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의회 보호조치법 좌절시켜...올해안 연방법 통과에 기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는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란 별칭이 말해주듯 날씨가 늘 더운 고장이고, 특히 여름은 늘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뜨겁고 습하다.

플로리다정책연구소(FPI)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플로리다는 열사병으로 인한 응급실 및 병원 방문 건수에서 미국 최고 수준이다. 플로리다에서 야외 근로자를 포함하여 열에 취약한 계층은 57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에서는 2018년과 2022년 사이에 열 관련 질환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사람은 2만 6000명으로 연평균 5천 명 이상이다. 이 가운데는 입원 환자가 5000명이고,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플로리다 주민 150명이 열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30명이 사망한 셈으로, 이는 전국에서 6번째로 높은 순위이다. 연구에 따르면 애리조나주가 폭염 관련 사망자 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마이애미 헤럴드>는 지난해 보도에서 이 수치는 공식 통계에서 더위의 영향이 축소되어 과소 집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열로 인해 악화된 질환으로 입원하는 경우 의료진은 일반적으로 만성 질환만을 원인으로 기록한다. 새로운 보고서는 또한 고용주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실외 근로자 등 일부 플로리다 주민들이 사건 신고에 대한 국가 통계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 때문에 기온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5월의 폭염은 어느 때보다 일찍 찾아왔고, 지난해 대부분의 기간 동안 기온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았다. 마이애미에서는 지난 여름 열지수가 100을 넘는 혹독한 날이 46일이나 있었다.

주요 도시, 여름 평균 기온 웃돌아… 야외 노동자 보호조치 좌절시킨 주 의회

주요 도시에서는 특히 7월(85.7도)과 8월(86.5도)에 평균 기온을 웃도는 기록적인 더위가 여름 동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한 키웨스트, 탬파, 마이애미, 올랜도, 탤러해시는 7월과 8월 평균 기온이 2~3도 웃돌았고 펜사콜라는 8월에 5.3도 이상 상승했다.

기록적인 기온에도 불구하고 주 의회가 현재까지 근로자 폭염 안전법을 통과시키려는 노력은 실패했다. 한 농장 노동 단체가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서 미국 최초의 열 안전 조치를 위한 캠페인을 벌였으나, 주 의원들은 지방 정부가 지역 보호 조치를 마련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연방 정부는 열지수가 90도를 넘으면 2시간마다 15분씩 의무적으로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표했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최종 확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정책연구소의 CEO인 사다프 나이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상식적인 직장 보호 조치가 없다면 플로리다의 높은 무보험 비율과 함께 열 관련 질병은 점점 더 많은 주민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카운티의 폭염 담당관인 제인 길버트는 최근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서 격주로 폭염과 관련된 긴급 전화가 담긴 이메일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으며 특히 폭염 경보가 발령된 주말에 전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야외에서 일하는 주민 50만명, 보호조치 시급

플로리다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약 570만 명의 플로리다 주민이 ‘더위에 취약한 사회적 계층’인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질병통제센터는 장애가 있거나 의료보험이 없거나 에어컨이 없는 집과 같은 상황을 '사회적 취약'으로 정의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거의 50만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야외에서 일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플로리다의 주요 실외 산업은 건설, 오락 및 레크리에이션, 조경이다.

디즈니와 같은 놀이기구의 승무원은 줄을 서거나 매점에서 일하거나 하루 종일 햇볕 아래에서 사람들을 놀이기구에 묶는 일을 한다. 디즈니의 노동조합 계약에 따르면 직원들은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수 있고 정보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 올여름 디즈니 공연자 두 명이 무대 뒤에서 에어컨이 고장 나서 기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농장 노동자들은 야외 산업 중 가장 큰 규모는 아니지만 물, 휴식, 그늘을 포함한 안전한 작업 환경을 옹호하는 데 가장 목소리를 높여온 그룹 중 하나다.

플로리다 주의회가 2020년에 학생 운동선수를 열 관련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재커리 마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나 야외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법은 아직 제정이 요원하다. 플로리다정책연구보고서 작성자인 알렉시스 차우칼라스는 “(운동선수뿐 아니라) 모든 플로리다 주민은 동일한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