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빙점>, <양치는 언덕>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우라 아야꼬는 험한 인생을 살았다.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결혼도 하고, 결혼 후에는 작은 가게도 운영했다. 친절하고, 상냥한 그녀의 가게는 연일 만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가게와는 달리 동종의 이웃 가게가 텅텅 비고 있다는 사실을 보았다. 그녀는 즉시 물건의 일부를 자신의 가게에 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물건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웃 가게로 가시라고 했다.

이 내용을 알게 된 후 나는 미우라 아야꼬 여사를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 여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웃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기를 거절한 것이다. 자신이 너무 많이 벌기 때문에 이웃이 가난해지고 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나는 신자유주의체제의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바로 이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이 입에 달고 사는 자유와 공정은 사실은 욕망을 합리화하는 악이며 그것은 인류의 가장 큰 불행이자 불의인 불평등을 초래한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이 너무 많이 번다는 생각을 하거나, 여기에서 나아가 자신이 너무 많이 벌기 때문에 거리에 노숙자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교회에서 만난 하나님은 맘몬이라는데 정말 동감합니다. 제가 대형교회에서 만났던, 교회 일에 열심이면서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들이 더 큰 사역을 위해 헌금하기 위함이라고 하더군요. 목사, 선교사에게 비싼 밥 사고 헌금 팍팍 하면서 가난한 이들은 외면하는 거 보고 한 마디 하면 자기는 그런 일을 위해 택함 받았다고…"

어제 내 글에 달렸던 댓글이다. 이 내용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사고를 양산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고지론’이다. 위 글의 내용처럼 오늘날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 하나님의 일을 많이 하겠다는 생각을 신앙으로 착각한다. 그런 사고가 ‘눈 감고 아웅’이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과거에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십일조를 ‘오십만 원’씩 하면서 액셀을 타고 다니던 나는 진짜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당시 나는 십일조가 아니라 십의 삼을 헌금과 구제비로 사용하였다. 그런 내용을 아는 이들은 나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사실 그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었다. 그럴수록 나는 겸손해지려고 노력하기도 했고, 내가 하는 일을 은밀하게 감추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신대원엘 간 후에 나를 찾아온 내가 다니던 교회의 부목사는 “집사님은 목회가 힘들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동안 쌓아놓은 것들이 집사님을 그렇게 해주고도 남을 것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듣기 싫지 않은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목사가 한 말과 정 반대가 되었다. 나는 공동의 소유를 실천하는 교회를 세우기 위해 먼저 내 재산을 공유한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하였고, 그 결과 나는 처참한 패가망신을 하고 지금까지도 이 시대의 실패자의 상징이며 별 볼일 없는 사람의 징표인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로 살고 있다.

나는 그야말로 수직하락을 했다. 이 시대 최고의 그리스도인의 사표에서 이 시대 가장 보잘 것 없는 신앙인의 본보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사랑으로 내게 주어진 최고의 은혜였다. 그렇게 속절없이 가난해짐으로 나는 복음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하나님 나라라는 내 가치관의 핵심인 세계관을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세상의 경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경제대로 사는 사람이 되었다.

하나님의 경제는 복잡하지 않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가 하나님 나라의 경제의 모토이며 핵심이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공동의 소유를 실천하는 교회는 먼저 하나님의 경제가 무엇인지를 배워야 하고 나는 거친 방식이지만 파산을 통해 그것을 배웠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깨닫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조금씩 배우고 익혀야 했다.

이제는 내게 공동의 소유는 더 이상 영웅적인 행위이거나 이상적인 행위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아비투스’가 되었다. ‘아비투스’란 반사적으로 드러나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그리스도인 양육은 곧 아비투스의 형성이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 아비투스가 되어야 그리스도인 지원자들은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었다.

나 역시 그 과정을 거친 것이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먼저 그리스도인이 된 匠人 그리스도인의 도제가 되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따라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아비투스가 형성되고, 그것을 보고 장인 그리스도인들은 도제 그리스도인의 세례 여부를 결정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다른 중요한 것이 있다. 장인 그리스도인이 도제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으로 낳았지만 장인 그리스도인이 도제 그리스도인을 제자로 여기지 않았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그들은 동등한 자매와 형제들이 되었다.

이런 사람들에게 공동의 소유는 너무도 당연한 삶의 방식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세례가 형식이 되고, 복음이 교리로 치환된 그리스도교에서는 이와 같은 삶의 방식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단들의 삶의 방식이라는 사고가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내가 신용불량자가 된 것은 오늘날 그리스도교가 그런 그리스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오늘날 그리스도교가 초기 그리스도교와 같았다면 공동의 소유를 실천한 내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아비투스를 형성해주신 분은 나보다 먼저 그리스도인이 된 장인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주님이셨다. 주님은 나를 이 시대의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어주시기 위해 친히 나의 아비투스가 형성되도록 나를 이끄셨다.

그 결과 나는 하나님의 경제를 말하는 이 시대의 이단아가 되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신자유주의체제 한복판에서 하나님의 경제를 말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정도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번민 유발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정체성이자 사명이 되었다. 그런 나를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우리 시대의 가난한 자들이 이토록 많은 것은 너무 많이 버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필요이상으로 많이 버는 것은 가난한 이들의 것을 빼앗는 행위이고, 내게 있는 쓰고 남은 것은 가난한 자들의 것을 약탈한 것이라는 교부들의 외침은 우리 시대를 위한 것이다.

나는 자매와 형제들인 그리스도인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돈을 많이 벌어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는 사고는 마귀의 속삭임이다. 그런 사람들은 많은 소출을 얻어 그것을 쌓아 둘 곳간을 지으려던 어리석은 부자(부자는 모두 어리석다!!)에게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아, 오늘밤에 네 영혼을 네게서 도로 찾을 것이다. 그러면 네가 장만한 것들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자기를 위해서는 재물을 쌓아 두면서도, 하나님께 대하여는 부요하지 못한 사람은 이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