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3만 달러 미만 차량 요구 증가에 업계 '당황'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 신차 시장에서 평균 2만~3만 달러 미만의 차량 구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자동차 분석가들은 업계 전반에 걸쳐 '경제성 변화'가 있다고 여긴다. 이러한 추세는 현재 평균 판매 가격인 4만 7000달러 이상의 신차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다. 또 재정적 부담은 감당할 수 있지만 불확실한 경제 등을 이유로 싼 차를 구입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에이피통신>이 자동차 리서치 및 가격 책정 사이트인 에드먼즈닷컴 정보를 토대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평균 가격의 신차를 구입하려면 평균 구매자가 현재 평균 대출 이자율인 7.1%로 대출을 받는 경우 6년 동안 매달 737달러를 지출해야 한다.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신차 평균 가격은 팬데믹 이전 보다 20% 이상 상승한 상태이다.

구매자들이 물가 상승과 높은 대출 금리에 직면하면서 미국 신차 판매는 9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 증가에 그쳤다. 이러한 추세로 인해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판매 및 생산 전략을 재평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자동차 쇼핑 사이트인 카그루스(CarGurus)의 시장 정보 담당 이사인 케빈 로버츠는 “올해 모든 성장은 평균보다 더 저렴한 가격대의 차량에서 얻고 있다”고 통신에 전했다.

로버츠는 9월까지 렌트 회사 및 기타 상업용 차량에 대한 판매를 제외한 개인 구매자에 대한 신차 판매는 7% 증가했다고 계산했다. 이 중 43%는 2만~3만 달러 가격대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최소 4년 만에 해당 가격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수치이다. 중고차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15,000~20,000달러 가격대의 판매 증가율이 59%로 더욱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저가 차량 선호 추세가 지속되자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많은 차량의 판매 가격을 낮추고 있으며, 주로 더 큰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에드먼즈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자동차 한 대당 평균 인센티브는 1812달러로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소형차 및 준중형차 판매량 증가

통신에 따르면 경제적인 차량의 판매 증가는 어떤 면에서는 팬데믹 이전에 존재했던 패턴으로 돌아간 것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일반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중간 가격대의 차량인 소형 및 준중형 차량은 미국 신차 판매의 35% 가량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 비율은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컴퓨터 칩이 부족해지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생산 속도를 늦췄던 2020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제조업체들은 부족한 반도체를 수익률이 낮은 저가형 차량보다는 값이 더 비싼 트럭과 대형 SUV에 할당해야 했으며, 구매자들이 고가의 차량을 점점 더 많이 수용함에 따라 이들 기업은 견고한 수익 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소형 및 초소형 차량의 시장 점유율은 2022년까지 30% 이하로 떨어졌으나 올해는 그 점유율이 34%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반등했고, 계속 상승하고 있다. 9월까지 소형 세단의 판매량은 12개월 전보다 16.7% 증가한 반면 대형 픽업트럭은 6% 미만으로 증가했다. 대형 SUV의 판매는 1% 미만으로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포드의 F 시리즈 트럭은 거의 반세기 동안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으로 남아 있으며, 쉐보레 실버라도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3위를 차지하던 스텔란티스의 램 픽업은 도요타 RAV4, 혼다 CR-V, 테슬라 모델 Y(미국 세금 공제 7500달러 적용) 등 저렴한 소형 SUV에 밀려 6위로 떨어졌다.

높은 금리와 보험료도 저가형 차량 인기 한 몫

통신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여전히 높고 지난 2년간 평균 자동차 보험료가 무려 38%나 오른 것도 저가형 차량의 인기에 한 몫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고가의 트럭과 SUV를 너무 많이 생산한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는 재고 증가를 목격하고 있다. 크라이슬러, 지프, 램 차량을 만드는 스텔란티스 같은 일부 업체는 이러한 변화가 올해 수익성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너럴 모터스의 쉐보레 브랜드의 경우 상황을 미리 예견하고 2023년 봄에 출시된 새롭게 디자인된 트랙스를 준비했다. 트랙스의 올해 미국 내 판매량은 130% 증가하여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형 SUV로 떠올랐다.

한편 저가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불분명하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찰리 체스브로는 연준의 잇따른 금리 인하로 이자율이 낮아지기 시작하면 트렌드가 바뀌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더 큰 차량으로 이동하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