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음식을 함께 즐기는 영화관으로 널리 알려져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미국 전역에서 영화관 스크린 수와 관객이 감소하는 가운데, 플로리다 중부의 독립 영화관 엔지안 시어터(Enzian Theater)가 40주년을 맞았다. 이 영화관은 특별 상영 프로그램과 지역 관객들의 성원 속에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엔지안에서는 지난 2021년 3월 초 윤여정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미나리'를 상영했고, 2012년 12월 중순에는 올랜도 Y.K. Kim 태권도장 김영군 사범이 제작하고 주연한 '마이애미 코넥션'을 상연한 바 있다.

메이틀랜드에 위치한 엔지안 시어터는 최근 '카지노 로얄'을 테마로 한 제임스 본드 스타일의 갈라 행사와 기금 마련 이벤트를 열며 40주년을 기념했다. 이를 통해 소유주 필립 티에트케 부부는 1985년 필립의 누나 티나가 처음 이 개념을 구상했던 순간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필립은 "누나는 중앙플로리다에 독립 영화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승락을 받은 누나는 부지를 선정하고 건축가를 고용해 건물을 설계했다. 나는 엔지안의 사업 계획을 세웠다"라고 회고하고 "이 영화관은 언제나 우리 가족의 것이었다"라고 지역 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엔지안 시어터의 초기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영화 관람 중 주문할 수 있는 고급 요리였다. 이는 인근 식당 '조던스 그로브'를 운영하던 셰프 마크 로드리게스와의 협업 덕분이었다.

필립은 "(올랜도) 센티넬 신문에서도 냉동고조차 사용하지 않는 그의 요리를 칭찬하는 기사가 나왔다. 모든 재료가 신선해야 했죠"라고 회상하고 "이 '시네마 카페' 콘셉트는 지금까지도 엔지안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주방은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요리를 한다. 한 번에 200명이 몰려들어도"

사진2: 1992년 사진에는 엔지안 극장 소유주 필립 티드케(왼쪽)가 폴 뉴먼과 함께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엔지안 극장 제공)

'플로리다 필름 페스티벌'과 함께 성장

1992년 시작된 플로리다 필름 페스티벌(Florida Film Festival)은 엔지안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필립이 이 아이디어를 구상했을 당시, 영화제는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다.

또한, 15년 전 개장한 '에덴 바(Eden Bar)' 역시 엔지안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엔지안의 소유주들은 이 영화관이 특별 상영과 다양한 이벤트 덕분에 관객들의 발길을 꾸준히 끌어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그래밍 디렉터 매튜 커티스는 1996년부터 이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우리의 특별 상영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는데, 특히 35mm 필름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사라져가는 예술이다"이라고 자랑하고 "엔지안이 단 하나의 스크린으로 수십 년간 운영을 이어온 것은 작은 기적이 아니라 큰 기적이다"라고 말했다.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상영 시리즈로는 '할로윈 13편(13 Films of Halloween)', '팝콘 플릭스 인 더 파크(Popcorn Flicks in the Park)', 컬트 클래식(Cult Classics), '불편한 브런치(Uncomfortable Brunch)', '뮤직 먼데이즈(Music Mondays)' 등이 있다.

'세 번째 공간'으로서의 엔지안

필립의 부인인 시그리드는 엔지안이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는 '세 번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집과 직장이라면, 그 외에도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좋은 장소'가 필요한데, 엔지안은 진입 장벽이 낮고, 다양성과 안전성이 보장된 흥미로운 공간이다. 여기서 사람들은 만나고, 어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것이 엔지안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라고 자랑했다.

엔지안은 1년 360일 운영되며,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빠르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비영리 단체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지그리드는 덧붙였다.

그녀는 "우리는 매일, 하루에도 여러 번 관객들을 만난다. 청중과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엔지안의 가장 큰 강점이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