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도 잘 견디는 금속 지붕 인기 끌 듯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붕 재료인 아스팔트 싱글(Asphalt Shingle)이 강한 바람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수백만 가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플로리다 보험 규제청(FOIR)의 마이클 야워스키 청장은 7일 열린 주 상원 은행•보험 위원회에서 "설치한 지 10년 된 아스팔트 싱글 지붕은 시속 100마일(약 161km)의 바람을 견디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보험업계가 지원하는 건축 연구 단체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보험 및 주택 안전 연구소(IBHS)' 법률 자문 마이클 뉴먼은 지역 미디어에 "10년 된 아스팔트 싱글 지붕은 시속 60마일 바람에 12분의 1 확률로 손상되고, 시속 90마일에서는 25%의 확률로, 시속 100마일에서는 거의 100% 확률로 피해를 입는다"라고 말했다.

45년 견딘다는 싱글, 22년 만에 교체

지난 20년간 플로리다에 영향을 준 14개의 허리케인 중 12개가 카테고리 2 이상에 해당하는 강풍을 동반했다.

야워스키 청장은 지난해 보험 관련 회의에서 "아스팔트 싱글 지붕을 더 이상 플로리다에서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아스팔트 싱글은 플로리다 가구의 약 3분의 2가 채택한 가장 저렴한 지붕 재료로 알려져 있다. 반면, 대안으로 거론되는 세라믹 타일이나 금속 지붕은 아스팔트 싱글보다 비용이 2~3배 비싸다.

아스팔트 싱글 지붕의 실제 내구성이 마케팅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화당 소속 블레이즈 잉고글리아 주 상원의원은 "판매원이 '이 지붕은 40년을 간다'고 말하는 걸 소비자들이 무시하도록 알릴 방법이 있을까?"라며 "플로리다에서 40년짜리 싱글 지붕은 사실상 40년을 버티지 못한다는 점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77세의 샌디 몰렌다는 경찰로 45년간 근무한 뒤 은퇴한 후, 서부 팜비치 카운티에 있는 집의 지붕을 '45년 지속 가능'하다는 아스팔트 싱글로 교체했다고 한다. 하지만 22년 후 보험사로부터 "3개월 내 지붕을 교체하지 않으면 갱신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붕 기준 강화 예상… 화재에도 강한 금속 지붕

플로리다 주 의회는 2023년 지붕 재료의 내구성을 조사하는 연구를 의뢰했으며, 지난해 6월 해당 연구가 완료됐다. 야워스키 청장은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줄일 수 있는 항목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신규 지붕 설치 시 아스팔트 싱글과 금속 지붕 사이에 보험료 할인 차이가 없지만, 앞으로는 금속 지붕이 더 큰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플로리다 비상관리국(FDEM)의 케빈 거스리(Kevin Guthrie) 국장은 금속 지붕이 허리케인뿐만 아니라 화재에도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2년 플로리다 팬핸들 지역에서 발생한 치폴라 복합 화재(Chipola Complex fires)를 예로 들며 "아스팔트 싱글 지붕을 가진 집들은 불길에 휩싸였지만, 금속 지붕을 가진 집들은 화재 확산이 늦어졌다"라고 말했다.

"금속 지붕을 사용한 집은 화재가 퍼지는 시간을 10~30분 정도 늦출 수 있었고, 이는 소방관들에게 중요한 대응 시간을 벌어줬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