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 트럼프의 더 나은 경제와 국경 안보 약속 신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히스패닉계가 공화당쪽으로 기울고 있다. 올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이민자들을 강간범과 '피에 굶주린 범죄자'라고 부르고, 선거 첫날 대규모 추방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선거 캠페인 막바지에는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표현한 농담도 나왔다.

많은 이들은 히스패닉을 포함한 이민자에 대한 비우호적인 제스처가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오히려 반대였다. 전국 언론 매체에서 실시한 출구조사 및 투표 분석에서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더 나은 경제를 약속하는 트럼프에 신뢰를 표했다.

트럼프는 전국 득표율 50.7% 대 47.7%, 즉 440만 명의 유권자 차이로 승리했다.

NBC 출구조사 기준으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히스패닉 투표에서 53%로 트럼프의 45%에 비해 여전히 승리했다. 하지만 이는2020년 바이든 대통령이 기록한 66%에 비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이다. 2016년 대선 당시에도 힐러리 클린턴은 바이든과 비슷한 수준으로 히스패닉 지지를 받았다.

히스패닉의 표심은 플로리다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트럼프는 라틴계 유권자 수가 330만 명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고 이중 푸에르토리코인이 약 100만 명인 플로리다에서 56% 대 43%로 13% 포인트 차이로 해리스를 이겼다. 이는 트럼프가 51% 대 48%로 바이든을 앞섰던 2020년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이다.

<올랜도센티널>은 선거 후 플로리다 중부의 히스패닉 유권자들과의 인터뷰를 실시했다. 인터뷰에서 나타난 투표 동기를 부여하는 힘은 사회적 문제와 주머니 사정이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오시올라 카운티에서 20년 동안 살았고 디즈니에서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다가 은퇴한 아리디아 피게로아(73)는 “트럼프는 크레이지 하지만 신념이 확실하고 말하는 대로 행동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가 대통령이었을 때는 개솔린값이 낮았고, 특히 기독교인인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종교와 정부를 통합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신문은 히스패닉계의 이같은 표심 변화는 플로리다의 일부 민주당 텃밭이 트럼프에게 넘어가거나 공화당으로 이동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분석가들은 트럼프가 2020년에 바이든을 지지했던 백인 교외 유권자들을 되찾는 데도 성공했으며, 해리스가 연결하지 못했던 젊은 유권자들과 신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한다. 또 바이든의 경제 운영에 불만을 가진 저소득층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 공화당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도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을 지지한 유일한 그룹은 흑인 유권자뿐이었다.

민주당, 6개 카운티서만 승리

플로리다에서 민주당의 해리스는 알라추아, 브라워드, 개즈든, 레온, 오렌지, 팜비치 등 6개 카운티에서만 승리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오렌지 카운티에서도 해리스는 2020년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23% 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것에 비해 10% 정도가 떨어진 13.5% 포인트 차로 이겼을 뿐이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트럼프는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서 55.2%를 득표해 43.7%를 얻은 해리스에게 승리했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움직임은 민주당의 오랜 지지층인 푸에르토리코 히스패닉계가 주로 거주하는 오시올라 카운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곳에서 히스패닉은 2016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에게 60%의 지지를 보냈고 2020년에도 역시 조 바이든이 13.8% 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올해는 해리스 지지표가 트럼프에 비해 1.4%(2500표)만 높았다.

이는 2020년 대선에서 히스패닉이 다수인 전국 86개 카운티에서 공화당에 총 13.3% 포인트 더 표를 몰아준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결과이다.

유권자 통계 지형도(맵핑)을 전문으로 하고 오시올라에 집중해온 민주당 정치 컨설턴트 매트 이스벨은 “(오시올라에서) 푸에르토리코인을 포함한 모든 히스패닉 유권자에게서 명백한 대규모 변동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히스패닉의 움직임이 론 디샌티스 주지사와 주 전역의 공직자들이 민주당 상대 후보를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서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한 이스벨은 이러한 변화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시올라 카운티에서 히스패닉계, 특히 푸에르토리코계가 가장 많이 밀집한 곳은 서쪽 끝이며 “지난 8년 동안 이곳은 짙은 파란색에서 연한 빨간색으로 변했다"라고 이스벨은 말했다.

트럼프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 유세에서 라틴계가 아기를 낳는 것을 좋아하고 푸에르토리코는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는 인종 차별적 발언이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에게 실격 사유가 되지 못한 것은 이들에게 경제 문제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이스벨은 분석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칼라 로사리오(35)는 공화당이 국가를 강하게 이끄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으며 조 바이든 행정부때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주 하원 47지구 선거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마리아 레벨레스는 "많은 민주당 정치인들이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실제로 무엇이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했다“라면서 "모든 사람이 글로벌 동향을 보고 경제 사정을 연결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손에 떨어지는 구호와 지붕 교체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키시미에 거주하는 후안 말도나도(36세)는 10년 전 임대료가 저렴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플로리다에서 태어났지만 가족이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말도나도는 “양쪽을 다 따져봤지만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는 트럼프에 찍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내세운 낙태권 보장도 히스패닉 사회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플로리다 주민투표에서 낙태권 법안인 수정안 4에 반대하도록 교인들을 규합한 키시미 크리스천 교회의 담임 목사 제임스 북은“히스패닉계는 신앙과 생명, 가족에 관해서는 매우 보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오시올라 무소속 히스패닉 남성 젊은층, 트럼프에 힘 실어줘

플로리다대학(UF) 정치학과 다니엘 스미스 교수는 이번 출구조사의 표본이 적고 조사 대상이 불분명해 히스패닉 표심을 심도있게 분석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오시올라 및 이와 유사한 지역에서 히스패닉계가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했다.

스미스는 오시올라 카운티의 가장 큰 특징은 무소속 유권자가 큰 블록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8만 6373명의 무소속 유권자 중 약 47%가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민주당 유권자(8만6063명)와 공화당 유권자(6만5806명)의 76% 투표율에 비해 적은 수치이지만 여전히 상당한 규모이다. 스미스는 이번 선거에서 이들 무소속 유권자가 트럼프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생각한다.

스미스는 무소속 유권자 중 상당수가 젊은 히스패닉계 남성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전국 출구조사 데이터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라틴계 젊은 남성은 해리스에게 투표한 라틴계 여성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