟁 때는 많은 사제들이 옥고를 치렀다. 2000년대에는 새만금 갯벌과 생명 평화 염원, '삼성 떡값'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 사건, 광우병 촛불 시위, 국정원 선거 개입 등 정의를 찾는 사람들 곁에 늘 함께했다.

각자도생은 망하는 길

그 중심에 늘 김 신부가 있었다. 그는 1991년 사제 서품을 받자마자 스스로 사제단을 찾아갔다. 7년간 사제단 총무(2006~2013)를 맡았다. 2015년부터는 대표직을 떠안았다.

김 신부는 19일 주임신부로 있는 충북 음성 생극성당 사제관에서 가진 <오마이뉴스> 창간 25주년 기념인터뷰에서 현 시국에서 종교가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가치와 덕목으로 '한살림' 정신을 꼽았다.

그는 "나 따로 너 따로 각자도생은 망하는 길임을 윤석열에게서 그렇게 당해가며 배워놓고 또 딴소리하면 안 된다"라며 "'나도 일하고 너도 일하고, 그래서 나도 잘 살고 너도 잘살되 올바로 잘 살고, 고르게 잘 사는 세상'을 종교가 꿈꾸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해법에 대해서도 "결국 종교만 정신 차리면 나라가 산다"고 답했다.

그는 새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을 묻자 "민주주의의 위엄과 효능을 보여주면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것도 안 하고 저것도 안 하고 그냥 눈치보다 결국 이 재앙이 벌어졌다. 큰 교훈을 얻었으니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보수 진영에서 지지를 얻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오죽했으면'이라고 하고 싶다"라며 "홍준표든 오세훈이든 그런 사람을 앞세워서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앞세워서 이루고 싶은 세상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살던 대로' 살 수 있어 그런 거 아니냐, 지지 이유가 고작 '살던 대로 살 수 있게' 뿐인데 그 사람들이 지지하는 후보군을 평할 가치가 있냐"고 일갈했다.

올해로 51주년을 맞는 사제단의 이후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시선을 밖에 두면서도 내면을 돌보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젊은 세대들을 양성하기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교회를 쇄신하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새 대통령, 민주주의의 위엄과 효능 보여주면 된다"

- 시국이 아주 어지럽습니다. 대통령이 혼란을 자초한 내란 시국에서 '종교'가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가치와 덕목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코로나 이후는 '리스타트'(re-start, 다시 시작)가 아니라 '리뉴'(re-new, 다시 새롭게)여야 한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 가톨릭교회는 그렇게 호소했습니다. 예언자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사람은 그렇게 말하고 다녔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생활 방식으로 돌아가는 순간 더 독하고 더 악한 코로나가 찾아올 것이라 하면 대개 고개를 끄덕였지요.

그런데 2022년 3월 10일 대선 결과로 대한민국의 '포스트 코로나'는 윤석열이었고, 그는 120년 전 '망국의 을사년'을 폭력적으로 재생시켰습니다. 그 결말이 12·3 내란사태입니다.

종교가 민주주의에 기여할 여지가 있을까? 굳이 종교가 해야 할 일이라면 '한살림' 정신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모든 생명이 한 뿌리에서 나온 하나의 생명이니 살림도 한살림이어야 함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 '한살림 정신'을 좀 더 설명해 주신다면요?

"상대가 잘 돼야 나도 잘되고, 그가 살아야 나도 사는 이치를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백기완 선생이 말한 노나메기, 소설가 김성동 작가가 말한 고루살이입니다. 저만 생각하는 각자위심, 나 따로 너 따로 각자도생은 망하는 길임을 윤석열에게서 그렇게 당해가며 배워놓고 또 딴소리를 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 더. 종교마다 구체적으로 바라고 꿈꾸는 세상을 제시해야 합니다. 주일에 미사,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세요. 원하는 세상이 무엇이냐고. 아마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할 겁니다. 그만큼 신앙이 있으나 없으나 꿈 없이 살고 있습니다. '나도 일하고 너도 일하고, 그래서 나도 잘 살고 너도 잘살되, 올바로 잘 살고 고르게 잘 사는 세상'을 종교가 꿈꾸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곧 대선이 진행됩니다. 새로 뽑힐 대통령에게 부여된 시대적 과제가 무엇일까요?

"새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위엄과 효능을 보여주면 됩니다. 누구처럼 점잔 빼고 그저 지지율 관리에 몰두하다가 '다시 출마할까요?' 하면 안 됩니다."

- 누구를 말하는 건가요?

"문재인 선생을 말하는 겁니다. 이것도 안 하고 저것도 안 하고 그냥 눈치만 보고 지지율에만 관심을 두고. 그래서 결국 이 재앙이 벌어졌는데 큰 교훈을 얻었으니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 새 대통령 후보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거론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 보수 인사 중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의 지지세가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한마디로 '오죽했으면'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오죽했으면 시대착오적이고 매국적이고 반민족적인 인물을 내세웠겠나 싶습니다."

