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임기 첫날 기자 문답에서 북한과의 대화 의지 피력

(서울) 안홍기 기자 =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 개발은 적대정책의 결과라고 지적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정은을 '나쁜 의도를 가진 강인한 사람'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수십 개의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중 북한과 관련해선 다음과 같은 문답이 있었다.

기자 : "4년 전에는 버락 오바마가 당신에게 국가에 대한 최고의 위협은 북한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조 바이든은 국가에 대한 최고의 위협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말해줬는가."

트럼프 대통령 : "아니오. 아니오."

기자 : 왜?

트럼프 대통령 : "현재 그것(국가에 대한 위협)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정말로, 우리에게는 (국가에 대한 위협이) 많고, 북한은 좋은 쪽으로 판명됐다. 나는 그(김정은)를 매우 친절하게 대했다. 그는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를 좋아했다. 우리는 매우 잘 지냈다.

그들(오바마, 바이든)은 그(북한)를 엄청난 위협으로 여겼다. 지금, 그(김정은)는 '핵 세력(nuclear power)' 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지낸다. 그가 돌아오는 걸 보면 나는 기뻐할 것이다. 그에겐 엄청난 콘도미니엄 역량이 있다. 그에겐 많은 해안선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열린 '사령관 무도회'에서도 김 위원장을 언급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주둔한 한 파견대와 위성 통화를 하면서 "김정은은 잘 지내요?"라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나쁜 의도'와 '강인함(tough cookie)'을 가진 사람이라 묘사했지만, 은둔의 독재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nuclear power'라고 지칭했는데, 이는 핵 보유국을 지칭하기도 한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핵 보유국을 말할 때는 'nuclear-weapon State'를 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답변은 북한에 적대적인 정책을 편 결과 북한이 핵을 갖게 됐다면서 오바마·바이든 정부를 비판하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으므로, 엄밀한 의미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콘도미니엄과 북한의 해안선을 언급했는데, 이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처음 만났을 때 한 말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해변은 정말 아름답다. 거기에 콘도를 짓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핵과 미국의 투자개발을 교환하는 구상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는 북한의 핵 개발이 미국의 적대 정책으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하는 동시에, 김정은을 향해 대화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