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퀴어 그리스도인들에게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나의 하나님은 당신의 하나님이다”

오늘 본 기사의 제목이다. 틀리지 않았지만 무언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쓴 저자는 퀴어 신학을 주장하는 퀴어 그리스도인이다. 나는 이분의 주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여성 차별은 도가 지나친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분이 말하는 것처럼 나의 하나님과 당신의 하나님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하는 이분의 의도를 나는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하나님과 당신의 하나님이라는 표현은 하나님에 대한 이해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주기도문 가장 앞에 “우리”라는 단어가 언급된다. 하나님은 나의 하나님도 아니고 당신의 하나님도 아니고 우리의 하나님이시다. 나의 하나님과 당신의 하나님이 아무리 달라 보이고, 현실적으로 다르더라도 차별을 받는 사람의 경우에도 이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록 당신의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나의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도 나의 하나님을 믿는 이들은 여전히 우리 하나님임을 견지해야 한다.

이분이 주장하는 것들은 추호도 틀림이 없다.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예수님께서 허무신 모든 사회적인 장벽들을 다시 세웠다. 여성 차별은 그 중 하나다.

나는 예수님께서 허무신 사회적 장벽들을 ‘비인간화’로 이해한다. ‘비인간화’라는 사실에 대한 이해야말로 복음의 복음 됨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라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여러분은 모두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고, 그리스도를 옷으로 입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없으며,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와 여자가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면, 여러분은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약속을 따라 정해진 상속자들입니다.”

나는 부르카로 온 몸을 가린 여성들을 본 적이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여성 차별이란 ‘비인간화’임을 인식한다. 얼마 전 태국을 방문했을 때도 그런 차림의 여인들을 보았다. 날씨가 더운 그곳에서 그런 차림으로 산다는 것은 인간이라면 피해야 할 고문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그런 일이 자행된다.

그러나 종교뿐만 아니라 모든 비인간화는 예수님이 허무신 사회적인 장벽들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사실을 인간화로 이해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는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나라다. 비인간화 되었던 사람들이 다시 인간화되어 창조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 이것이 나는 복음의 본질 가운데 하나라고 확신한다.

이분의 글을 읽으며 나는 환난을 자랑하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많은 환난을 겪었다. 그런데 그들은 그런 환난을 오히려 자랑한다. 정신 이상이 아니라면 환난을 자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그리스도교 신앙이란 그렇게 정신 이상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내가 바보라는 생각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이 미친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신앙은 세상의 관점으로 보면 미친 것처럼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 받아드린다.

초기 그리스도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미쳤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들처럼 미치는 것이 당연하다. 잘 생각해보라. 복음 가운데 역설이 아닌 것은 없다. 그것은 그리스도교 복음이 근본적으로 세상의 전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환난을 힘겹게 지났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환난을 지난 것이 자신을 변화시켰다. 환난을 지난 후에 자신에게 닥쳤던 환난의 의미를 깨달은 것이다. 지나고 보니 환난은 은총이었다. 환난은 모든 사랑을 시험했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나아가 그들은 마침내 서로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고, 그것이 왜 복인가를 깨달았다. 더구나 환난을 지난 후의 자신의 변화가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임도 깨달았다. 그들은 그런 환난을 자랑할 수밖에 없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을 일상으로 만들었던 것은 비인간화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가난은 사람을 더 이상 인간 취급 받을 수 없게 만든다. 세상은 끝없이 사람들을 차별하여 비인간들을 양산하고, 그들은 그런 문명을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 이것을 “희생의 체제”라고 한다. 그리스도교 세계관은 모든 문명이 이러한 희생의 체제임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결국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했던 일은 ‘인간화’였다. 세상과 문명이 비인간화한 사람들을 다시 인간이 되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창조하신 세상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 일은 복음이 무엇인가는 물론 복음이 근본적으로 ‘인간화’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예수님께서 세상의 모든 사회적인 장벽들을 허무신 이유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는 퀴어 신학을 부정하지 않는다. 모든 사회적인 장벽들은 예수님께서 허무신 것들로 그것을 다시 세워서는 안 된다. 그러나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에 그리스도교는 곧 바로 그 일을 시작했고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장벽이었다.

그러나 복음이 비인간화를 회복하는 인간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남자와 여자의 장벽 이전의 장벽이 존재함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 그리스도인들을 먼저 세상의 모든 장벽이 결과적으로 비인간화를 이뤄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 가장 근본적인 비인간화는 ‘돈’으로부터 시작된다. 빈부격차야말로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먼저 인식해야 할 사회적인 장벽이 빈부격차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빈부격차야말로 ‘비인간화’의 가장 근본적이며 가장 결정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눈뜸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 걸음 물러나 생각을 해보라. 남녀차별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곳에서도 돈을 지닌 여성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여성이 부나 권력을 가지게 되는 경우 그 여성이 남자들을 비인간화한다는 사실 역시 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차별의 기저에는 돈이 똬리 틀고 있음을 발견해야 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이란 하나님이냐 돈이냐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예수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 한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거나, 한쪽을 중히 여기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

모든 사회적인 장벽들은 이 두 주인에 잇대어 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라고 촉구하신다. 이것은 퀴어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는 차별을 받아 본 퀴어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이 근본적으로 모든 세상의 ‘비인간화’를 불식시키는 것이라는 사실과 ‘비인간화’를 조장하는 것이 (재물이 주인인 곳에서 일어나는) 빈부격차임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퀴어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 ‘인간화’를 향해 신앙의 지향 점을 바꿀 때 그들도 초기 그리스도인들처럼 자신들이 받았던 차별을 오히려 자랑하는 진짜 그리스도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