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탄핵 집회 후기... 의사들 탄핵 집회 왔더라면 사회적 연대 두터워지지 않을까 아쉬움

(서울=오마이뉴스) 류옥하다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3일 밤 계엄을 선포하며, 포고문 5항에서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의 계엄 문장과 유사한 1-4항과 달리 유달리 특이한 항목입니다.

이미 1만 3천 전공의의 사직 처리가 끝났고, 각자가 병원에 재취업하거나 의료계 바깥의 다른 길을 찾았기에 당혹스러움은 더했습니다. 한 사직 전공의는 계엄 당시 응급실에서 환자의 찢어진 상처를 꿰매던 중이었는데, '대체 어디로 복귀하란 말이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직역을 이토록 집요하게 탄압하는 것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이미 전공의들은 2월부터 정부로부터 집단행동 금지명령, 사직 금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의 반헌법적인 조치를 통해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었습니다. 사태 초기부터 '보건의료 독재'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마침내 무시무시한 '처단'이란 말로 이 탄압의 수위는 극에 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판단 수준을 모든 국민이 보았습니다. 전시, 사변이라는 계엄 사유와 전공의 복귀를 연결하는 논리성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적 수준을 의심하게 했습니다. 이미 행정적으로 완결된 것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추가하는 것은 그의 인간적 치졸함을 보여줍니다. 이런 비합리성과 이성적 사고의 마비는 윤석열이 대통령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나타냅니다.

12월 3일: 이해하기 어려운 의료계 지도부의 반응

3일 계엄 선포 직후, 변호사협회(변협)는 즉각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즉시 해제하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또한, 7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국헌을 문란하게 했다. 탄핵에 찬성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구성원을 콕 집어 '처단'이라는 말을 들은 의사협회(의협)는 어땠을까요? 이해하기 어렵게도, 의협은 3일 자칫 위헌적인 계엄을 인정하고 계엄사령부의 요구에 응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성명을 냈습니다.

'비상계엄과 관련되어 정확한 사실을 파악 중입니다. … 파업중인 인원은 없다는 것을 계엄사령부에 밝힙니다. … 의료현장은 계엄상황에서 정상진료할 것임을 알립니다.'

계엄의 위헌성을 짚지 않고, 계엄의 해제도 요구하지 않은 의협의 대응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더하여 의협 비대위는 계엄 선포 당시인 3일 밤-4일 새벽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계엄 이후, 평범한 의사들은 '처단'의 대상이 된 것에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온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듯, 예측할 수 없는 내란범에게 한시라도 국정을 맡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탄핵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던 무렵, 전공의 지도부에서는 '의사들이 거리에 나서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결국 의협과 전공의협 모두 7일 여의도 국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7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에 대해 '2분 사과'를 했지만, 전공의 '처단'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사과도 보이지 않은 데 대해 의사들의 반발은 거셌습니다. 그럼에도 여기에 대해 의협과 전공의협 차원의 입장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12월 7일: '의료에 정치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일부 의사들

7일 오후 4시. 저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향했습니다. 이미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은 무정차 통과였고, 1호선은 사람으로 꽉 차있었습니다. 사람들은 1호선 대방역과 신길역에서부터 여의도를 향해 끊임없이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국회 앞은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학생, 20대, 가족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형형색색의 응원봉으로 무장하고, '집에 누워있기 연합' '민주묘총' '우리나라 정상영업합니다' 등 재치 있는 깃발 아래 음악에 맞춰 분노를 춤과 노래로 승화하고 있었습니다.

동료 한 명이 "의사와 전공의들은 이럴 때 뭐하나요?"라고 물었습니다. 부끄럽지만 답할 길이 없었습니다. 혼란스럽고 추운 현장, 언제든 대량의 환자가 발생할 수 있는 예비 재난 상황에서 의협과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부 의사들은 이렇게 위헌성이 명확한 '내란'의 상황에서도 '의료가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처단'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계엄으로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도 전공의 지도부에서는 '탕핑'(드러눕기)이라는 낡은 전략을 고집하며 '단일대오'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료는 공급자인 의사만의 것이 아닙니다. 소비자(환자)인 국민과 보험자인 국가의 이해관계가 엮인 철저하게 정치적인 영역입니다. 또, 지금의 시국은 정치적이지도 않습니다. 공화국을 지키려는 이들과 내란범들의 싸움이며, 의사들은 명확하게 전자의 편에 서야 할 때입니다.

의사도 시민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요구에 응답해야만 합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최고의 기여입니다. 의협, 대전협이 의료 인력을 자원 받아 7일 탄핵 집회 곳곳에 파견했다면 시민의 지지와 연대는 한층 두터워지지 않았을까요?

12월 8일: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의 다른 목소리

12월 8일 서울 대학로에서는 서울대 전공의협의회 비대위가 주최한 '젊은 의사 의료 계엄 규탄집회'가 열렸습니다. 서울대 사직 전공의, 의대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병원과 학교의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거리에 나서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는 2월 정부의 의대 증원과 이어진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학 이후 첫 집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교수, 의협 등 선배들의 손을 빌리지 않고, 젊은 의사들 스스로 독자적으로 광장에 모여 사회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이제껏 전공의 지도부가 암묵적으로 '탕핑'(드러눕기) 전략을 사실상 단일 노선으로 채택해 왔던 것에 '다른 목소리'가 처음 나왔습니다. 계엄 정국을 계기로,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던 지도부의 압력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목소리 큰 소수의 목소리만이 아닌, 평범하고 다양한 의사들의 목소리가 중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투명성과 토의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견들이 모이고, 그런 목소리가 중론이 되어 시민의 신뢰를 얻어나가기를 희망해 봅니다.

계엄 해제처럼, 의정 갈등도 해제되길 바라며

지난 10개월 동안 많은 환자가 응급실을 떠돌고, 치료 받을 기회를 놓쳤습니다. 많은 의료진이 과로에 시달렸습니다. 많은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현장의 꿈을 잃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월 6일 시작한 의대 증원 때문입니다.

그러나 12월 3일 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판단 방식을 모든 국민이 보았습니다. 위헌적이고 불투명하며, 비합리적이며 불가능한 계엄처럼 의대 증원도 이 수준으로 했다는 것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공의들이 지난 10개월간 겪었던 기본권 박탈을 온 국민이 새벽 동안 겪었고, 또 겪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탄핵 부결로 나라가 혼란스럽습니다. 정상적인 판단이 의심되는 이에게 통수권이 부여된 불안한 상황에 많은 이들이 불안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 난국이 계기가 되어 환자-의사 관계가 회복되고, 계엄이 해제되었던 것처럼 의정 갈등도 해제되길 바랍니다.

* 필자 소개: 류옥하다 기자는 강원도 산골에서 일하는 일차의료, 응급의료 의사입니다. 지난 2월 16일 윤석열 정권의 일방적이고 비과학적인 의대 증원에 맞서 사직한 전공의 중 한명입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