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교라는 자는 급진 좌파 강경파, 트럼프 증오자” 맹렬 비판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의 성공회 주교가 취임식 기도회에서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이주 노동자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직접 호소한 것에 대해 22일 사과를 요구했다.

여성인 성공회 마리안 버드 주교는 "여러분은 사랑의 신의 섭리적인 손길을 느꼈다. 우리 하나님의 이름으로,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 나라의 국민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실 것을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부데 목사는 트럼프가 암살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신의 섭리라고 믿고 있는 성직자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기도회 이끈 마리안 주교에 '극좌파 트럼프 증오자' 비난

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예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룻밤에 지난 후에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 올린 게시물에서 마리안 주교를 "소위 주교"(so-called, 주교라는 작자)라고 부르며 “극좌파 강경파 트럼프 증오자”라고 날카롭게 비난했다.

트럼프는 “그녀는 매우 불쾌한 방식으로 자신의 교회를 정치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그녀는 말투가 불쾌했고, 설득력도 없고, 똑똑하지도 않았다"라고 폄하하고, 버드가 일부 이민자들이 미국에 와서 사람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매우 지루하고 영감을 주지 않는 (기도회) 서비스였다. 그녀는 자기 일을 잘 못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하고 ”그녀와 그녀의 교회는 대중에게 사과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마리안 주교가 이 같은 요청을 한 직접적인 배경은 트럼프 행정부가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축소하고 이민 정책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에 따른 것이다.

이날 워싱턴 국립 대성당의 예배는 주로 국가적 단결에 초점을 맞추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통령인 밴스와 그 가족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장관 지명자인 피트 헤그세스도 참석했다.

버드는 설교에서 “사람과 국가로서의 단결을 위해 기도하기 위해 모였다”라면서 “합의, 정치적 합의 또는 기타 합의가 아니라, 다양성과 분열을 넘어 공동체를 육성하는 그런 종류의 단결을 위해 기도하기 위해 모였다”라고 역설하고 “단결은 당파적이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복음주의자들은 예배에 참여했지만 예배 순서에서 제외됐다.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전통을 포함한 12명 이상의 종교 지도자들이 종교 간 예배에서 연설했다. 특히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 중 하나인 보수 복음주의자들은 연설자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복음주의 지지자들 가운데 참석한 사람들은 트럼프의 오랜 지지자이자 댈러스 퍼스트 침례교회의 목사인 로버트 제프리스,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텔레비전 설교자이자 핵심적인 영적 조언자였던 폴라 화이트 케인, 그리고 20일 취임식에서 열정적인 축복을 전한 디트로이트 180 교회의 목사인 로렌조 스웰이다.

트럼프 행정부 아닌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기도회

워싱턴 국립 대성당은 양대 정당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10번의 공식 취임 기도식을 주최했다. 이 전통은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취임식 예배는 이전 예배와는 달리 새 행정부보다는 국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성공회 대성당 랜디 홀러리스 주교는 "우리는 우리 나라 역사상 독특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다르게 접근해야 할 때"라면서 "이 예배는 모든 미국인, 우리 나라의 안녕,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예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본문과 찬송은 불쌍히 여김과 함께 함을 주제로 한 것으로, 신명기 10장 17-21절의 말씀, 즉 고아와 과부와 궁핍한 자를 돌보라는 말씀이 포함되어 있다.

취임식 설교는 종종 새 행정부와 연계된 목사들이 맡아 왔다. 지난 2021년 진보적 시민권 운동 지도자인 윌리엄 바버 목사는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설교했다.

올해 설교를 맡은 버드는 다른 대성당 지도자들과 함께 트럼프를 비판해 왔는데, 특히 그의 '인종 차별적 발언들'을 비난했다. 그는 또한 지난 2021년 1월 6일 폭도들이 트럼프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무리가 트럼프의 권력 유지를 위해 미 국회 의사당을 공격했을 때 폭력 선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버드는 지난 2020년 트럼프가 백악관 근처의 세인트 존 성공회 교회 앞에서 연설을 한 후 분노를 표출했었다.

22일 트럼프를 향한 그녀의 설교는 소셜 미디어에서 활발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기 작가인 오스틴 아이브레이는 소셜미디어 X에 "주교가 트럼프와 밴스에게 진실을 말한 것"이라면서 "그들의 분노와 불편한 표정은 그녀가 제대로 짚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반면 로버트 제프리스 침례교회 목사는 X에 "(버드가) 우리 위대한 대통령을 격려하기보다는 모욕했다”라고 비판하고 "청중들은 그녀의 말에 명백한 혐오감을 느꼈다"라고 썼다.

'트럼프를 위한 음악'... 감사 인사에 버드 추기경은 제외

2일 기도회 행사에서 트럼프에게 딱 맞을 것 같은 한 부분은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불렀던 오페라 가수 크리스토퍼 맥키오를 포함시킨 것이었다.

테너는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아베 마리아’를 불렀는데, 맥키오가 트럼프 집회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불렀던 곡이기도 하다.

기도회가 시작되기 전에 맥키오는 '주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How Great Thou Art)와 트럼프가 좋아하는 또 다른 곡인 레너드 코헨의 '할렐루야'를 불렀다.

기도회가 끝나갈 무렵, 트럼프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아메리카 더 뷰티풀’을 불렀다.
트럼프는 그에게 인사하는 많은 성직자들에게 감사를 표했으나, 버드 추기경은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