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결과, 전국적 교육 검열 논쟁에 크게 영향 미칠 듯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지난 2023년 주요 출판사 및 작가들이 플로리다주의 교육법이 헌법 제1조 수정안(표현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며 주 교육위원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정당하다”는 결론이 연방 지방법원에 의해 내려졌다.

지난 28일 미 연방 지방법원 카를로스 멘도자 판사는 플로리다주 교육위원회 위원들을 상대로 출판사와 작가들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하려는 주 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 소송에는 오렌지 카운티 및 볼루시아 카운티 교육위원회 위원들도 피고로 포함되어 있다.

2023년 8월 29일, 출판사 6곳, 작가 조합, 5명의 작가 및 2명의 학부모가 올랜도 연방 법원에 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2023년 제정된 교육법(HB 1069)의 특정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해당 법안은 “음란한” 또는 “성적 행위를 묘사하는” 도서의 접근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고들은 이 조항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플로리다주 변호인단은 도서관 도서 선정은 정부의 표현(government speech)이므로 수정헌법 제1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또한, 정부가 헌법적 권리 행사를 용이하게 하는 혜택을 철회하는 것이 제1조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멘도자 판사는 이를 기각하며, 해당 법안이 “도서관 사서의 재량권을 박탈하는 것”이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판결문에서 “현재 법원이 직면한 문제는 사서의 신중한 판단이 아닌, 어떤 부모의 이의 제기든 즉시 책이 삭제될 수 있는 체계다. 원고들은 도서관 사서들이 음란물이 아닌 책을 삭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문학적, 예술적, 정치적, 과학적 가치를 평가할 권한을 박탈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주 교육위원회 측은 또 다른 논거로, 학교 도서 제거 결정은 지역 교육위원회의 권한이며, 주 교육위원회는 단지 감독 역할만 수행하므로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판결은 소송의 본안 결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멘도자 판사는 오는 5월 21일 요약 판결(summary judgment) 요청에 대한 심리를 열 계획이다.

이번 소송에서는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의 <가장 푸른 눈(The Bluest Eye)>과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Love in the Time of Cholera)> 등의 도서가 도서관에서 제거된 사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두 작가는 모두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서, 이들의 작품이 도서관에서 퇴출된 것에 대해 원고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소송은 플로리다주 교육 정책과 표현의 자유 간의 충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향후 판결이 전국적인 교육 검열 논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