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모르고 지내기 쉬워...정기적 안과 검진 필요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녹내장(glaucoma 글라코마)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이상이 생김에 따라 시야결손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병증의 사인이나 징후 없이도 서서히 시신경이 손상되고 시력이 떨어져 급기야는 실명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 일컫어진다.
동공 안쪽이 녹색을 띤다 하여 녹내장으로 불리고 있는 이 질환은 당뇨병성 망막증과 더불어 가장 흔히 실명을 일으키는 무서운 안질환이다. 특히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다 보니 환자가 자각하게 됐을 때는 이미 손쓰기가 어려운 지경까지 가기도 해 위험하다.
안압 올라가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는 진행성 질환
각막의 뒷면과 수정체 및 홍채 사이에는 전방(앞방)이라 불리는 방수가 채워진 투명한 공간이 있다. 방수란 눈 속을 채우고 있는 액체를 말하는데,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안구 내부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각막 뒷면의 주변부와 홍채뿌리로 둘러싸인 전방의 주변부를 전방각(앞방각, 위 사진 참조)이라 부른다. 이곳은 방수가 빠져나가는 일종의 하수구 역할을 한다. 방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안압이 올라가고 시신경에 손상이 갈 수 있다.
전방각이 넓은 경우를 개방각이라 하고, 공간이 좁거나 닫혀져 있어 방수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경우를 폐쇄각이라 한다. 녹내장은 전방각의 구조, 녹내장이 발생한 시기 및 원인이 되는 질환 유무에 따라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원발개방각녹내장(primary open-angle glaucoma)
전방각이 개방되어 있고 원인이 되는 눈 질환 또는 전신적 이상이 없는 상태를 말하며, 정상 범위의 안압을 가지는 정상안압녹내장을 포함한다.
2. 폐쇄각녹내장(angle closure glaucoma)
전방각이 매우 좁거나 폐쇄되어 있고 개방각녹내장과는 달리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3. 선천녹내장(congenital glaucoma)
통상적으로 출생 후 처음 3년 이내에 발생하는 녹내장을 말하며, 원인이 없는 원발영아녹내장과 선천이상과 동반해 발생하는 녹내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4. 속발(성)녹내장(secondary glaucoma)
다른 질환으로 인해 안압이 상승하여 발생하는 녹내장으로, 수정체의 이탈, 심하게 진행한 백내장, 비듬 같은 물질이 눈 속에 쌓이는 거짓비늘증후군, 외상, 안구내 출혈, 포도막염, 진행된 당뇨망막병증이나 망막혈관폐쇄에서 발생한 신생혈관, 스테로이드의 사용 등이 원인이 된다.
위 4가지 중 미국이나 한국에서 가장 흔한 종류는 1번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컫는 녹내장이다.
안압이 정상이어도 녹내장 발생
최근까지는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안압 상승이 녹내장 발생 및 진행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단순히 녹내장을 안압이 높아서 발생하는 질환으로만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위임에도 불구하고 녹내장성 시신경변화가 나타나는 소위 '정상안압녹내장' 환자를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녹내장 환자의 70~80% 정도는 안압이 정상범위임에도 불구하고 녹내장이 발생하고 진행하는 '정상안압녹내장'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도 환자 10명 중 9명이 같은 범주에 속한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시신경의 혈류장애, 근시 등 안압 이외 인자도 녹내장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국립보건원(NIH) 웹사이트 정보에 따르면, 녹내장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특정인은 더 높은 위험에 처해 있다. 즉 히스패닉/라틴계의 경우 60세 이상,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40세 이상, 그리고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이다.
녹내장 90%는 만성
녹내장의 90%는 서서히 실명하는 만성이다. 초기에는 증세가 없으므로 환자들이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야가 바깥쪽에서부터 점차 잘 안보이게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인 경우 시신경이 5~10년 정도에 걸쳐 손상되며 시력 또한 서서히 떨어진다. 만약 신경이 70~80% 상했어도 시야가 죽지 않고 있다면 안압 조절, 시야 체크 등으로 계속 관리할 수 있다.
반면 폐쇄각녹내장의 경우 심한 눈 통증, 구토, 레드아이(붉은 빛 도는 눈), 시야가 흐려짐 등 갑작스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있을 경우 의사를 방문하거나 응급실에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40대 이후 적어도 1년에 1회 검진 필요
녹내장은 조기 진단해 되도록 일찍 시신경 손상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손상된 시신경 회복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녹내장은 완치할 수 없으며 고혈압처럼 발병 뒤 더 심해지지 않도록 평생 조절해야하는 안과질환이다. 40대 이후는 6개월에서 1년에 한번 정도는 정기적인 안과 체크를 하는 것이 좋다.
환자에 따라 약물, 레이저, 수술등 치료를 받게 된다. 환자의 80% 정도는 우선 안압을 낮춰주는 점안액 처방을 받고 있다. (한국질병관리청, 미국립보건원 정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