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정책에 혼란... '범죄 경력자 먼저 추방' 안 지켜져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주 법집행당국이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세올라 및 오렌지 카운티에서 두 명의 범죄 외국인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한 명은 베네수엘라 범죄 조직 '트렌 데 아라과'의 일원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플로리다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단속 작전의 구체적인 내용은 베일에 싸여 있어, 정확히 몇 명이 체포됐는지, 범죄 이력이 있는 이민자들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불법 체류자 전반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1월 29일 샌포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급습 작전을 벌였으나, ICE 측은 체포된 인물이나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대부분의 법집행기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법 이민자 체포 소식을 전하며, 이들의 범죄 이력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지역 경찰도 예전처럼 불법 체류자가 체포될 경우 연방 당국에 이를 통보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비범죄 이민자들도 단속 대상이 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에서는 한 교사가 체포되었으나 불법 체류자는 아니었다.

에디베르토 로만 플로리다 국제대학교(FAU) 이민 및 시민권 이니셔티브 디렉터는 "이들은 주로 범죄를 저지른 불법 체류자를 겨냥하고 있지만, 단속이 그에 한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 문제"라면서 정보 부족으로 특히 히스패닉 커뮤니티 내에서 불안과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딸을 학교에서 데리러 가는 길에, 딸이 같은 반 친구가 흡연을 하다가 체포돼 추방당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ICE, 플로리다 전역에서 체포 작전 확대

ICE의 마이애미 집행 및 추방 작전 사무소는 플로리다 전역에서 거의 매일 단속 작전을 펼치고 있으며, 범죄 기록이 있는 불법 체류자 체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1월 28일에는 올랜도 사무소가 갱단과 연관된 혐의를 받는 쿠바 출신 남성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 남성은 오렌지 카운티에서 절도 혐의로 이전에 체포된 이력이 있다.

또한 ICE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거주지인 팜비치 카운티를 포함해 스튜어트에서 27명의 '범죄 불법 이민자'를 체포했으며, 잭슨빌, 탬파, 플로리다 팬핸들 지역에서도 단속을 벌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 플로리다의 지역 법집행기관들은 연방의 대규모 단속 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범죄 혐의로 체포된 불법 체류자를 ICE에 넘기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역 경찰과 보안관들이 이민 단속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어, 앞으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존 미나 오렌지 카운티 보안관은 "이민 단속은 연방정부의 역할"이라며, 지역 경찰이 이민 단속을 우선시할 경우, 피해자나 목격자들이 신고를 꺼리게 되어 지역사회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세미놀 카운티 보안관실도 "이민 신분만을 이유로 특정인을 단속하는 연방 또는 주 단속 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범죄 혐의로 체포된 불법 체류자를 ICE에 인계하는 기존 방침은 유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 DUI(음주운전), 교통법 위반, 방화 등의 혐의로 체포된 13명이 이민 당국에 넘겨졌다.

레이크 카운티 보안관실도 올해 들어 마약 소지, 무면허 운전 등의 혐의로 체포된 8명을 이민 당국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운티 보안관실은 "무작위로 이민자 마을을 급습해 불법 체류자를 색출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범죄자부터 먼저 추방" 약속 어겨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당시 "범죄자부터 먼저 추방하겠다"고 밝혀, 많은 이민자들이 당분간은 안전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NBC 뉴스가 1월 26일 ICE 단속 정보를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날 체포된 1179명의 이민자 중 거의 절반이 범죄 이력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은 "불법 입국한 사람은 모두 범죄자"라며,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법 이민자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마이애미의 한 남성은 CBS 뉴스에 아내가 1월 26일 ICE 단속 중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미국에 수년간 거주했으며, 이미 이민 법원 출석 일정이 잡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한 교사가 정기적인 이민 절차를 밟던 중 체포되어 온두라스로 추방되었다고 NBC 마이애미가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은 특히 우려가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시적 보호 신분(TPS) 제도를 폐지해,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했던 60만 명의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중 8만 명이 중앙 플로리다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9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