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어제 한 목사님을 만났다. 그분은 지금까지 내 글을 읽는 오래된 내 글의 독자다. 사실 나는 내가 목사 안수를 받은 교단의 목사들과는 대부분 교제를 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아예 친구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학적인 지식이 나의 관점과 일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분은 내가 쓰는 글에 공감한다는 말을 했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관점은 하나님 나라다. 나는 늘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복음과 세상을 바라본다. 이런 내 관점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가끔 나타난다. 그중에는 내가 쳐다볼 수도 없는 유명한 분들도 있다. 그것은 내가 지니고 있는 하나님 나라의 속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나님 나라는 모두가 평등한 평화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간단한 하나님 나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은 세상에 없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가 세상과 다를 뿐만 아니라 대척점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평등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알짬이다.

그러나 태어나자마자 경쟁 속으로 던져지는 인간은 유아시기부터 다른 것, 다시 말해 불평등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게 되고, 다른 사람을 능가하는 자신의 존재를 즐기기 시작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존재가 된다. 이것이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가장 현저한 특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고 무시할 수 있을 때 인간은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은 일반인을 개나 돼지로 여기게 된다.

노예제도를 생각해보라. 어떻게 인간이 다른 인간을 짐승처럼 부릴 수 있는가?

그러나 인류역사를 보라. 인류의 역사는 노예들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노예는 인간에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라. 그것이 옳은가를. 물론 그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의 자녀들이 노예가 되기를 바라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야말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노예로 부리는 것이 옳지 않음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라는 선택을 받은 이스라엘은 오랜 기간 광야에 머물러야 했다. 그들은 열흘이면 지나갈 수 있는 광야에서 40년을 살았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길을 몰라서도 아니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될 이스라엘은 평등이라는 하나님 나라의 특성을 내면화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똑같은 것을 먹고 마시는 훈련을 40년이나 한 것이다. 평등은 형제애의 가장 자연스러운 발로다. 사랑하면 다름이 용납되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가 노예들의 역사가 된 것은 형제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왜 오늘날 그리스도교가 불평등을 질서로 여기게 되었는가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교회에서 간증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내용들을 살펴보라. 그것은 내용이 무엇이든 성공의 이야기다. 그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이 복음대로 살지 않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는 것, 환대할 수 없는 이를 환대하는 것ㅡ이러한 '불가능성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종교'라는 개념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강남순, <데리다와의 데이트>, p.377)

나는 데리다가 말하는 “불가능성에 대한 열정”이 곧 신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가능성에 도전하는 이는 성공할 수 없다.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실패는 예정된 결과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바운더리를 정해놓고 그것만을 반복하려는 이들은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성에의 도전이 아니라 성공할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자신에게 가능한 것만을 취사선택하는 것으로 위선이라는 결과가 예정되어 있다. 다시 말해 간증이란 위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그들이 아무리 하나님을 언급해도 하나님은 뒷방 노인이나 나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램프의 요정에 지나지 않는다.

데리다는 용서와 사랑과 환대를 불가능성으로 언급했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의 결과로서의 평등을 강조하고 싶다. 용서와 사랑과 환대는 모두 이 평등을 향해 가는 도구다. 용서와 사랑과 환대에 도전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 평등이라는 사실을 하나님 백성들은 명심해야 한다. 평등은 그리스도인들의 불가능성에의 도전의 진위를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러나 오늘날 그리스도교에서는 그런 불가능성에의 도전을 도외시하게 된다. 그 이유를 데리다는 이렇게 밝힌다.

"종교가 제도화될 때, 그 종교는 진리/신에 '확실성'과 '정형성'을 그 토대로 삼게 된다. 다양한 예전과 교리, 그리고 제도적 조직화를 통해서 '고착될 수 없는 것'을 고착하게 되고, 확실할 수 없는 것'을 정형화함으로써 제도적 종교는 유지되고 재생산된다. 인간의 유한한 인식능력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을 '파악 가능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종교는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하고 왜곡하게 되는 것이다. 유한자인 인간이 무한자인 신을 어떻게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 '절대화의 덫'에 빠지자마자, 종교의 근원적 왜곡이 시작된다."(위의 책 p.385)

데리다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교가 제도화되었기 때문에 오늘날 그리스도교에서는 더 이상 불가능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작동하지도 않는다. 확실한 것과 정형이 존재하는데 불가능을 언급하는 것은 다만 믿음 없음을 상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단들을 만나 대화를 해보라. 그들은 하나님을 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하나님을 알고 있는가.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그들의 교리 안에서 정형화된 하나님이다. 그분은 하나님이 아니라 그들만의 부족신이다.

“그러므로 예수께서도 자기의 피로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습니다. 그러하므로 우리도 진영 밖으로 나가 그에게로 나아가서, 그가 겪으신 치욕을 짊어집시다.”

나는 예수님께서 성문 밖으로 나가셔야 했던 이유가 유대교가 제도적 종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분은 그래서 제도적 종교를 파하고 새로운 종교를 제시하셨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교였는데 그리스도교 역시 제도화되고 말았다. 제도적 종교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파악하고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을 만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나를 제도권 밖으로 인도하신 주님을 찬양한다. 내가 겪는 모든 외로움은 진리를 향한 몸부림이 되었고, 다른 이들이 이런 내 말을 아전인수라고 지적할지라도 나는 나의 하나님이 하나님이심을 믿는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아포파시스(Apophasis)의 하나님이시다. 나의 하나님은 불가능성에 도전임에도 나를 그 불확실성으로 뛰어들게 만드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형제애가 만들어내는 평등한 나라를 향해 나아간다. 하나님이 주시는 샬롬은 그 길을 갈 수 있게 해주는 일상의 연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