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립학교 재학생이 신규 바우처 상당부분 차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플로리다 중부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한 곳인 윈터파크시의 세인트 마가렛 메리 가톨릭 학교는 초중고 교육에 연간 1만4000달러가 넘는 수업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 학교의 약 98%의 학생들은 작년에 약 8000달러에 달하는 납세자 지원 장학금(이하 바우처)으로 학비를 충당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3%만이 주 정부 재정 지원을 받은 것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

2년전 변경된 법에 따라 이전에는 저소득층 학생과 장애 학생에게만 제공되던 주정부 장학금(이하 바우처)은 이제 모든 학생에게 제공된다, 올해 주 전역의 사립 및 대부분 종교 학교로 유입되는 34억 달러 장학금은 사상 전례 없는 규모의 액수이다.

이같은 변화는 2023년 플로리다 법이 이미 전국 최대 규모인 장학금 제도(바우처 프로그램)를 어떻게 강화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척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바우처는 40년 전 보수적인 교육계의 화두로 등장한 이후 저소득층 가정이 '학교 선택권(스쿨 초이스)'을 가질 수 있는 방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들 가정은 학군에 속해있는 공립학교가 주 평가 기준으로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경우 바우처를 이용해 사립학교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3년 법안에서 소득 제한을 폐지하면서 이 제도는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즉 그동안 사립학교의 수업료를 지불할 여력이 있었던 가정들도 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 장학금의 대부분을 관리하는 비영리 단체인 '스탭 업 포 스튜던츠(Step Up For Students 이하 스탭 업)의 자료 기준으로 2023-24학년도에 바우처를 사용하기 시작한 학생은 12만2000명이 이상이다. 이중 거의 70%가 이미 사립학교에 재학 중이었고, 또 상당수는 플로리다에서 등록금이 높은 수준에 있는 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다음 사항들은 위의 내용을 분석한 것이다.

- 새법이 승인된 이후 바우처 사용은 67% 급증했다.

- 법 개정 후 첫 해에 바우처를 사용하는 학생 수가 최소 100명 이상 증가한 학교는 250여개이다. 위에서 예를 든 세인트 마가렛 메리 학교에서는 이러한 증가로 인해 연간 바우처 지원금이 6만5000달러에서 350만 달러로 늘어났다.

- 바우처의 상당 액수는 플로리다에서 등록금이 비싼 사립학교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며, 이들 학교 중 상당수는 과거에 바우처 학생을 거의 받지 않았다. 연 등록금이 1만 5000달러 이상이라고 밝힌 학교들은 작년에 3만명 이상의 바우처 학생을 추가했다.

- 바우처를 받는 사립학교 학생의 비율은 이번 학기에 70%를 넘어섰다. 10년 전에는 이 비율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 플로리다에서 바우처를 사용해 사립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은 총 35만2860명이다. 이는 전체 초중고 학생의 10%를 넘는 수치이다.

저소득층 학생 위한 바우처 프로그램의 비전 점점 사라져

1999년에 플로리다에서 바우처 프로그램이 도입됐을 때 본래의 비전은 저소득층 학생을 돕는 것이었으나 점차 사라졌다고 전했다. 첫해에는 부실 공립학교에 재학 중이던 57명의 학생들에게 혜택을 제공했고 이후 장애 학생을 위한 장학금이 추가됐다.

저소득층 가정들은 학비가 바우처 금액보다 더 높지 않은 사립학교에 등록했다. 일부 학교는 상점이나 사무실을 개조한 건물을 사용해 시설면에서 많이 부족했지만 학부모들은 종교 수업, 소규모 수업, 공립학교 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고난도 표준화 시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바우처를 신청했다.

프로그램 시행 초기에는 자녀가 공립학교에 재학 중인 가정만 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년 전 주정부는 이 요건을 삭제해 자녀가 공립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부모도 바우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주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소득 상한선을 상향 조정해 2022년까지 4인 가족 기준 연 소득이 약 11만2000달러 미만인 사람들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2022-2023 학년도에는 21만100명 이상이 바우처를 받았다. 그리고 소득 요건을 아예 없앤 2023년의 바우처 법(HB 1)의 통과로 플로리다는 가족 소득이나 기타 기준 등 어떠한 제한도 없는 '유니버설(보편적)' 선택권을 가진 13개 주 중 하나가 됐다.

이에 따라 2024-25년에 4인 가족의 연 소득이 약 12만5000달러 이상인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이 전체 주 장학금 수혜자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한때 4인 가족을 부양하는 데 5만8000달러 미만의 소득을 가진 빈곤층 가정의 학생이 바우처 프로그램의 수혜 대상이었지만 현재 이들 빈곤층은 전체의 44%에 불과하다.

오비도시의 세인트 루크 루터란 학교에서는 작년에 바우처를 사용하는 학생 수가 거의 두 배로 늘었고, 신규 장학금 수혜자 대부분이 이미 재학 중이었다. 바우처 확대가 승인된 후 이 학교는 학부모에게 연락하여 장학금 신청을 독려했고 거의 90%의 학생이 바우처로 연간 약 1만 1000달러의 학비를 충당하고 있다. 유치원부터 8학년까지 과정을 제공하는 이 학교는 작년에 총 420만 달러의 바우처 자금을 지원받았고, 현재 60명의 대기자 명단이 가득 차 있다.

플로리다의 총 3200여 개 사립학교 중 70% 이상이 작년에 바우처를 받았지만, 일부 학교들은 아직 바우처 프로그램을 외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랜도의 레이크 하이랜드 프렙스쿨과 트리니티 프렙스쿨, 잭슨빌의 볼레스 스쿨 등 플로리다에서 가장 유명한 몇몇 학교는 바우처를 수납하지 않았다. 고등교육 준비에 촛점을 맞추는 이들 학교의 등록금은 연간 3만 달러 이상이다.

비평가들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보조금일 뿐" 꼬집어

새 바우처 프로그램 비평가들은 주정부가 모든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적절치 않은 곳에 교육 자원을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민주당 소속의 켈리 스키드모어 주 하원의원은 “이것은 이미 혜택을 받고 있는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보조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스키드모어는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이동한 데 따른 공립학교의 위기, 수백만 달러의 세금이 사립학교에 유입되는 것을 우려하는 이들 중 하나이다.

스탭 업의 자료 기준으로 2023-24년 주 전체 신규 바우처 학생의 약 13%, 즉 1만 6000명 이상의 청소년이 이전에 공립학교에 다녔고 이중 17%는 유치원생이었다.

진보 성향의 단체인 플로리다 정책 연구소의 수석 정책 분석가인 노린 돌라드는 학교 에어컨을 계속 가동하거나 교장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등 일부 비용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 수가 줄어들어 학군의 비용이 감소할 경우 공립학교에 남아있는 학생들의 교육의 질을 위협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돌라드는 정부가 부유한 부모에게 면세 선물을 나눠 주고 사립학교 등록금에 사용했던 돈을 휴가와 같은 재량 비용으로 전환 할 수 있도록하고 있다며 “학부모를 탓할 생각은 없지만 납세자의 세금을 잘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새 프로그램을 추진한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학교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신 낫다는 신조를 유지하고 있다. 10일 주지사는 1200명 이상의 바우처 학생이 등록한 잭슨빌의 트리니티 크리스천 아카데미에서 플로리다의 스쿨 초이스를 '혁명'이라고 언급했다. 주 정부 행정가들 역시 공립학교 등록률이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 법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1월 29일 플로리다의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각 주가 연방 교육 기금을 초중고 장학금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요구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