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오늘은 조용기 목사 3주기에 즈음한 기사와 함께 김삼환 목사의 기사를 읽었다. 기사를 읽으며 눈에 들어온 내용은 영적인 거장이라는 말과 함께 모든 걸 하나님께서 하셨다는 내용이었다. 김삼환 목사의 경우는 어떤 질문에도 말이 짧았고, 매우 평범한 인상이었다는 기자의 평이 있었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기사를 읽으며 떠오르는 성서의 말씀이 있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는 하늘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내가 다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지나가는 것이 더 쉽다."

이들을 통해 이 말씀이 실감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들이 목사로서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이 목사로서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이 성령충만을 말하고 영적인 거장이라는 말을 해도 좋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 성령 충만하다면 그들은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다. 부자인 영적 거장이란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표현인가. 성령 충만해서 예수를 닮겠다는 사람의 삶이 부자일 수 있는가.

어쩌면 이런 내 글에 반기를 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들의 청렴함과 청빈에 대해 말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만 그들의 인색함을 드러내는 말일 뿐이다. 자신에게 관대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냉정함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디 그 두 사람뿐인가. 나는 능력 있고 유명한 목사들을 대부분 알고 있지만 그 목사들 가운데 청빈을 모토로 삼고, 자신의 모든 것을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는 이들을 본 적이 없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이 담임으로 있는 교회를 활용하여 많은 일들을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가장 가난한 사람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분들은 보지 못했다.

예수를 닮는다는 것은 거지가 되는 것이다 예수를 닮는다는 것은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다. 예수를 닮는다는 것은 익숙한 삶에서 벗어나 정처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성서는 그리스도인들을 나그네와 순례자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부자들이 여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관광객이지 나그네와 순례자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하나님 나라에는 영적 거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누군가 영적 거장이 된다면 하나님은 그런 사람을 철퇴로 내리치시거나 낮추신다. 그것은 단순한 벌이 아니라 사랑이며 은총이다. 그렇게 산산이 부서지고 작아져야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조용기 목사나 김삼환 목사를 비롯하여 한 시대를 풍미하던 유명한 목사들이 그렇게 하나님의 철퇴를 맞지 않았는지 스스로 겸비하여 작아지지 않았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은 스스로에 도취하여 영적인 자아가 부풀었기 때문이다. 절대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나는 내가 존경하던 목사님들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을 읽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스로 겸비하여 작아지는 길을 걷게 되기를 바란다. 자아가 부풀면 자기를 부인해야 하는 예수의 제자의 길에서 멀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를 지극히 높이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에게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이 예수의 이름 앞에 무릎을 꿇고,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고백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습니다.”

이 내용은 ‘그리스도 찬가’라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찬송시를 바울 사도가 인용한 것이다. 신학자들은 이 내용을 ‘케노시스’라 부르며 자기 비움의 신학을 구축하기도 했다. 이 내용은 그리스도의 삶을 가장 잘 요약한 것으로서 그리스도는 스스로 자기를 비우심으로서 그리스도인들의 본이 되셨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그래서 이 내용을 찬송가로 부르면서 그리스도처럼 자기 비움의 길을 걸었다.

만일 조용기 목사의 아들이 말한 것처럼 조용기 목사가 성령 충만하여 그리스도를 닮는 삶을 살았다면 그는 만인의 추앙을 받을 수도, 경호원을 거느리고 다니는 삶을 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스도처럼 머리 둘 곳이 없는 삶을 살다가 십자가에 달렸을 것이다. 그처럼 호화로운 천국환송잔치(장례식)도 없었을 것이다.

김삼환 목사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하셨다는 상투어가 그의 인터뷰 내용이 아니라 자신의 비자금 관리를 하다 죽은 장로를 언급하며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평범함을 부끄러워한다. 학문적으로는 케노시스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정 반대의 것을 추구하는 그리스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패럴림픽 이야기를 하고 싶다. 두 팔이 없이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여 11명의 참석자 가운데 10위를 차지한 김황태 부부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그들이 보여주는 모든 것이 하나님 나라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상인 아내가 장애를 가진 남편을 도와 남편을 패럴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고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 삶이야말로 하나님 백성의 섬김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아내의 삶은 하나님 나라의 비능력이 무엇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들의 하나 된 모습이야말로 서로 사랑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이루어내야 할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이다. 아내 김진희님은 자신을 비워 두 팔이 없는 남편의 팔이 되었고, 정상의 삶을 살 수 없는 장애를 지닌 남편의 존엄을 살려내 가장 생생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을 비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내는 기꺼이 작은 자가 되어 장애를 지닌 남편을 섬겼다.

나는 이들의 이야기가 케노시스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리스도를 닮는다는 것은 바로 이렇게 사는 것이다. 영적 거장이 되어 부자로 사는 이들은 이런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스스로가 크기에 지배하고 다스리는 자리에서 내려올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것이 이들이 말하는 영적 거장의 실체이며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는 부자의 진면목이다.

조용기 목사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없지만 김삼환 목사, 그리고 조금이라도 유명한 목사로 은퇴한 분들은 살아 있는 동안 ‘케노시스’의 삶을 묵상하며 예수의 마음을 품은 가난한 작은 자가 되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