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의회 학비 감면 폐지 경우, 학업 중단 속출할 듯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주에서 11년간 시행된 불법 이민자 대학생들의 주내 학비 감면 혜택이 폐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천 명의 '드리머' 학생들은 학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플로리다 의회가 2014년 도입된 드리머 학비 감면 정책을 폐지하려 하고 있다. 드리머 정책은 주 내 고등학교를 졸업한 불법 체류 대학생들에게 플로리다 주민과 동일한 학비를 적용하도록 했다.

가령 연간 6300달러(약 840만 원)를 내고 있는 한 UCF 학생은 학비 감면이 폐지될 경우 연간 2만2000달러(약 2900만 원)로 4배 가까이 더 내야 한다.

공화당, 학비 감면 폐지 강력 추진

이 같은 변화는 미국 전역에서 불법 이민자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면서 나타났다. 과거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드리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지지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플로리다 공화당은 학비 감면 혜택이 불법 이민을 부추긴다고 주장하며 이를 폐지하려 한다. 공화당 랜디 파인 주 상원의원은 "불법 이민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며 폐지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러한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애나 에스카마니 주 하원의원은 "이 학생들은 이미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주 정부가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학비 감면 폐지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플로리다 공화당원 67%가 감면 폐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만5천 학생들에 영향…주립대 수입 감소 우려

현재 플로리다에서 학비 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불법 체류 대학생은 약 6500명이다. 센트럴 플로리다 지역에는 발렌시아 대학(1935명), UCF(310명), 세미놀 주립대(43명), 레이크섬터 주립대(54명), 데이토나 주립대(59명) 등에서 많은 학생들이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남부 플로리다에서는 플로리다 국제대(535명), 마이애미 데이드 대학(573명), 팜비치 주립대(384명), 브로워드 대학(360명) 등에서 상당수가 감면을 이용 중이다.

플로리다 정책연구소는 학비 감면이 폐지되면 많은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다른 주나 나라로 떠나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대학들이 수백만 달러의 수입을 잃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23-24학년도 동안 학비 감면을 받은 학생들이 지불한 총 학비는 2670만 달러(약 357억 원)에 달했다. 연구소는 "대부분의 불법 체류 가정이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학비가 세 배 이상 오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에 갈 수 없게 된다"라고 경고했다.

학생들 "미래가 불안하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드리머' 학생들에게 이번 학비 감면 폐지는 특히 큰 충격이다.
마이애미 데이드 대학에 다니는 레이디 아마도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지금이 가장 무서운 시기"라고 말했다.

세미놀주립대에서 기술학을 공부하는 에디스(가명)는 학비 감면이 폐지되면 학업을 계속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감면이 유지될 경우 네 과목 수업료가 1000달러지만, 폐지되면 4000달러로 오른다.

에디스는 자신의 부모가 22년 전 자신을 데리고 미국에 왔으며, 여전히 불법 체류 신분이라고 말했다. 그녀와 두 명의 동생은 미국 시민권을 가졌지만, 부모가 갑자기 체포될까 봐 가족들은 항상 위치 공유 앱을 통해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조경업에서 일하며 학비를 마련하는 세미놀 주립대 학생 에르난(가명)도 "지금도 힘든데 학비 감면이 폐지되면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소개한 UCF의 학생도 멕시코로 돌아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멕시코 대학 학비가 훨씬 저렴하지만, 스페인어로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어렵다"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