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귀에 가장 잘 맞는 사람만 선택"... '성추문' 맷 게이츠 기용에 여론 들끓어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에 본거지로 두고 최초로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MAGA 충성파와 마러라고 단골로 구성된 내각을 구성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많은 플로리다 거주자들처럼 트럼프도 플로리다 토박이가 아닌 이주자이다. 2020년 재선 도전에 실패한 트럼프는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이주한 후 1985년부터 소유하고 있던 마러라고 컨트리클럽을 영구 거주지로 삼았다. 이후로 이 클럽은 트럼프의 정치 운영의 중심이 되었다.

플로리다 공화당 전 의장이자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인 그루터스 주 상원의원은 < ABC 뉴스 >에 “이곳은 트럼프의 고향이며 지난 몇 년 동안 트럼프와 가장 많이 접할 수 있었던 곳”이라면서 “모든 것은 근접성에 달려 있다. 이 사람들은 즉시 행동에 나설 수 있고 트럼프의 의제에 전념하며 그의 우선순위를 진전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지명한 몇몇 인사는 플로리다의 베테랑 정치인이자 캠페인 전략가로 수긍이 간다는 평이었다. 하지만 맷 게이츠 전 플로리다 하원의원이 법무장관으로 지명되자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조차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오 플로리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언론인이자 저술가인 크레이그 피트먼은 "트럼프는 전형적인 플로리다 사람으로 그의 인선은 이를 반영한다"라면서 "그는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이며 조금도 뉘우치지 않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피트먼은 “미국에서 가장 이상한 주가 다른 주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방법"(How America’s Weirdest State Influences the Rest of the Country)이란 부제를 단 최근의 저서 <오 플로리다!>(Oh, Florida!)에서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워싱턴 DC에서 함께하고 싶어하는 플로리다 출신들을 꼽아 보면 다음과 같다.

백악관 비서실장에는 잭슨빌 출신으로 트럼프의 오랜 플로리다 선거 전략가였던 수지 와일즈,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잭슨빌 출신 그린베레 참전용사인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 국무장관으로는 마이애미 출신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이 있다. 여기에 교육부 장관 후보로 인디언 리버 카운티 교육위원회 위원이자 '자유를 위한 엄마들'(Moms for Liberty)의 공동 설립자인 티파니 저스티스도 거론되고 있다.

위와 같은 지명을 두고 2020년 민주당 소속으로 플로리다 법무장관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트럼프 비평가이자 팬핸들 변호사인 다니엘 울펠더는 "이는 그의 보상 체계의 일환”이라면서 "그는 플로리다의 대부로서 측근들에게 호의를 베풀고, 힘을 실어주고 보상을 해 주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검사 출신으로 론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명을 받아 트럼프와 마러라고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감시하는 진보적 뉴스 웹사이트 <메이다스터치>(MeidasTouch)를 운영하는 론 필립코스키는 "트럼프는 디샌티스가 실패한 대선 캠페인 슬로건인 ‘미국을 위한 플로리다’(Make America Florida를 가져와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국토안보부 장관에 크리스티 노엠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국가안보부 장관에 툴시 개버드 전 하와이 하원의원 등 트럼프의 대부분의 지명에도 워싱턴에서는 큰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보수적인 플로리다 팬핸들 출신인 개이츠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하자 “모든 것이 무너졌다”라고 탄식했다.

니키 프리드 플로리다 민주당 위원장은 언론매체들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이것이 바로 '미국을 위한 플로리다'를 만드는 모습이며, 살아있는 악몽”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는 아무리 무능하고 자격이 없거나 극단적일지라도 자신에게 충성하는 플로리다 사람을 찾아 우리 주를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프리드는 게이츠를 “자신의 개인 권력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혼돈의 대리인”이라고 불렀다.

"게이츠 법무 지명자는 워싱턴 흔들 창끝이자 망치"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도 법률 경험이 부족한 게이츠의 임명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요 이슈에서 민주당과 함께 투표해 온 알래스카 공화당 소속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은 <에이피>(AP)에 "법무장관 후보로는 (게이츠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우리는 진중한 법무부 장관이 필요하다. 이 사람은 내 빙고 카드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열혈 지지자인 그루터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게이츠를 지명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라면서 “대통령은 워싱턴을 흔들어야 할 의무가 있고, 게이츠는 그 창끝이자 망치”라고 표현하고, 플로리다 주 의회 대표단의 다른 여러 의원들도 트럼프 백악관의 고위직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는 자신이 하려는 일을 믿는 사람들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라면서 "그가 선택한 모든 사람은 충성스럽고 유능하며 이러한 우선순위를 진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라고 옹호했다.

마러라고에서 수년간 일해 온 정치분석가 필립코프스키는 "트럼프가 팜비치 클럽에서 자신의 귀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을 고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게이츠가 워싱턴에서 플로리다로 돌아갈 때 트럼프와 함께 있었고, 트럼프는 비행기에서 그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필립코프스키는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필트럼프와 게이츠가 분명히 원하고 있듯 그곳(워싱턴)을 불태울만큼 미친 법무 장관을 찾기는 어렵다”라면서 '게이츠는 FBI를 해체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수석 고문이었던 앤서니 파우치 박사에 대한 기소를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필립코프스키는 대부분의 법무장관이 고급 로펌 출신으로, 법을 따르고 정부 기관에 도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2007년에 로스쿨을 졸업한 게이츠는 법조계 경험이 많지 않고 2010년 플로리다 하원에 처음 당선된 후 2016년에 연방 하원에 오른 신예 정치인이다.

그러나 게이츠는 2020년 선거를 뒤집으려는 트럼프의 끈질긴 시도를 비롯해 많은 전투에서 트럼프와 그의 곁에서 충성을 다해왔다. 또한 트럼프와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법무부의 수사를 비판하며 FBI의 해체를 촉구하기도 했다.

게이츠-트럼프 성추행 혐의, 유야무야 끝날 듯

트럼프와 게이츠는 모두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트럼프는 뉴욕 연방법원에서 스토미 대니얼스 비자금 사건에서 34건의 기록 위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2명 이상의 여성이 트럼프를 성폭행 혐의로 고발했으며, 지난해 배심원단은 트럼프가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데 동의한 후 E. 진 캐롤에게 500만 달러를 배상했다.

게이츠는 트럼프가 자신을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13일 직후 의원직을 사임하여 약물 사용에 의한 성추행 혐의에 대한 하원 윤리 조사를 사실상 종식시켰다.

미 연방 법무부는 2년 동안 게이츠가 17세 소녀와 성관계 비용을 지불했다는 의혹을 조사했지만 기소하지 않고 조사를 종료했다. 게이츠는 자신의 잘못을 거듭 부인했다.

트럼프 비평가 울펠더는 < ABC 뉴스 > 대담에서 "(트럼프의 인선은) 플로리다의 중요성을 증폭시켜 캘리포니아를 뛰어넘는 전국적인 정치 주도로 발돋움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트먼은 플로리다가 워싱턴 정치의 중심이 되는 것에 대해 "선샤인 스테이트에 그늘을 드리울 뿐"이라면서 "사람들은 플로리다를 더욱 광대 차(clown car)로 여길 것이다. 그가 고르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광대들)이다. 그 다음에는 어떤 사람들일까?"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