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미국내 어떤 주보다 강력한 법안"... 불법 이민자 사형제 의무화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13일 불법 이민자를 겨냥한 두 건의 강력한 이민 단속 법안에 서명했다. 그는 이를 "미국 내 어떤 주보다도 강력한 불법 이민 방지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은 플로리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식별 및 추방 정책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 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들은 불법 이민자의 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지역 경찰이 연방 이민 당국과 협력해 체포자 정보를 공유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주 정부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자 추방 작전에 협력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번 조치에는 총 3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며, 이는 연방 이민 단속 협력 경찰관에 대한 보너스 지급, 이민자 수용 시설 운영 비용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불법 이민자 대상 신규 범죄 신설

플로리다는 불법 이민자가 주 내로 들어오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는 새로운 주법을 도입한다.

이 법에 따라 18세 이상이며 미국 입국 시 국경 심사를 회피하거나 검문을 피한 불법 이민자가 플로리다에 입국하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이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소 9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민권 단체와 민주당 의원들은 이 조치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불법 이민자까지 체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인종 프로파일링(특정 인종이나 출신을 근거로 한 차별적 수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플로리다주 피넬러스 카운티의 보브 구알티에리 보안관은 지역 경찰이 ICE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법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불법 이민자가 저지른 모든 경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운전면허 없이 운전하거나,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마약을 제공하는 행위 등도 기존보다 강한 처벌을 받게 된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사형제 의무화

이 법안은 또 불법 이민자가 살인이나 아동 성범죄와 같은 사형 선고가 가능한 범죄를 저지를 경우, 반드시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배심원단의 재량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헌법 위반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대법원은 1970년대에 배심원이 개별 사건을 고려해 형량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의무적 사형 선고 조항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공화당 측은 이 조항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가 사형 선고가 가능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연방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배심원이 정상참작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플로리다 법안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새 법안은 플로리다의 지역 경찰과 교도소 당국이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면 반드시 ICE에 신고하고, 용의자의 사진 및 지문 정보를 공유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플로리다의 모든 보안관과 교정 담당자는 오는 4월 1일까지 연방 이민 프로그램인 '287g'에 가입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교도관이 ICE 요원처럼 불법 이민자의 신원 조사 및 수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제도다.

기존 법에 따라 플로리다 경찰은 ICE가 특정 개인에 대해 체포 요청을 할 경우 최대 48시간 동안 해당 인물을 구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법안은 불법 이민자를 더 오랜 기간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보안관들은 지역 경찰이 적극적으로 이민 단속을 하는 것이 지역 사회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디샌티스와 공화당 의원들은 이러한 조치가 불법 이민자의 플로리다 유입을 막는 데 필요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불법 이민자 자녀 학비 혜택 폐지... 이민자 이송 권한 제한

새 법안은 불법 이민자 신분의 학생들이 플로리다 내 공립대학에서 거주자 학비(저렴한 주내 등록금)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던 기존 정책을 폐지했다.

민주당과 일부 마이애미 지역 공화당 의원들은 기존 학생들에게 최소 4년간 유예 기간을 부여하자는 수정안을 제안했지만, 공화당 다수에 의해 부결됐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불법 이민자 학생들은 거주자 학비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기존 재학생들도 등록금 지원 자격을 재평가 받아야 한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그동안 불법 이민자를 플로리다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으며, 2022년에는 텍사스에서 마서스 비니어드와 캘리포니아로 이민자를 공수하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새 법안에 따라 주지사는 이제 ICE의 승인 없이 이민자를 다른 지역으로 이송할 수 없다. 모든 이송 작업은 연방 정부의 직접적인 감독과 비용 보전이 전제되어야 한다.

공화당은 이러한 변화가 기존 정책의 확장이며, ICE가 요청할 경우 플로리다가 합법적으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들은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헌법 소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디샌티스 주지사는 법안 서명 직후 "우리는 불법 이민을 강력히 단속할 것"이라며 시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