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나는 오래 전 교부들의 설교를 인용하여 설교한 적이 있다. 그들의 설교는 단순하지만 분명하다. 내게는 그것이 내 사고의 틀을 변화시키는 분명한 계기가 되었다. 그것은 내 하나님 나라에 대한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지지해주었다. 그들의 설교의 주제는 대부분 돈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 교회 가운데 가장 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세이비어처치의 게시판에 매일 하나씩 올라오는 영적인 글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영적인 것을 생각하면서 주로 기도를 떠올린다. 그러나 나는 오래 전에 영성훈련을 하던 이들을 통해 “그리스도와의 합일”이라는 목표를 버렸다. 당연히 그들은 기도를 모든 것으로 여겼다. 그들의 생각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도에 대한 이해는 달라져야 한다.

토마스 머튼은 관상기도의 대가다. 그런 그가 후일 세상일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리고 그는 마침내 가장 활동적인 사회참여자가 되었다. 그리스도와의 합일은 중요하다. 내 안에 사시는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완벽한 길에의 추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주님은 오늘도 일하신다. 그리스도와의 합일은 결과적으로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일로 드러난다.

사실 나는 이 말을 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일중독에 결려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일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멈추어서 주님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이 그리스도께서 아버지를 바라보던 방식이었다. 그리스도인들 역시 동일하게 그리스도를 바라보아야 한다. 하지만 그 일은 그리스도인들을 함몰시킬 수 있다. 일중독은 그리스도로부터 일로 초점을 옮기게 함은 물론 동시에 그리스도로부터 자기 자신에게로 중심을 옮기게 만든다.

이 일이 얼마나 빠지기 쉬운 영적인 함정인가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자기 일을 그리스도의 일로 착각하게 되고, 자신의 모든 열정을 자신을 위해 소모하는 어리석은 인간이 된다. 그것은 자신이 자신이 이룬 일에 만족하는가를 보고 확인할 수 있다. 일에 몰두하는 인간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게 된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일에 주목하는 이들은 자기 부족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형제자매들에게 이렇게 권면한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러므로 나는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힘입어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 이것이 여러분이 드릴 합당한 예배입니다. 여러분은 이 시대의 풍조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도록 하십시오.”

우리는 이 말씀에서 일중독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과 함께 기도의 본질이 무언인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분별에 따라 자기의 몸을 거룩한 산 제물로 그려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예배로 드리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일상이 예배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리스도와의 합일에서 기쁨을 추구하는 대신 분별에 초점을 맞추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자기 성찰은 기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김기석 목사님은 그것을 주님으로 자신을 조율하는 것이라는 말을 늘 한다. 나는 그분의 말에 동의한다. 우리는 늘 자신을 조율해야 한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일중독에 함몰되는 것도 이 조율을 하지 않거나 조율에 실패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나는 유명한 목사들을 유심히 살핀다. 그들의 처음 시작은 매우 겸손했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이나 유명세와 더불어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교만해진다. 자아가 부푸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자신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그런 일탈을 하나님께 충성한 결과로 인식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 자신이 하나님의 자리에 앉는다. 물론 그들은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말을 유심히 들어보라. 그들은 심판관의 자리에 앉아 있다. 마침내 그들은 사람들을 가르고 혐오와 배제를 영적인 것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이 되고 만다.

그리스도와의 합일은 단순히 영적인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온전히 그리스도로 조율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이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일이 되어야 한다. 당연히 그 일은 로마서의 말씀대로 “이 시대의 풍조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 하는 것이 된다.

그러면 드러나는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그리스도의 애간장이 끊어지는 공감이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응에서 그것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기서 말하는 가난은 인간이 가지는 모든 결핍의 상황을 의미한다. 크리소스톰은 그것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그러운 이들은 가난한 이들의 행실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지 말고 다만 그들의 가난한 처지를 개선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 주어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의 유일한 탄원은 그들의 가난과 그들이 놓인 궁핍한 처지에 대한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마십시오. 그들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악인이라도, 필요한 양식이 부족하다면 그들을 굶주림에서 해방시켜 주십시오. …… 자비로운 이들은 궁핍한 이들에게 항구와 같습니다. 난파 사고를 당한 모든 이를 환대하고 위험에서 빠져나오게 해 주는 항구인 것입니다. 항구는 그들이 악인이든 선인이든, 그들이 그 누구든 상관없이 쉬게 해 주는 피난처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도 가난이라는 난파에 시달리는 사람을 보거든 그를 판단하지도, 그의 행실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지도 말고 불행에서 그를 구해 주십시오.”(「라자로에 관한 강해」[De Lazaro homiliae], II, 5).

그리스도인들은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부자가 되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필요한 것을 더 필요한 사람에게 내어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들이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되려면 가난해져야 한다는 역설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이러한 그리스도인들의 존재가 온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경륜을 촉발하고 이루게 한다. 그래서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필요를 자신의 것으로 채워주는 이 일이 복음전파는 물론 하나님 나라의 확장 그 자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좀 더 과격하게 선교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필요에 반응하라고 한다. 복음전파는 자발적인 동의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전제는 가난한 사람들의 필요에 반응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자비를 통해 이루어진다. 여기서 그리스도인들의 자비는 그리스도의 애간장이 끊어지는 긍휼을 상징한다.

그런 그리스도인의 삶은 당연히 돈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그 일에서 돈을 미워하는 일에 성공한다면 그리스도인들은 비로소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이 되어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이 된다. 그것이 “나를 사랑하셔서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내어주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살아가는” 참된 그리스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