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주법이 정한 60% 기준선에 못미쳐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올해 플로리다주 선거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2개의 주민발의안(헌법 수정안)이 모두 부결됐다. 2개안 모두 과반수를 넘었지만 주법이 정한 60% 기준을 달성하지 못했다.

낙태 권리와 관련한 플로리다의 수정안 4는 유권자의 57%의 지지를 얻었다.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묻는 수정안 3도 56%라는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

플로리다 유권자들은 2006년에 주민투표 발의안 통과 기준을 단순 과반수에서 60%로 높인 바 있다. 60% 규칙을 부과하는 발의안은 아이러니하게도 60%에 못미치는 58%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낙태권 부결,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법' 이끈 디샌티스의 승리

수정안 4의 부결은 론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정치적 승리이지만 낙태권 지지자들에게는 큰 좌절이었다. 낙태권 지지자들은 2023년 5월 공화당이 장악한 플로리다 주 의회가 통과시키고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서명한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에 대응하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했다.

플로리다법은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 금지법 중 하나로 꼽히지만, 임산부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예외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강간 및 근친상간 피해자가 경찰 보고서와 같은 서류를 제출하는 경우 최대 15주까지 낙태를 허용한다.

수정안은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 가능성이 있는 임신 24주 이전까지 또는 환자의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수정안 지지자들은 낙태는 정부가 관여해서는 안 되는 사적 의료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디샌티스와 지지자들은 플로리다 주민들에게 개정안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주 정부 지원 광고를 제작했다. 관리들은 이 광고가 교육적이라고 말했지만, 비평가들은 납세자들이 낸 세금으로 만든 정치적 메시지를 얇게 가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수정안 4 반대 캠페인의 대변인인 타린 펜스케는 “우리는 론 디샌티스 주지사의 단일한 비전과 확고한 리더십 덕분에 우리의 헌법을 지켰다"라며 “플로리다 주민의 상식적이고 가족을 중시하는 가치가 승리했다"고 전했다.

반면 로리 버먼 주 상원의원(민주)은 “수정안 4가 실패한 것은 참담한 일"이라며 “수정안은 여성의 생식 선택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이제 플로리다 주민들은 생식권에 대한 불확실성과 제한에 계속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식권 옹호자들은 투표 결과가 비록 패배이기는 하지만 플로리다 주민 과반수 이상이 수정안에 찬성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계속 싸울 의지를 나타냈다.

9일 <마이애미선센티널>에 따르면 이들 생식권 옹호자들의 차기 전략 논의에는 입법 노력부터 6주 금지 조치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대신해 법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소송을 제기, 향후 선거에서 낙태 접근성을 지지하는 후보를 중심으로 한 집회까지 모든 것이 포함됐다.

공화당이 장악한 입법부에서 생식권 옹호자들은 힘든 싸움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다만 플로리다 유권자의 57%가 이 수정안을 지지한 만큼 주 의회의 입법 과정에 낙태 권리에 관한 유권들의 요구를 부각시키려 노력할 예정이다.

트럼프도 찬성한 마리화나 법안, 엄청난 자금 투여에도 불발

수정안 3은 21세 이상의 성인이 개인 용도로 마리화나를 최대 3온스까지 소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다.

지지자들은 거금을 들여 이 이슈를 투표용지에 올리고 광고 캠페인을 통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정치 자금을 추적하는 비당파적 단체인 '오픈시크릿츠(OpenSecrets)에 따르면 플로리다의 마리화나 개정안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된 투표 발의안이다. 플로리다에서 가장 큰 의료용 마리화나 회사인 트루리브는 1억 4000만 달러 이상을 쏟아부어 캠페인 모금액인 1억 5200만 달러의 거의 대부분을 감당했다.

개정안 3의 후원자인 '스마트앤세이프 플로리다(Smart & Safe Florida)'는 성명에서 플로리다 주민의 다수가 합법 마리화나를 지지하며, 주지사 및 입법 지도자들과 협력하여 마리화나 비범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팜비치 주민이자 대통령 당선자인 트럼프는 마리화나 개정안을 지지했다. 트럼프는 낙태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으며, 주 정부의 6주 금지 조치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선거 당일 팜비치에서 낙태 법안에 어떻게 투표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는 답변을 거부하며 기자에게 “그 얘기는 그만하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