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이 내놓은 '시간을 감지하는 인식' 연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벌써 10월이다. 석 달이 지나면 새해이다. 흔히 시간은 나이와 비례해 빨리간다고 말한다. 마치 50세에는 50마일로, 60세에는 60마일로 가는 것처럼 빠르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주관적인 느낌이다. 예를 들어 지루한 강의를 듣는다면 5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개인 자신에게 지루한 설교라면 한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반면 연애 초기에 데이트하는 시간은 금방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겪는 현상이다. 심리학자들은 이같은 현상을 시간을 감지하는 인지 능력이 달라지는 것이라며 나름 이론을 제시해왔다. 고령화 및 새로운 은퇴 문제에 대해 전국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헬렌 데니스는 자신의 웹사이트(HelenMdennis.com)에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했다.

나이 들수록 한 해가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진다

우선 해가 상대적으로 짧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한 해가 우리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작아진다. 10세 어린이에게 생일은 인생의 1/10에 해당하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시간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신디 루스티그는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80세의 경우 생일은 인생의 1/80에 해당하는 작은 부분이기 때문에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80년에 비해 1년은 짧게 느껴지기 때문에 더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반복되는 일상은 큰 기억으로 대충 뭉쳐진다

'최초 이론'이라는 것도 있다. 심리학자 다이애나 라브는 어릴 때 우리는 수많은 “처음”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첫 키스, 첫 사랑, 첫 차 구입, 대학 입학일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수영을 배우거나 자전거에서 넘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은 이같은 흥미롭거나 충격적인 일 등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비슷한 경험들이 반복되고 쌓이면 머릿속에 인상적으로 남는 일이 줄어들면서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최초 이론은 사람의 뇌 기능과 연결될 수 있다. 뇌는 하루 또는 몇 주가 비슷할 때 시간을 하나로 묶는다. 따라서 반복되는 일상을 살면 시간이 머릿속에서 한데 묶여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즉 어렸을 때는 경험 하나하나를 개별적인 기억으로 받아들이지만 어른이 되면 일상이라는 큰 기억으로 대충 뭉쳐지며 시간이 더 빨리 흐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머리에 각인되는 이미지가 적어지면 "별로 한 것 없이 시간만… " 이라는 느낌이 온다

최근에는 또다른 이론이 등장했다. 지난 3월 미 듀크대 기계공학 교수 애드리안 베얀은 (Adrian Bejan)이 신경 신호 처리에 기반한 이론을 내놓았다. 베얀은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져 시간이 빨라진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베얀은 아이들의 눈동자가 어른들보다 빨리 그리고 빈번하게 움직이는 것을 지적했다. 즉 아이들의 뇌는 정보 처리 속도가 빠르고, 같은 시간 속에서 어른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습득한다. 그러나 신체가 노화하면 뇌 신경망이 둔해져 이미지를 점점 느리게 인지한다. 이로 인해 머리에 각인되는 이미지가 적어지고, 별로 한 것도 없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버린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의 유명한 실험은 "10살까지의 5년은 40살 이후 40년과 같다"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으로 시간을 채우는 것이 좋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우선 심리학자들은 새로운 경험으로 시간을 채우라고 권고한다. 일상적인 활동을 할 때 시간에 대한 인식이 더 짧아지기 때문에 도전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질문을 해보는 등 일상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는 것도 한 방법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생산성을 높이고 프로젝트와 목표에 진전을 이루면 시간에 대한 인식이 느려지고 동기 부여가 생긴다.

현재 순간에 집중하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고 어디에 있는지 인식하려 노력한다. 경험의 세부 사항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 과정에서 모든 감각을 동원한다.

자연으로 나가 하늘의 나무와 구름을 관찰하고, 새소리를 듣고, 바다의 물고기와 파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렇게 하면 시간이 마술처럼 시간이 느려지고 마음이 안정된다고 심리학자 라브는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일기를 써서 젊은 시절의 추억, 감사 목록, 휴가 또는 하루 동안의 사건 등을 기록할 수 있다. 또한 경험의 세부 사항을 기억하고 대화, 사진 또는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쉽다면 새로운 활동으로 삶을 채우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찰하고, 자연을 즐기고, 유용하고 생산적이라고 느끼는 일을 하면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살면 순간, 하루, 몇 달을 만족과 즐거움으로 음미하게 될 것이라고 심리학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