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부 애매한 지침으로 혼란 초래, 자기검열 유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최근 주요 미디어들은 플로리다주가 학교 도서 검열에서 미국 전체에서 선두주자라는 기사를 내 보냈다. 놀랍게도 플로리다는 미국내에서 실제 검열률 1위이다. 이에 반해 SAT 점수는 47위이다.

문학 및 인권 옹호 비영리 단체 <펜 아메리카>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주정부가 검열한 700권의 책에 더하여 4000여 권의 책이 학교 서가에서 제거되었다.

비판여론이 일자 플로리다 주 교육 당국자들은 이같은 조치를 무시해 달라고 말하고 있다.

주 교육부 대변인은 “극좌 운동가들이 플로리다 주민들에게 도서 금지와 관련한 속임수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이 활동가들이 왜 아이들에게 음란물을 노출하기 위해 계속 싸우고 있는 지 질문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강변했다.

플로리다 주정부의 도서 금지 사안과 관련하여 한걸음 더 들어가 보기로 하자.

첫째, 정말 도서 금지 속임수는 없는 것일까? 주정부의 금지도서 목록에는 주디 블룸(Judy Blume), 딘 쿤츠(Dean Koontz), 플래니 오코너(Flannery O'Connor)와 같은 저자의 수백 권의 책이 문제 도서로 지적되어 있다. 우선 주정부는 본보기로 금지도서 목록을 발표해 교사들을 위축시켰다.

둘째, 신고가 접수되어 서가에서 뽑혀 화제가 된 책들을 살펴보면 어떤 ‘기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그림책이 포함된다. 뉴욕 동물원에서 고아 병아리를 입양한 수컷 펭귄 두 마리의 실화 이야기와 만화 속 맨몸을 드러낸 채 거리를 활보하는 장난꾸러기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안 돼, 데이비드!'(No, David)라는 책이 있다. 이같은 책들이 '성적으로 노골적'이란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정부는 “플로리다는 책을 금지하지 않는다”라면서 지역 교육구에 '부적절한 책’을 제거하라고 지시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교사와 사서에게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어떤 책이 괜찮은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물론 일부 책은 학교에 있어서는 안 되는 책도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이 읽기에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책의 구체적이고 방어 가능한 ‘부적절한’ 책들의 목록이 있다면 이를 공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혼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주정부는 검열한 700권 외에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도서 목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특정 도서가 괜찮은지에 대한 교사들의 질문에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은 공화당 주도의 주 의회가 모호한 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을 하는 이유는 단 두 가지뿐이다. 명확한 법을 통과시키기에는 너무 무능해서이거나 혼란을 일으키려는 시도이다.

비판자들은 후자(혼란)가 처음부터 목표였다고 말한다.

교사들에게 ‘부적절한’ 책을 모두 치우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한 다음, 그 책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직업을 유지하고 싶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는 뻔하다. 주정부는 교사들의 자기검열을 유도하고 있다.

교사들은 처음에는 혼란이 목표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에 관한 부모의 권리' 법을 위반할까봐 알아서 몇몇 책들을 제거하기도 했다. 일부 교사가 주정부에 질문을 했으나 주정부가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지역 교육구에 대한 애매하고 포괄적인 지침을 내려 법률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책략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정부 고위 관계자의 다음 발언을 들어보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국가가 부적절한 책을 검열하지 않는 학교 관계자에게 처벌을 위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또한 어떤 책이 부적절한지 그 관계자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알아서 기라는 얘기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모든 게 의도된 일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