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에서 10시간 40분 동안 조사, 진술 거부... 변호인단 "불법 체포" 주장 되풀이

(서울=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반격했다.

15일 오후 9시 40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 조사가 마무리된 직후,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체포적부심사는 법원에서 체포의 정당성을 판단받는 절차다. 이는 이날 오후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번복한 것이다.

공수처 조사 마친 윤 대통령, 서울구치소로

윤석열 대통령은 공수처 조사를 마치고 구금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호송됐다. 이곳에서 밤을 보낼 예정이다. 구속영장은 체포 시점부터 48시간 내에 청구할 수 있는데, 공수처는 이르면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파란만장한 하루를 보냈다. 그는 새벽부터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공수처와 경찰이 꾸린 공조수사본부가 1•2•3차 저지선을 차례로 뚫고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대통령경호처는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 때와는 달리 공조본의 체포 작전을 막지 않았다. 물리적 충돌은 사실상 없었다.

그는 7시간에 걸친 체포 작전 끝에 오전 10시 33분 체포돼 약 20분 만에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3층 338호 영상녹화조사실로 압송됐다. 대통령이 되기 전 검사로서 평생 피의자를 조사했던 그가 피의자로 전락한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그가 조사했던 그 어떤 피의자보다 무거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 지도부와의 면담이나 티타임 없이, 바로 조사가 진행됐다. ①11:00~13:30 오전 조사(이재승 차장) ②14:00~17:50 오후 조사(이대환 수사3부장검사) ③19:00~21:40 저녁 조사(차정현 수사4부장검사)가 차례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점심으로 도시락을 받았고, 저녁은 된장찌개였다.

조사에는 윤갑근 변호사가 입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쪽은 20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바탕으로 "대통령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조사를 진행했지만, 윤 대통령은 진술을 거부했다.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의자 윤석열은 진술을 거부했다'는 문구가 계속 쌓였다. 윤 대통령은 영상 녹화도 거부했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돼 구치소에 구금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윤 대통령이 서울구치소 내 어느 공간에서 밤을 보낼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구치소 내에서 경호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대통령경호처는 교정당국과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2017년 3월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12.01㎡(약 3평) 크기의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지냈다. 그는 구속 당시 전직 대통령 신분이었기 때문에 구치소 내 경호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 체포적부심사 청구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오후 9시 47분께 취재진에게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석동현 변호사는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관련기사 : 계속 '출석'이라더니…윤 대통령 측 '체포' 인정, 왜? https://omn.kr/2bvme)

변호인단은 "수사권 없는 공수처는 관할권 없는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불법 체포영장으로 2025. 1. 15. 대통령 관저에 불법 침입하여 기어이 대통령에 대한 체포를 감행했다"면서 기존 말을 되풀이했다.

이들은 "이는 법치주의를 형해화하는 불법에 불법을 거듭한 헌정질서 문란이고, 이에 가담한 자들이 벌인 내란 행위에 해당함을 분명히 밝히고, 이 사건 체포영장 집행과정에서 일어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관련자를 추적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