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문가들 "'좋은 성적' 거뒀으나,'역사적 압승'은 아니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지난 11월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상을 뒤엎고 큰 차이로 민주당 해리스를 이겼다. 미국 언론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해외 언론도 '트럼프의 압승'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선거일 자정을 막 지난 6일 새벽 승리 파티에서 "미국은 우리에게 전례 없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라고 선언했다. 스스로 '압승'을 선언한 셈이고, 이후 대.내외 정치분석가들도 트럼프의 선언에 동의해 왔다.

하지만 일부 워싱턴 전문가들은 분명한 승리였지만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압승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인단(312 대 226)과 대중 투표(49.9% 대 48.3%)에서 모두 해리스에 승리했다. 실제로 올해 트럼프는 1988년 이후 대중 투표에서 승리한 두 번째 공화당 후보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과 민주당이 일반적으로 우세한 지역의 대부분에서 트럼프의 손을 들어 주었다.

하지만 2000년 플로리다 재검표 선거와 2016년과 2020년에 있었던 트럼프의 두 차례 경선 등 박빙으로 치러진 지난 25년 동안의 선거를 분석해 보면 트럼프의 득표율은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적은 수치에 불과했다.

더구나 트럼프의 승리는 낙선한 공화당원들에게 큰 힘이 되지 못했다. 현재 하원의 근소한 표차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민주당은 주요 격전지 4곳의 상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드폴 대학교 정치학과 웨인 스테거 교수는 <탬파베이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이민, 정체성 정치, 범죄, 교육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 보수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대중의 분위기는 모두 공화당의 승리를 시사했다”라면서 "반 민주당 정서가 충분히 작용했지만 '박빙의 선거'였다"라고 주장했다.

2024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가 최근의 다른 선거와 어떻게 비교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트럼프의 압승'이라고 부르는 이유

트럼프는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격전지 7개 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해리스는 이들 주에서 4년 전 조 바이든보다 더 나쁜 성적을 거두었다.

이들 7개 주에서 트럼프의 승리 표차는 2020년 트럼프-바이든 선거에서 가장 접전을 벌인 7개 주의 표차보다 더 컸으며, 금세기 모든 박빙의 대선 경선에서도 트럼프의 승리 표차가 더 컸다.

11월 19일까지 개표된 표를 포함하여 올해 격전지 7개 주에서 트럼프는 해리스에 비해 약 76만 표를 더 얻었다. 이에 비해 2000년 조지 W. 부시는 대선(대법원이 플로리다 재검표 후 몇 주 동안의 재검표 끝에 결정)에서 접전 7개 주에서 엘 고어에 약 4만6000표의 득표율 격차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의 약 16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트럼프는 백악관을 점령하고 있는 정당(여당)에 대항하여 출마한 후보로서는 역사적 기준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193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야당 후보 중 트럼프의 50%에 가까운 득표율(49.9%)만큼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6명에 불과했다. 이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1932년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1952년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1976년의 지미 카터, 1980년의 로널드 레이건, 2008년의 버락 오바마, 2020년의 바이든 등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선거인단 득표율은 1964년 린든 B. 존슨, 1972년 리처드 M. 닉슨, 1984년 레이건의 압도적인 승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트럼프의 승리가 역사적으로 작아 보이는 부분

다른 지표에서도 트럼프는 근소한 차이의 승리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득표율과 유효 득표수 모두에서 트럼프의 승리는 금세기의 다른 접전 선거와 비교했을 때에도 크지 않은 수치다.

11월 20일까지 개표된 투표에서 트럼프와 해리스와 대중 득표율 차이는 1.62%였다. 이는 0.51%였던 2000년 부시 대통령 이후 어떤 당선자보다도 적은 득표율 차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의 존 F. 케네디와 1968년의 닉슨만이 각각 0.17%와 0.7%의 더 작은 차이로 대중 투표에서 승리했고, 모두가 상대 후보와 1.62%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데이터상(raw data) 득표로도 트럼프의 득표는 2000년 이후 어느 선거보다 적었다. 해리스와 약 250만 표의 차이는 1960년 이후 5번째로 적은 차이다.

백분율과 득표 모두에서 트럼프의 득표율 차이(1.62%)는 4년 전 바이든이 얻은 득표율 차이(4.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편, 트럼프의 강세가 득표율 상위권 공화당 후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트럼프의 압승 주장에 태클을 걸고 있다.

7개 격전지 중 5개 주에서는 상원 경선이 치러졌고 1개 주에서는 주지사 경선이 치러졌다. 펜실베이니아주 상원 경선에서는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지만 애리조나, 미시간, 네바다, 위스콘신주 상원 경선과 노스캐롤라이나주 주지사 경선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민주당이 부지사, 법무장관, 국무장관, 교육감 선거에서도 승리했으며 주 대법관 선거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해당 주들에서 일부 유권자는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상원 선거에서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 않았다.

미국 하원은 마지막 몇 개의 경선이 치러지면서 지난 2년간의 득표율과 비슷하거나 그 근처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며,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공화당 득표율이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엎치락 뒤치락 미국 선거, 다음 선거는 민주당에 유리?

위스콘신 대학 배리 버든 정치학 교수는 <에이피 통신>에 "트럼프의 승리는 확고함과 설득력이 가져다준 결과물”이라면서 "하지만 2024년 선거는 공화당에 대한 전반적 지지는 아니었다. 많은 공화당 후보들이 트럼프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금세기까지 선거는 양당 간 접전이 계속되었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2000년 이후 13번의 선거 주기 동안 대통령직, 상원 또는 하원의 주도권이 16번이나 뒤바뀌었을 정도다. 이 패턴이 유지된다면 민주당은 2026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클레어몬트 맥케나 대학 정치학과 잭 피트니 교수는 "유권자들은 현재의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다"라면서 "트럼프가 국가 분위기에 격변을 일으키지 않는 한 민주당은 2026년 중간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라고 내다봤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변화무쌍한 미국정치의 특징에서 나온 것으로, '행정부나 의회 등 미국의 정치판이 당분간 공화당 대세로 갈 수 있다'는 현재의 분위기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