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오늘 아침 내 눈에 들어온 기사의 제목이다.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이런 사고가 교리를 만들어냈고, 인간의 지혜를 과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으로 말하면 내가 너무 비합리적일 수 있고, 무조건적인 믿음 신봉자가 될 수도 있는 위험한 판단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제까지 지나온 신앙의 과정을 돌아보면 철학 없이 신학 없다는 사고는 부질없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철학도 필요 없고, 신학도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학문으로 정립될 필요도 없고, 그 과정에서 신학은 반드시 인간의 지혜를 수단으로 삼아 하나님의 지혜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의 지혜보다 더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함이 사람의 강함보다 더 강합니다."

나는 이 말씀의 의미를 배워왔다. 나는 목사가 된 이후 책을 많이 읽었다. 도서관에서 더 이상 안 읽은 그리스도교 서적을 찾을 수 없어, 늘 신간이 들어올 때마다 그것을 빌려야 했다. 그리스도교 서적 이외에도 불교 서적이나 유대교 관련 서적은 물론 철학이나 사회학이나 미래학 책들도 열심히 읽었다. 그런 것들이 내 신앙에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을 지난 후에 나는 다시 무식한 사람이 되었다. 시를 쓰는 사람의 말처럼 그런 내용들이 내 피 속에 용해되어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런 내용들에 대한 내 기대와 신뢰는 사라졌다. 그리고 위의 말씀처럼 하나님의 어리석음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 때에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이 일을 지혜 있고 똑똑한 사람들에게는 감추시고, 어린아이들에게는 드러내어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

오늘날 그리스도교 신앙은 지혜 있고 똑똑한 사람들을 지향한다. 그래서 평신도들의 신학과정이 생겨났고, 그런 과정을 마친 사람들을 나는 여럿 만나 보기도 했다. 내 경험 안의 이야기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정의를 먼저 구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들의 앎과 지식이 그들을 교만하게 하여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심판하는 자들이 되었고, 자신들의 실천에 도취되어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들은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지혜 있고 똑똑한 사람이 되어 어린아이들에게 드러날 수 있는 하나님의 어리석음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런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를 알지만 소유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은 가난을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드릴 수는 더더욱 없다.
그런 사람들은 약함을 이해하지만 약해질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의 평화를 이해할 수 있지만 힘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은 복음을 이해하지만 복음대로 살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은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들과 같아질 수는 없다.
무엇보다 그런 사람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자신들의 행복과 연결시킬 수밖에 없다.

그들의 배움과 앎은 지식이 되어 그들을 교만하게 만들고 자아가 부푼 그들은 결과적으로 바리새파 사람들의 길을 따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상향의 길로 만들고 하나님 나라 안에 계층과 불평등을 만들고 조장하게 된다.

나는 이런 지적을 할 때마다 나 스스로를 돌아본다. 누구보다 내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은 사람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나를 낮추시고 낮추셨지만 나는 언제든 그것을 뒤집고 다시 위로 올라가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부가 주는 쾌락과 안락함과 성취감을 마다하기가 인간에게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성공하기 전에, 부를 소유하기 전에 인간은 선제적으로 그것들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오직 성령의 도움으로만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오래도록 가난과 무력함 속에 나를 머물게 하신 주님의 사랑에 감사한다. 그것은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은총임은 물론 내가 복음에 대해 눈을 뜰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도구가 되었다.

"가난하게 해주십시오!" 이것이 내 기도였고, 나는 기도의 응답을 받아 가난해졌다. 나는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매사에 그 어느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지난 이십 수 년 간의 기간은 길지 않은 인생에서 짧은 시간이 아니었고, 나는 나를 가난하게 해주신 주님께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나와 같은 경우가 되면 가족이 해체되고, 나는 노숙자가 되어야 함에도 주님은 나를 집에서 잘 수 있게 해주셨고, 내게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주심으로 나를 미신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주셨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내가 미신적으로 믿고 광적으로 하나님을 믿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모르지 않는다. 가장의 책임을 방기하고 돈 벌기를 포기하고, 아내와 딸이 벌어오는 것으로 연명하는 기생충처럼 보이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나는 이런 나를 보호하시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는 삶을 배웠다. 나는 나 자신은 물론 아내와 두 딸, 그리고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님께 의탁했다. 나 스스로 살기 위한 노력을 포기했다. 이런 삶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믿었고, 그분이 나의 아빠, 아버지이심을 믿었다. 그리고 나는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어린아이"가 되었다.

그렇게 내 눈은 복음을 볼 수 있게 되었고, 하나님의 경륜은 물론 모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곧이곧대로 믿고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라는 말씀을 내 삶의 모토로 삼게 되었고, 오래 전에 목사가 되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철학을 알면 복음을 아는 데 도움이 된다. 신학을 아는 것도 무익하지 않다. 하지만 철학과 신학 모두 어린아이가 되는 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가난을 외치는 예언자가 되었고, 무력함을 주장하는 하나님의 어리석음을 따르는 사람이 되었다.

한 마디로 나는 우리 시대의 이단아가 되었다. 독불장군이 되었다. 그러나 이 또한 과정이다. 어린아이를 불러 사용하시는 이는 아빠 아버지이신 하나님이시다. 그래서 나는 내 속의 모든 생각과 욕망을 모두 버리고 비운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함이다.

암울한 시대다. 그래서 나는 내 몸을 불 태워 작은 등불이 되기 위해 주님의 부르심을 기다린다. 김민기의 "그날"이 내 마음의 노래다.

오늘이 그날일까.
그날이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