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 전 정보사령관 대전고 동기 여근식씨 "소식 듣고 한달간 너무 힘들어"

(서울=오마이뉴스) 장재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으로 12.3 비상계엄에 깊게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노상원의 대전고 동기 여근식(63)씨를 만나 동문으로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는지 들어봤다.

지난 22일 대전 대덕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여씨는 노 전 사령관을 '용래'라고 불렀다. 노 전 사령관은 소령 때 본명 노용래에서 노상원으로 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과 2년 전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여씨는 그를 말수가 적고 공부를 잘한 친구로 기억하고 있었다. 노 전 사령관이 2018년 육군정보학교장 시절 교육생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불명예 전역한 것을 이번 계엄 사태를 통해 알게 됐다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12.3 계엄에 노 전 사령관이 주요 역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고, 한편으로 수치스러운 감정을 느껴 거의 한 달 동안 홧병을 앓기까지 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한 개인의 범죄로 봐야지 대전고 동문 집단과 연결지어서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자신을 포함한 일부 동문들은 '같은 동문으로서 정말 창피하고 부끄럽다'는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하나회 출신 강창희 등 동문들을 거론하며 "또다시 쿠데타의 주역이 대전고 출신이라는 것은 오욕"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해 젊은층의 참여 문화를 보며 놀라우면서 반가웠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과 역사를 왜곡하는 가짜뉴스를 처벌하는 역사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음은 여씨와의 일문일답이다.

동기·친구의 내란 참여 소식에... "한 달간 홧병"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남북경협 전문회사로 주식회사 한라에서 백두까지 대표를 맡고 있는 1962년생 여근식이다. 대전고 60회 졸업생으로 1981년 2월에 졸업했다."

- 12.3 비상계엄에 핵심 역할을 담당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대전고 출신인 것을 알고 있었나?

"노상원은 저와 동기다. 60회 친구기도 하다. 원래 이름은 노용래다. 육사에 수석으로 들어갈 만큼 공부도 잘했고, 말수가 적었다. 충남 서천 출신으로 아는데, 처음에 고향이 경북 문경으로 언론에 나오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고교 졸업 이후 연락을 했었나?

"대령 때부터는 가끔 통화를 하던 사이다. 서로 안부도 묻고, 서천에서 한번 보자고 하거나 서울에서 술 한잔 하자고 인사 나누곤 했었다."

- 마지막 연락은 언제쯤이었나.

" 2년 전쯤이다. 사령관에서 예편했다고 들었는데, 불명예 예편한지는 몰랐다. 이번 사건으로 알게 돼 깜짝 놀랐다."

- 동기이자 친구가 12.3 계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깜짝 놀랐다. 얼핏 OB(예비역)라인 얘기가 나올 때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진짜로 그 이름이 나와서 놀랐다. 친구로서 수치라고 생각한다. 절대 친구라고 해서 두둔할 생각은 없다. 정말 '그 친구가 괴물이 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친구였는데, 어떻게 저런 괴물이 됐을까 하는 참담한 생각이 들었다. 그 소식을 듣고 제가 홧병이 나서 거의 한 달간 고생했다. 마음과 몸이 많이 아팠다. 지금은 조금 회복됐다.

그 친구가 불명예 제대했으니, 연금도 안 나오고, 경제적으로도 많이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과 그래서 주술 같은 것에 빠졌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불명예를 얻었기 때문에 계엄 같은 걸 통해 한번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범죄다. 대전고 동문 집단이 다 그런 사람이 아니고 내란에 동조하지도 않는다. 사회적으로 훌륭한 일을 한 사람이 동문이면 자랑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내란의 중요 가담자라고 하니 동문이자 더욱이 친구라는 입장에서 수치스럽고 미안하기 짝이 없다."

"충청 소외론 말하면서 뭉치는 문화 있어"

- 혹시 모교 동기·동문과 노상원 전 사령관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나? 뭐라고 하나?

"솔직히 말하면, 우리 동기·동문들은 대부분 보수다. 7대 3 정도로 보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다 보니 부끄러워서 그런지 이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나랑 좀 통하는 친구들과는 '부끄럽다'는 말은 주고받았다. 어떤 후배는 '형님, 정말 창피해 죽겠어요'라고 하더라.

또 대전고 동문 중에는 강창희(대전고 44회)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전두환이 일으킨 12.12 군사쿠데타의 주역 '하나회'였다. 또 박준병(대전고 31회, 5.18민주화운동 중에 진압군으로 투입된 20사단을 지휘해 항쟁을 무참히 짓밟은 전과가 있다)도 동문이다. 창피한 얘기다. 또다시 이런 쿠데타의 주역이 대전고 출신이라는 것은 오욕(汚辱)이라고 할 수 있다."

- 노 전 사령관을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사랑하는 친구 용래(상원)야, 씻을 수 없는 대과를 지은 부분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석고대죄의 마음으로 벌을 달게 받겠다'고 법정에서 얘기하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 윤석열 대통령은 부친의 고향이 충청임을 강조하고, 정진석 비서실장과 박종준 경호처장은 공주 출신이다. 노상원·문상호·곽종근 등 전직 사령관 3인방은 대전 지역 고교를 나왔다. 왜 충청 지역 인사들이 이번 내란에 많이 참여했다고 생각하나?

"결국 윤석열이 이 인맥 저 인맥 동원해 자기 마음대로 국정을 한 것 아닌가. 그러다 보니 정진석을 비롯한 충청도 인맥이 중심이 됐을 거다. 육사 내에서도 고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뭉쳐서 끈끈한 인맥을 맺었을거고.

충청도 사람들은 역사적으로는 김종필 때부터 충청도 인맥을 만들었다. 충청도 소외론을 내세우면서 공무원이나 군인, 정치인, 이런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뭉쳤고, 결국 지역감정을 내세운 정당까지 만들어 한동안 성과를 냈다. 이런 감정을 바탕으로 고향 사람들끼리 서로 뭉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대전에 부는 변화의 바람... "젊은층 모습, 가슴 벅차"

- 주변에서 내란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접한 적이 있나.

"노년층과 젊은 남성들이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유튜브를 보면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상'이 굳어지는 것 같다.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기관이나 시민사회에서 민주시민교육과 올바른 역사교육이 실행돼야 한다고 본다. 가령, 군 정훈장교를 민간인 공모를 통해 선발해 군대 내 민주시민교육을 잘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떠오른다."

- 대전에서도 탄핵 촉구 집회가 계속 열리고 있다. 집회에 참여하면서 특별히 느낀점이 있다면?

"서울 광화문이나 대전 은하수네거리에 가끔 나가보는데, 가보니 젊은 여성들이 정말 많더라. 그들은 집회에 '놀러 왔다'고 서슴없이 말하더라. 친구들과 같이 있으니까 밤도 새울 수 있다더라. 시위 문화가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모습이 무척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예전 같이 조직을 만들고 인위적으로 하는 게 없다. 콘서트에 온 사람들 같았다. 그들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 끝으로 비상계엄으로 훼손된 민주주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분명한 메시지를 사회에 줘야 한다. 불법이 어떻게 단죄하는지 역사에 남겨야 한다. 엄벌을 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윤석열 같은 사람들이 또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반성하고 투철한 자세로 정치와 선거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역사를 왜곡하는 발언이나 언행을 반드시 단죄하도록 특별법도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