- 거론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짧게 평한다면요?

"홍준표든 오세훈이든 그런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앞세워서 이루고 싶은 세상이 따로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 사람들을 앞세워야 '살던 대로' 살 수 있어 그런 것이지요. 지지 이유가 고작 '살던 대로 살 수 있게' 그것뿐인데, 그 사람들이 지지하는 후보군을 평할 가치가 있겠습니까?"

"매판·매국하며 우파라 주장... 해법은 결국 민주주의"

- 전 세계적으로 극우가 준동한 원인 그리고 한국 사회는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선 극우에 대한 정의부터 분명히 하고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기득권세력은 극우가 아닙니다. 극우는 극단적으로 민족을 우선하고 국가 이익을 우선하는 것인데 우리는 매판·매국하면서 우파라고 합니다.

거기에 맞는 약을 처방하기가 어렵습니다. 피부 두드러기를 예로 들면, 원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대개 '이 약 쓰면 낫는다' '이 정도 처방이면 낫더라'는 게 있습니다. 인류의 보편적인 상식이 응원봉을 든 시민들로부터 감동과 영감을 받지, 경광등을 들고 악다구니를 하는 사람들한테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지는 않습니다. 한쪽이 다른 쪽을 구원해야 하는데, 결국 민주주의에 답이 있다고 봅니다."

- 한국 사회가 당면한 위기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요?

"문제는 의심입니다. 나만 위하는 마음입니다. 모든 생명은 다 서로 연결돼 있고 네가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그런데 너 따로 나 따로, '내가 살려면 네가 죽어야 해' 하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이걸 해결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봅니다. 돼도 같이 돼야 잘 되는 거지 세상에 나만 잘 돼서, 내가 잘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앞서 한국의 본래 철학인 '한살림'을 얘기한 것입니다. 결국 종교만 정신 차리면 나라가 삽니다."

- 유튜브로 대표되는 언론 환경의 변화 속에서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이 '빛이 있어라' 하니까 빛이 생겼습니다. 창조의 열쇠가 다 말씀입니다. 하느님은 말씀으로 일을 하십니다. 하느님이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는데, 그럼 하느님이 세상을 구원하실 때는 무엇으로 할까요? 구원도 말씀으로 하십니다. 선하신 하느님이 말씀으로 일하면, 악한 쪽은 뭘 가지고 일을 할까요? 역시 말로 합니다, 똑같이.

그래서 윤 정부도 공중파를 장악하려 했습니다. 잘 안되니까 탈출구로 팟캐스트, 유튜브를 이용합니다. '여기에 말의 씨를 뿌리는 게 더 좋네!' 하는 겁니다. 그래서 참말과 빈말, 참말과 거짓말의 대결은 끝이 없는 것입니다. 결국 바른 언론은 열심히 참말만 하면 됩니다."

- 정의구현사제단이 올해 51주년이 됐습니다. 올해 계획은요?

"사제단의 당면 과제는 사제들을 키우는 일입니다. 그동안에는 시선을 바깥에 두는데 힘을 쏟았는데 앞으로는 시선을 밖에 두면서도 내면을 돌보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교회를 쇄신하는 일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창간 소식 듣고 '오 마이 갓' 떠올려...오마이뉴스는 모두를 복되게 하는 복음"

- 사제단 활동을 하면서 <오마이뉴스>와 함께한, 생각나는 일이 있다면요?

"<오마이뉴스>와 사제단이 동행한 일이 많았습니다. 사제단이 제기한 삼성 비자금 문제도 다른 언론사들이 다 두려워했는데 <오마이뉴스>가 열심히 보도해줬습니다. 또 기억나는 게 미군부대 평택 이전과 관련해 대추리 마을의 분교가 무너질 때 그때 저와 신부들이 학교 옥상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때도 <오마이뉴스>가 관련 이야기를 잘 보도했습니다."

- 2월 22일로 창간 25주년을 맞는 <오마이뉴스>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25년 전 <오마이뉴스>가 창간할 때 로마에 있었습니다. 로마에서 <오마이뉴스>라는 이름을 듣고 떠올린 것은 '오 마이 갓'이었습니다. '오 마이 갓'은 하느님의 능력을 체험할 때 하느님의 역사를 실감할 때 나오는 감탄사입니다.

뉴스로서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위로가 돼주고, 또 희망을 나누고, 매서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정문일침의 매가 되려고 하는 거구나 생각했습니다.그리고 25년 동안 <오마이뉴스>가 감당한 역할을 줄곧 지켜봤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모두를 복되게 하는 복음입니다.

신부들도 25년을 은경축이라고 해서 잔치를 합니다. 하지만 25년 동안 한결같기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앞에서 이끌어 오신 분들, 또 기사를 채워주신 시민기자와 독자들에게도 축하를 드립니다. 앞으로 25년도 잘 해내시리라고 믿습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