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간 탬파베이도 피해 커... 진로 벗어나도 큰 피해 발생 증명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지난 26일 미국 동남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Helene)은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버지니아 등 총 6개 주를 할퀴고 지나갔다.

4등급(전체 5등급 중 2번째)까지 위력을 키웠던 헐린은 26일 밤 11시 10분께 플로리다 탬파베이 북쪽 지역인 빅 밴드에 상륙했다. 최고 풍속 140마일(225km)의 강한 바람으로 나무와 전봇대가 부러졌으며 창문이 깨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또 폭풍 해일의 영향으로 인구 밀도가 높은 탬파베이 지역이 침수되기도 했다. 헐린은 플로리다를 벗어나며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했으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지에 홍수를 불러 많은 사망자와 피해를 안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 백악관에서 가진 재해 대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헐린을 "역사적인(historic) 수준의 폭풍우"로 묘사하고, 현재 1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약 600명이 행방불명 상태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플로리다,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조지아, 버지니아, 앨라배마주 등의 긴급 재난지역 선포 요청을 승인했다. 물적 피해와 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가 약 7억 5천달러(100조원)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탬파베이타임스>는 29일자에서 "100년 만의 최악의 허리케인"이라며, 지역에서만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이 구조되었으며 수만 명이 홍수로 주택 침수 피해를 당했다고 전했다.

28일 현재 최소 11명 사망, 1000명 이상 구조

신문은 과거 폭풍 데이터, 해일 수치, 홍수 지역의 건물 발자국, 피해 및 사망자 수에 대한 정부의 설명을 분석한 결과 탬파, 세인트피터스버그, 그리고 이곳의 모든 해안가 동네에 허리케인 헐린이 끼친 영향은 1921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컸다고 지적했다.

1921년 10월 피넬라스 카운티 타폰 스프링스에 3등급 규모의 허리케인이 상륙했다. 이로 인해 탬파 다운타운까지 건물이 파손되고 10피트 높이의 해일이 만으로 밀려들었으며 8명이 사망했다.

당시 피넬라스 카운티에는 약 3만명, 힐스버러에는 9만 명이 거주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 지역에 25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폭풍우 시 홍수의 진입로 역할을 하는 만의 얕은 대륙붕을 따라 평지와 섬에 살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은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 있을 뿐 아니라 위치도 미국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폭풍 해일에 더 취약하다.

1921년 이후 지역에 닥친 허리케인들은 헐린과 마찬가지로 탬파베이를 직접 강타하지 않았다. 그러나 헐린의 전례 없는 크기는 지역에 막대한 후유증을 발휘하고도 남았다.

29일 오후 기준으로 전체 66명의 사망자 가운데 힐스버러와 피넬라스에서 11명이 허리케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최소 9명은 폭풍 자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직접적인' 사망자로 간주됐으며, 최소 7명이 익사했다.

헐린의 거대한 바람이 해안만 수위 높여

허리케인에 대한 가장 잘 알려진 통계는 일반적으로 '폭풍의 눈'의 풍속이며, 이 최대 풍속이 태풍의 등급을 결정한다.

하지만 헐린의 바람은 수백 마일에 달했으며,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비교할 만했다.

조지아 대학교의 폭풍 해일 모델러이자 조교수인 매트 빌스키는 헐린의 거대한 바람이 훨씬 더 많은 물을 해안으로 몰아부쳤다고 전했다.

해일이 탬파베이에 몰아치면서 물은 평상시 만조 때보다 7.2피트 높이로 최고조에 달했다. 이는 수위 측정이 시작된 1940년대 이후 기록 중 가장 높은 것이다.

피넬라스 카운티는 헐린이 지나간 후 세인트피터스버그(이하 세인피)에서만 1만 채의 주택이 침수된 것으로 집계했다. 카운티의 나머지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구조물이 약 5000채로 평가됐다.

파스코 카운티에는 8700건 이상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힐스버러 카운티 당국은 최소 1200채의 주택이 파손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들 카운티 관계자들은 28일 오전 현재 모든 피해 집계는 예비 집계이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탬파베이는 폭풍의 '고약한 면'

허리케인 헐린이 상륙한 동남쪽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보면 왜 탬파베이 지역이 폭풍의 '고약한 면(the dirty side)'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허리케인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오른쪽으로 공기와 물을 앞으로 불어낸다. 동시에 폭풍은 앞으로 이동하여 오른쪽 바람과 해일을 가장 강하게 만든다. 따라서 멕시코만으로 들어와 플로리다로 진입하는 헐린과 같은 경로는 탬파지역에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허리케인 전문가들은 중간 강도의 폭풍이 탬파베이를 가까스로 벗어나 지역민이 방심하게 되는 것을 우려해 왔다. 특히 탬파 북쪽으로의 상륙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 지역을 수차례 공포에 떨게 했다. 2023년 8월에는 허리케인 이달리아가 해안선을 타고 올라와 수천 채의 주택을 침수시켰다. 데비도 지난달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하지만 헐린은 기록상 빅 밴드에 상륙한 가장 강력한 폭풍이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허리케인이 막판에 방향을 바꿈으로써 종종 '혜택'을 입은 사람들은 앞으로 안일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꺾어진 나뭇가지들을 치우는 정도로 허리케인을 견뎌냈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 탬파베이를 향했던 허리케인 어마와 찰리는 주민들을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남쪽 내륙으로 방향을 틀어 이 지역을 비켜갔다.

그러나 헐린은 폭풍 진로가 다소 비켜났다 해도 큰 피해를 당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룻밤 사이에 지역 전역에서 수십만 명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세인피에서는 1700명이 911에 도움을 요청했고, 여섯 채의 주택에 불이 났다. 도시 전역에 걸쳐 65개의 전선과 160그루의 나무가 쓰러졌다. 구조대원들은 80건 이상의 수난 구조 작업을 수행했다.

힐스버러에서는 47채의 주택이 불에 탔다. 250명이 911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 중 약 절반에 구조가 필요했다.

지역 정부 관계자들은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아직 진입할 수 없는 구역이 있는 데다 수색하지 않은 집들이 있어 피해 규모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