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등급이라도 훨씬 큰 피해 줄 수 있어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허리케인 시즌이 한창이다.

지난 주에는 카리브해에서 5등급이었던 허리케인 베릴이 멕시코만을 통해 텍사스로 들어왔다. 바람의 세기가 1등급으로 대폭 줄어들었으나 270만 명이 전기를 잃고, 사망자가 8명이 나왔다. 1등급이라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이다.

<에이피통신>은 15일 허리케인이 아닌 열대성 폭풍이라도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몇몇 사례와 더불어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우선 2008년의 열대성 폭풍 '페이'는 플로리다에 네 차례 상륙하기 전까지는 위험한 폭풍의 규모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폭풍은 플로리다 주 전역에 며칠 동안 머물면서 일부 지역에는 25인치(64센티미터)의 비를 쏟아부었다. 홍수로 농작물이 죽고 집이 파괴되었다. 도로가 너무 침수되어 악어가 떠다니기도 했고, 응급 구조대원들이 집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기도 했다.

허리케인 강도와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크기'

허리케인의 바람의 강도를 1등급에서 5등급(5등급이 가장 강함)으로 측정하는 사피르-심슨 척도는 1973년에 등장했다.

예보관들은 폭풍의 심각성과 도달 범위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일종의 속기법으로 사피르-심슨 척도와 홍수 지도, 폭풍 예측 콘과 같은 다른 도구를 개발했다.

그러나 연방재난관리청의 전 국장 크레이그 퓨게이트는 이러한 도구들의 영향이 너무 커졌다며 "폭풍을 감시할 때 바람의 강도에만 적용되는 숫자가 아니라 허리케인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허리케인이 미치는 영향은 폭풍의 둘레, 이동 속도, 강우량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지형, 인구, 기반시설의 질 등 폭풍이 강타하는 장소도 중요한 요소이다. 토네이도는 폭풍의 크기에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

크기가 작고 빠르게 이동하는 5등급 폭풍은 파괴적이다. 그러나 이보다 등급이 낮지만 반경이 크고 습한 허리케인이 인구 밀집 지역에 상륙한다면 훨씬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퓨게이트는 지적한다.

예를 들어 허리케인 '찰리'와 허리케인 '아이다'는 모두 4등급 폭풍이었다. 그러나 2004년 플로리다 남서부 걸프 해안을 강타한 찰리는 파괴적이었지만 크기가 작았고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빠르게 세력을 잃었다.

반면 2021년 루이지애나에 상륙한 아이다는 큰 몸집으로 훨씬 더 광범위한 피해를 입혔다. 아이다는 미국 북동부까지 치명적인 토네이도와 치명적인 홍수를 일으켰고 뉴욕과 뉴저지에서만 60명이 사망했다. 또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피해가 컸던 폭풍으로 기록됐다.

폭풍 가까워질 수록 지역예보 참고해야

퓨게이트는 폭풍이 가까워질수록 허리케인 센터의 정보보다는 기상청의 지역 날씨 정보를 찾는 것이 더 좋다고 전했다. 허리케인 센터는 폭풍의 강도와 진로를 파악하지만 모든 지역적 영향을 다 알 수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국립기상청의 지역 사무소는 지역에 어떤 종류의 바람이 불고 어떤 종류의 홍수가 예상되는지 알려줄 수 있다.

퓨게이트는 폭풍의 잠재적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 FEMA 홍수 지역 지도에 의존하는 것은 사피르-심슨 척도에만 의존하는 것만큼이나 잘못된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지도상 홍수 위험 지역이 아닌 곳은 홍수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보험료가 더 저렴하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허리케인 예측 원뿔(cone)을 이해햐는 것도 중요하다. 즉 사는 지역이 원뿔 안에 들어 있지 않다고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다. 원뿔은 허리케인의 중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보여주지만, 그 영향권이 얼마나 넓게 뻗치게 될 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허리케인 아이다의 경우 원뿔 바깥쪽에서 사람들이 다치거나 사망하거나 막대한 재산 손실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