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복지부 초안 두고 주류 업계 촉각 곤두세워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알코올 섭취와 건강에 대한 연구를 종합한 보고서 초안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의 약물 남용 및 정신 건강 서비스국 내 위원회(ICCPUD)가 작성한 이 초안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미국에서 5년마다 갱신되는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의 알코올 적정 섭취량 부문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HHS와 미국 농무부(USDA)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의 새로운 식생활 지침 초안을 현재 작성 중이며 2025년 말까지 이를 발표할 계획이다.

연방의회 논의안을 다루는 매체인 '시큐 롤 콜(CQ Roll Call)'에 따르면 보고서 초안은 어느 정도의 음주도 안전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보다 더 적은 양의 음주를 권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초안은 일부 정치인들과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식생활 지침은 오랫동안 미국인들에게 알코올 섭취를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으로 제한할 것을 권장해 왔다. 그러나 ICCPUD의 지침 초안은 “새로운 증거에 따르면 권장 한도 내에서 술을 마셔도 여러 유형의 암과 일부 형태의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전반적인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주류업계 관계자들과 일부 정치인들은 ICCPUD의 알코올과 건강의 상관관계 연구가 미성년자 음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연구를 중단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하고 있다.

의회서 연구 절차에 대한 논란 일어

의회 와인 코커스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는 마이크 톰슨 의원과 댄 뉴하우스 의원은 미성년자 음주 위원회에게 이번 연구가 미국인들의 식생활 지침에는 부적절하다며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달 7일 100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초당파 의원 그룹은 USDA와 HHS에 보낸 서한에서 “미성년자 음주 예방을 담당하는 위원회가 성인 알코올 소비에 대한 연구를 비밀리에 진행하는 것은 ICCPUD의 신뢰성과 미성년자 음주 예방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을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원들과 주류 업계는 보건복지부의 연구가 이 분야에서 농무부의 업무를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의회는 2023 회계연도 지출법에 따라 농무부에 130만 달러를 배정하고 국립 과학, 공학 및 의학 연구기관에 알코올과 인체 건강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새로운 식이 지침을 위한 권고 사항을 내놓을 것을 지시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ICCPUD가 전국적인 미디어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회계 예산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음을 꼬집고, 국립 연구기관이 보고서를 완성할 때까지 보건복지부는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류업 고객을 대변하는 홀랜드 앤 나이트의 파트너인 제시카 브라운은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이 보건복지부 연구처럼 업데이트될 경우 주류업계의 대응을 알리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다만 브라운은 업계가 ICCPUD의 투명성 부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학협회지 "적당한 음주, 건강에 도움 안 돼"

2020년에 나온 식이 지침 이후, 적당한 음주도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전보다 더 많이 발표됐다. 2023년 세계보건기구는 어느 정도의 음주도 안전하지 않다고 권고하는 입장을 보였다.

2023년 3월 미국의학협회지(AMA)에 발표된 연구는 적당한 음주는 심장 질환을 예방하거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연구에서는 여성의 경우 하루 1온스 미만, 남성의 경우 하루 1.5온스 미만의 낮은 수준의 음주는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가 새로운 식이 지침 초안의 작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바 없다.

1995년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될 당시 알코올 권장량에 대해 작업했던 HHS의 전 영양 정책 고문인 마리온 네슬레는 주류 업계가 식이 지침 조정 여부에 큰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며 “인구의 알코올 소비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전 응급실 의사이자 아르헨티나의 가족 와이너리 컨설턴트인 로라 카테나는 ICCPUD가 알코올 산업에 대한 편견을 가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과도한 음주가 해롭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지만, 권장 한도 내에서 마시는 음주가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카테나는 스페인에서 5년 동안 금주를 선택한 사람들을 평가하는 무작위 대조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지적하고 “적당한 음주로 인해 암 발생 위험이 약간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모든 연구를 아우르는 표준적인 결과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