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후 이민자 체포 급증… 추방 대비해 자녀 법적 보호자 찾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마이애미 홈스테드에서 이민자 가정을 돕는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는 노라 산디고는 최근 수백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불법 체류 신분으로 미국에 머무는 이민자 부모들이 자신이 추방될 경우를 대비해 자녀들의 법적 보호자로 서명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지난 몇 주 동안 산디고는 최소 15가정을 방문해 부모들이 작성한 서류에 서명했다. 이 서류를 통해 산디고는 부모가 추방될 경우 자녀들이 학교, 병원, 법원에서 필요한 결정을 대신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부모와의 재회를 위해 아이들의 여행을 지원할 권한도 부여받는다.

그녀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운전하는 것도 무섭고, 길에서 체포될까 봐 불안해한다"라면서 "부모들이 직접 나를 찾아오는 대신 내가 그들의 집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취임 후 체포 급증... 성당도 줄고 홈디포도 '한산'

백악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월 20일 이후 8000명 이상의 불법 체류 이민자가 체포됐다. 1월 23일부터 31일까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하루 평균 787명을 체포했으며,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하루 평균 311명이 체포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홈스테드는 멕시코와 중미 출신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곳의 농장과 과수원에서 일하는 이민자들은 최근 식료품점 방문을 피하고 이웃에게 장을 대신 봐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평소 노동자들이 모여 일거리를 찾던 홈디포앞도 한산해졌다. 일부는 심지어 일요일 성당 미사 참석도 중단했다.

홈스테드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엘리사울 벨라스코는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는다. 오더라도 이민 단속반이 다녀갔는지 먼저 묻는다"라면서 "모든 것이 마비됐다. 매출이 60%나 줄었다"라고 울상을 지었다.

마이애미 지역에서 20년 넘게 한인들을 상대로 식품점을 운영해온 김 아무개씨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라고 현재 상황을 전하고 "아마 다른 비즈니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며 경기 악화를 우려했다,

"자녀가 보호시설로 보내질까 두렵다"

산디고는 오랫동안 이민자 부모들에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고 조언해 왔다. 이제 그녀는 부모들이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대신 직접 그들의 집을 찾아가고 있다.

최근 산디고는 네 가정을 방문해 20명 이상의 자녀와 관련된 서류를 받았다. 이들 중 일부는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가진 아이들이었다. 부모들이 작성한 서류는 자녀의 양육권을 완전히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부재할 경우 산디고가 필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위임장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법적 보호자를 정해두지 않으면, 자신이 추방될 경우 아이들이 미국의 보호시설로 보내지고 결국 입양될 것을 걱정한다.

36세의 과테말라인 줄리아는 남편이 건설 현장으로 가던 중 단속에 걸려 며칠 전 구금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자신을 줄리아라고만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산디고가 그녀의 집을 방문했을 때, 줄리아는 몇 분 동안 문을 열지 않았다. 집 안에서는 몇 명이 뒷문으로 급히 빠져나갔다.

"저예요, 노라. 전화하셨죠?" 산디고가 말했다. 그제야 줄리아는 문을 조금 열고 바깥을 확인한 후 안으로 안내했다. 그녀는 8년 전 첫 번째 남편이 추방된 후 두 자녀와 함께 미국에 남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두렵다. 삶이 너무 슬프다." 줄리아는 울먹이며 말했다. 그녀는 딸의 출생증명서를 제시했고, 공증인은 18세가 된 아들은 보호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서류에 서명하며 "내 아이들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내 곁에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한 가정에서는 36세 멕시코 출신 어머니 알베르티나가 두 달 된 아기를 품에 안고 산디고를 맞았다. 그녀는 자신이 추방될 경우 6명의 자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길에서 체포되면 어떻게 하죠? 내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베르티나는 두 딸(15세, 17세)이 미국에 남기를 원하지만, 나머지 네 명은 멕시코로 보내달라고 산디고에게 부탁했다.

어린이 2000명의 법적 보호자가 된 이웃

산디고는 자신이 돕는 이민자 가족들에게 깊은 공감을 느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녀는 16세에 니카라과를 떠나야 했다. 산디니스타 정부가 가족의 농장을 몰수하면서 부모와 헤어졌고, 이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15년 전부터 그녀는 추방된 부모들의 자녀 보호자가 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2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그녀의 보호를 받았으며, 일부는 이제 성인이 되었다.

산디고는 "그들을 보면 나 자신이 떠오른다. 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돕고 싶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