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활용해 행정 효율화 강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대학과 지방정부를 감사하고 불필요한 행정 기구를 폐지하기 위한 플로리다판 '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정부 효율성 부서)’를 신설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70개 이상의 주 정부 위원회와 위원회를 폐지하고 약 740개의 주 정부 일자리를 없앨 계획이다.

이 조치는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연방 차원의 DOGE 프로그램을 모델로 한 것이다. 머스크의 프로그램은 연방 정부의 부정·낭비를 없애기 위해 20만 명 이상의 연방 공무원을 해고하고 수조 달러 규모의 연방 보조금을 보류하는 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정부 운영을 간소화하고 불필요한 관료주의를 제거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교정국과 같이 인력이 필요한 기관에는 새로운 직원을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1년 후 자동으로 종료된다.

디샌티스는 플로리다 대학 시스템의 DOGE화는 납세자들이나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줄 것이라며 "일부 지방 정부도 DOGE 방식으로 개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지방 정부의 계약과 운영을 감사하고,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조항이 포함된 경우 이를 적발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AI가 이를 감지하고 경고하면, 우리는 이를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플로리다 대학 시스템의 운영과 지출, 부채 및 재정 관리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특정 과목과 프로그램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념적 색채가 강한 연구들은 솎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판 여론 확산…필수 프로그램 해체 우려

비판론자들은 플로리다판 DOGE가 행정 혼란을 초래하고 필수적인 공공 프로그램을 해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소속 애나 에스카마니(올랜도) 주 하원의원은 "공화당이 30년 가까이 플로리다를 통치해왔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행정 효율성을 문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머스크의 연방 프로그램이 초래한 혼란을 따라 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연방 차원의 DOGE 이미 다수의 소송에 직면해 있다. 이 프로그램이 연방 의회의 예산권을 침해하며, 이미 배정된 자금 지원을 무단으로 중단했다는 법적 문제가 제기됐다.

센트럴플로리다대학(UCF) 교수노조 대표인 탈랏 라만 교수는 "이미 세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보장하는 견제·균형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며 이번 정책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디샌티스가 DEI(다양성-공평성-포용성)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삼고 있다며 "DEI란 단순히 교육 환경을 모든 사람에게 개방적이고 포괄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스패닉 권익단체 'UNidosUS'의 플로리다 지부장 재러드 노드런드는 "주지사의 제안은 실질적인 정책이 아니라 전국적인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정명령 발동…각 주 기관에 'DOGE 팀' 구성 지시

디샌티스는 이날 행정명령을 발동해 주 정책예산국 내에 'DOGE 팀'을 신설하고, 각 주 정부 기관에도 자체적인 DOGE 팀을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이어 X(구 트위터)를 통해 "주 의회와 협력해 지방 정부에도 DOGE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입법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공화당 주도의 주 의회에서는 이미 플로리다판 DOGE와 유사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티파니 에스포지토(공화·델토나) 주 하원의원은 지난달 'FLOGE' 법안을 발의했으며, 대니 버지스(공화·제퍼힐스) 주 상원의원도 이에 대응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두 법안은 다음 주 개회하는 주 의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에스카마니 의원은 "입법 승인을 받지 못해도 디샌티스는 머스크처럼 정부 직원들을 압박할 수 있다"며 "공석을 채우지 않도록 지시하거나, 기관장들에게 해고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