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아는 페친의 창에 올라온 박충구님의 글을 읽었다. 그는 모든 기독교 신앙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독교 신앙 중에서 하나인, 지극히 상대적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기독교 전통을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1) 세상에 적대적인 종교: 내 종교만 옳고 다른 모든 것은 틀렸다는 생각을 가지는 편협한 신앙을 생명처럼 여긴다.
2) 세상과 짝하는 종교: 종교를 이용해서 복 받고 승승장구하며, 돈과 권력과 건강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는 종교다.
3) 세상을 변혁하는 종교: 세상은 미완성, 모자라는 상태에 있기 때문에 기독교 복음으로 변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앙을 가르치는 종교다.
4) 세상을 초월하는 종교: 내 종교는 세상의 세속성과는 다르게 매우 거룩하기 때문에, 세상을 영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종교다.
5) 세상과 모순관계에 있는 종교: 세상이 가르치는 것과 종교가 품고 있는 가치는 서로 달라서 끝없는 갈등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가르치는 종교다.

여기서 말하는 세상에는 세 가지 요소가 반드시 포함된다. 돈과 권력과 자기만족이다.//

나는 어느 전통에 속한 기독교일까를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이 글을 쓴 박충구님이라면 1)과 5)로 분류할 것 같다. 나는 세상의 가치관과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이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반대임을 늘 피력하고 있고,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을 절대적으로 신봉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분이 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비이성적이고 비지성적일까. 아마도 그분의 지적이 맞을 것이다. 나는 비이성적이고 비지성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비이성적이고 비지성적인 것이 믿음의 본질은 아닐까. 그분이 말하는 이성과 지성으로 스스로 자신의 좌표를 판단하는 것이 오히려 기독교 신앙을 호도하는 것은 아닐까. 결과적으로 스스로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분과 맞장 토론을 벌일 자신은 없다. 나는 무식하고 단순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내게도 적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무식과 단순함이야말로 신앙함의 근본이 아닐까를 묻고 싶다.

그분의 말대로 “이런 여러 가지 신학 전통 속에서 지금 나의 신앙생활이 어떤 자리, 어느 좌표에 서 있는지 목사가 모르면, 그 목사는 신학 훈련을 받지 못한 무지한 평신도와 하등 다름이 없다”는 것이 내 모습일 수도 있다.

물론 나는 그분이 말하는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나는 내가 아는 것이나 주장하는 것에 절대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나는 누구도 자신의 신앙에 절대성을 부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크시고 내가 아무리 하나님을 믿어도 하나님과 같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믿는 하나님이 절대적임을 믿는 것은 신앙의 근본이고 신앙함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믿음은 무의미하거나 진정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

나는 얼마 전 쓴 글에서 그리스도교 안에 극우와 보수나 진보의 구분은 있을 수 없고 그것은 하나님과 맘몬을 겸하여 섬기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에서만 가능한 분류일 따름이라고 썼다.

“하나님이냐, 돈이냐?”

성서는 인간을 두 부류로 구분한다. 하나님을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과 돈(재물)을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이 그것이다.(하지만 현실에서는 세 부류로 파악된다)

여기서 인간의 정체성은 노예다. 인간은 하나님의 종이거나 돈의 종 가운데 하나다. 나는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이 사실, 즉 근본적으로 인간이 종(노예)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인간이 종이라는 사실은 신학과 상충된다. 물론 인간이 자신이 파악한 하나님을 신학으로 정리하거나 집대성하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최소한 그 일이 종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래서 목사인 나는 “신학 훈련을 받지 못한 무지한 평신도”들과 하등 다름이 없어지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래야 내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음은 물론 하나님 나라의 평등을 허무는 반역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리스도교 신앙은 하나님이냐, 돈이냐의 선택에서 하나님을 선택한 사람의 삶의 방식이다. 둘 모두를 주인으로 선택할 수는 없다. 그리고 오늘날 그리스도교에는 이처럼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1) 하나님을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
2) 돈을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이들은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없지만 실제로는 이런 사람들이 판을 치고 있다)
3) 하나님과 돈을 겸하여 섬기는 사람

유대•그리스도교 전통 안에는 항상 이런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어왔다. 그리고 신학은 2)와 3)에 속한 사람들에게 가능한 학문이었다는 것이 나의 그리스도교 전통 이해다.

하나님 나라는 작은 자들의 나라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신학을 하는 사람들은 신학 때문에 작아질 수 없는 사람들이다. 신학자들은 “하나님의 어리석음”에 동참할 수 없다. 성서는 이 사실을 분명하게 밝힌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의 지혜보다 더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함이 사람의 강함보다 더 강합니다. …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어리석은 것들을 택하셨으며,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에서 비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을 택하셨으니 곧 잘났다고 하는 것들을 없애시려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택하셨습니다. 이리하여 아무도 하나님 앞에서는 자랑하지 못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박충구님은 글에서 “예수는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하셨지만, 대형 교회 목사나 권력 종교 집단의 구성원은 자기를 버리거나 포기할 수가 없어서 예수를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거기에 신학자들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박사’라는 자의식이야말로 세상의 그 어떤 것(소유나 업적이나 인기와 명성과 같은)보다 자기를 부인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엄연히 존재하는 복음 없는 목사, 복음 없는 교회는 신학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돈의 노예들이거나 하나님과 돈을 겸하여 섬기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그리스도교 전통이란 전적으로 무의미하다.

“주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