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 재판부 "2018년 12월 통화, 위증교사로 보기 어렵다"... 김진성 위증도 일부만 '유죄'

(서울=오마이뉴스) 김종훈 기자 =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1심에 무죄가 나왔다.

이에 따라 열흘 전 공직선거법 판결로 사법리스크가 고조됐던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 반전의 계기를 잡을 수 있게 됐다.

25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 대표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 김동현 부장판사)에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필요한 증언을 언급한 사정만으로 이재명이 김진성에게 사실에 대해 거짓진술을 요구하거나 위증을 결의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증을 하도록 고의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위증 혐의로 같이 기소된 김진성씨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9월 30일 이 대표에게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진실과 정의 되찾아준 재판부 감사... 내가 겪은 고난은 바닷속 좁쌀 불과"

무죄 선고 후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법정 밖으로 나온 이 대표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라고 첫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창해일속(滄海一粟)' 고사성어를 언급하며 "제가 겪는 어려움이야 큰 바닷 속의 좁쌀 한 개 정도에 불과하지 않겠냐. 우리 국민들께서 겪는 어려움, 그 고통에 비하면 참으로 미미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죽이는 정치보다 이제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정부·여당에 말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 대표 발언 전문이다.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립니다. 그 과정이 참으로 어렵고 길긴 하지만, '창해일속(滄海一粟)'이라고 제가 겪는 어려움이야 큰 바닷속 좁쌀 한 개에 불과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국민들께서 겪는 어려움 그 고통에 비하면 참으로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드리면서, 이제 정치가 이렇게 서로 죽이고 밟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그런 정치면 좋겠습니다. 죽이는 정치보다 이제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합시다, 이렇게 정부 여당에 말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재판부, 김진성 '전부 위증' 자백에도 일부만 유죄 인정... 신빙성에 의구심

재판부는 위증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위증교사 혐의를 받은 이 대표에게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 김씨가 위증한 건 맞지만, 이 대표가 교사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우선 재판부는 검찰이 위증이라고 기소한 김씨의 증언 6가지 중 4가지는 유죄로 봤지만 2가지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진성은 (6가지 증언) 모두 기억에 반하는 것으로 위증 범행임을 자백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위증 범죄의 성립여부와 관련된 법리적인 판단 및 자백의 신빙성과 관련된 판단은 자백에 구애됨이 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즉, 위증을 했다는 자백의 신빙성에 일부 의구심을 품은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이 대표에 대해서는 "2018년 12월 22일 및 24일경 각 통화행위 및 변론요지서 교부 행위를 위증의 교사로 보기 어렵고, 이재명에게 교사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재명의) 증언 요청의 방식은 요청자가 필요로 하는 증언이 무엇인지에 관한 언급이다. 증인이 기억하거나 알고 있는 바에 대하여 확인하는 방식의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크게 다르지 않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증언에 관하여 언급하였다고 하여 위증을 요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서 피고인 이재명을 주범으로 모는 협의 내지 합의가 있어 누명을 썼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였던 이재명이 김병량의 핵심 측근으로서 검사사칭 사건의 고소대리까지 한 김진성에게 검사사칭 사건 당시 피고인 이재명이 처했던 상황 및 그 상황에 대한 피고인 이재명 자신의 의문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변론요지서를 제공하여 확인하게 하는 것이 상식에 반한다거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피고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진성이 알지 못한다고 한 '고소취소 약속', 김진성이 모를 수 있는 내용인 '김병량 측과 KBS 측 사이의 협의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는 증언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김씨가 기억하거나 동조하는 사항 또는 적어도 김씨가 명백히 부정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만 명시적으로 증언을 요청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대표를 자신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22년 전인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남지역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이 대표는 KBS PD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김병량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됐고,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방송 토론회에서 이 사건이 논란이 되자 이 대표는 '누명을 썼다'고 발언했는데, 검찰은 이를 허위사실 공표로 보고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0년 무죄를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2019년 2월 김진성씨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이렇게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보였던 사건은 지난해 10월 검찰이 이 대표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하면서 다시 살아났다. 2019년 2월 김씨의 증언은 이 대표에 의한 위증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 재판 결과 이 대표에게 무죄가 나오고 전체 자백을 했던 김씨에게도 일부는 무죄가 나오면서, 검찰은 애초 무리한 기소 아니었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관련기사] 판결 전 알아야 할 '이재명 위증교사 사건' 세가지 맥락)

1심 선고 약 2시간 후 서울중앙지검은 "피고인 김진성이 위증하였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피고인 이재명에게 위증교사의 범의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리와 증거관계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여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