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게이트 포로젝트로 맞대응... 유럽 규제완화 '만지작'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새로운 AI 모델을 출시하며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미국 중심의 AI 개발 구조를 뒤집으며, 유럽이 어떤 정책적 대응을 할지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딥시크의 AI 모델 출시는 기존의 통념을 깨는 사건이다. 지금까지 AI 개발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초고성능 반도체가 필수적이어서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등 미국 대기업들이 독점하는 분야로 여겨졌다.

그러나 딥시크는 V3와 R1이라는 두 개의 AI 모델을 공개하며 이러한 상식을 뒤집었다. 이들 모델은 오픈AI(OpenAI)와 메타의 최신 AI 시스템에 필적하면서도 개발 및 운영 비용이 현저히 낮다. 모델 훈련에 투입된 총비용은 약 600만 달러(약 80억 원)로 추산되며, 운영 비용은 서구 경쟁업체 대비 20~50배 저렴하다.

딥시크-V3를 탑재한 AI 챗봇은 1월 27일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애플리케이션이 됐다. 또한 R1 모델은 수학, 과학, 프로그래밍 등 고급 추론 기능을 갖추고 있어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딥시크가 개발한 독창적인 훈련 방식이 있다. 딥시크는 1월 22일 발표한 논문에서 다단계 훈련, 순수 강화학습, 자체 진화(self-evolution)를 결합한 방법론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R1과 이 모델에서 파생된 6개의 경량화된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이 모델을 자유롭게 수정•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협력적 혁신을 촉진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폐쇄적인 접근 방식을 고수하는 오픈AI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미국, 5000억 달러 규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착수

딥시크의 등장은 미국의 AI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5000억 달러(약 665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를 민간 주도의 혁신 촉진 사업으로 소개하며, 규제 완화, AI 인프라 개선, 전력 소비 문제 해결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AI 모델을 훈련하고 배포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데, 이에 따라 전력망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AI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9월 5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체결된 'AI 및 인권, 민주주의, 법치에 관한 유럽평의회 협약' 협상에 적극 참여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국제 AI 거버넌스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AI 개발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딥시크의 부상은 미국의 이러한 전략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딥시크의 개발 비용이 예상보다 낮다는 점, 그리고 이 회사가 활용한 컴퓨팅 자원의 출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미국 정부의 AI 정책 방향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유럽연합, AI 격차를 좁힐 수 있을까?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AI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유럽연합은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보고서에서 AI를 유럽의 혁신과 생산성 격차를 해소하고 제조업을 재활성화할 기회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1월 28일 '경쟁력 나침반(Competitiveness Compass)'을 발표하고 AI 개발 주도 의지를 밝혔다.

이 계획에는 2024~2027년 기간 동안 AI 연구•개발(R&D)에 최대 40억 유로(약 5조7000억 원)를 투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주요 내용은 ▲ AI 스타트업과 기업에 슈퍼컴퓨팅 자원 제공(AI 팩토리 프로젝트) ▲ 산업 및 공공 부문 AI 활용 촉진(Apply AI 전략) ▲ AI 연구 역량 강화(유럽 AI 연구위원회 신설) 등이다.

그러나 이 전략이 유럽의 AI 규제법(AI Act)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논란이 되고 있다. AI Act는 AI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규제 단순화 과정에서 법 조항과 표준화 지침이 약화될 경우, 본래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AI가 유럽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려면, EU는 AI Act를 단순한 상징적 규제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법률로 유지해야 한다. 기술력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AI의 사회적 영향이다. 민주주의, 법치, 고용, 기본권 보호 등 유럽의 핵심 가치가 지켜지는 것이 AI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