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과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항의”… 지역 예술계 논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탬파베이에서 열린 '아메리칸 아트 쇼(American Art Show)'에서 에밀리아노 세테카시(29)라는 예술가가 다른 작품들에 토마토 수프를 뿌려 지역 예술계를 뒤흔들었다.

세테카시는 자신이 기획한 미술 전시회에 초대된 작품들에 토마토 수프를 던진 이유는 ‘가자 전쟁과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항의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타카시는 수프를 뿌리는 행위로 예술세계의 경계를 허물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같은 돌발상황에 많은 예술가들이 당황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탬파베이 타임스> 등 지역 미디어들이 전했다.

세타카시는 워싱턴 디시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시위 사진과 코미디언 네이선 필더의 그림 등 일부 작품은 손대지 않았다.

전시회에 협조형식으로 예술품을 출품한 동료 예술가들 가운데 일부는 전시 대금 대신에 제시한 수프 식사 등을 거부하고 다른 상품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프 사건’은 세테카시 자신이 제작한 '현대미술학과는 매진이다(The Department of Contemporary Art is Selling Out)’라는 작품을 주제로 열린 미술 전시회에서 일어났다.

세테카시의 작품에는 ‘돈을 가진 부동산 개발업자가 문화 생산 수단을 점유한다’는 내용이 담긴 간판이 등장한다.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계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자 한 것이다. 미술관 내의 선물 가게에는 “예술품에 땀 흘리지 마세요(Don’t sweat on the art)”라는 문구가 적힌 박스도 비치해 두고 있다.

이 사건은 플로리다 탬파의 예술계 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논란을 일으켰다. 세테카시의 행동을 비판하고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예술가들 사이의 대화 부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가하면 미술계의 미래와 예술의 의미에 대한 깊은 논의를 유발했다는 평가도 있다.

“미술계의 미래와 예술의 의미에 대한 논의 유발” 평가도

세테카시의 설치 예술품 '현대미술학과는 매진이다'는 간판, 스크린, 상품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술관에서 '스카이웨이 2024' 전시회를 통해 올해 11월 3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그의 작품 가운데 일부인 스크린에는 '현대미술학과는 돈이 없다(The Department of Contemporary Art is Out of Money)', '급진적 실천이 없는 급진적 미학(Radical Aesthetics without Radical Practice)'이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작은 표지판 작품에는 '미술사 만들기(Make Art History) '라는 문구와 함께 세테카시의 메모가 적혀 있는데, 예술가로서의 열정과 길고 힘들었던 여정을 통해 성공을 이뤄냈지만, 그 과정에서의 환멸을 표현한 것이다.

세테카시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공부했으나, 실습 훈련 프로그램인 '아티스트 부트캠프' 모델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탬파베이의 사우스플로리다대학(USF)으로 전학해 미술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세테카시는 자원봉사와 큐레이팅을 하며 다른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해 왔다. 그는 사회적 병폐와 정치적 이슈를 성명서로 다루는 예술적 작업을 진행하고,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관을 세인트피터스버그 미술관 안에 따로 갖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박물관 측은 세테카시의 작품이 미술관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므로 전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테카시는 '에밀리아노 리더(The Emiliano Reader)'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그가 기획한 전시회를 위해 작성된 전시 설명서를 모은 것으로, 정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책에서 “나의 재능은 무한하나 세상은 감옥”이라면서 “계속해서 자유를 향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세테카시는 자유와 자기 비판을 중요시하며,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회와 예술의 경계를 탐구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