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내게 눈높이를 맞추라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지적하는 말이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눈높이를 낮출 생각이 없다. 그것은 내가 믿는 것을 실제로 믿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종의 ‘일중독’에 빠져 있다. 짧은 인생에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일종의 인간적인 강박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역시 인간이다. 내게 왜 그런 욕망이나 바람이 존재하지 않겠는가. 누가 뜬구름 잡는 듯한 인생을 살고 싶겠는가. 왜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무언가를 함으로써 가시적인 성취를 이룸은 물론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데리다가 말하는 것처럼 “종교란 불가능성에의 열정”이다. 종교가 만일 가능한 것만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종교가 아니라 인간적인 한계에 갇혀 있는 종교놀이내지는 착각이 된다. 우리는 그것을 바리새파 사람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아!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다! 너희는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면서, 정의와 자비와 신의와 같은 율법의 더 중요한 요소들은 버렸다. 그것들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했지만, 이것들도 마땅히 행해야 했다. 눈 먼 인도자들아! 너희는 하루살이는 걸러내면서, 낙타는 삼키는구나!"

바리새파 사람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가능한 것만을 추구했다. 그래서 정의와 자비와 신의와 같은 율법을 더 중요한 요소들을 버렸다. 예수님께서 지적하시는 정의와 자비와 신의란 율법의 더 중요한 요소들은 바리새파 사람들에게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들이 만일 불가능한 그것들에 주목하고 그것들에 도전했다면 그들은 위선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특히 예수님께서 그런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을 눈 먼 인도자들이라고 질타하시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왜 그들은 눈 먼 인도자가 되었을까. 그것은 그들이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것들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그들은 나아갈 바를 알지 못하고 더구나 자신들의 성취에 만족하는 자기도취에 빠져 위선자들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작은 것에 몰두하면서 더 큰 이야기이자 대 서사인 하나님 나라를 망각했다.

“하우어워스는 비전이란 도덕 주체자 자신이 따를 세상의 종류와 그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비전은 어떤 황홀경이나 환상 같은 빛, 또는 영적 체험이 아니라, 오히려 전수되고 가르침을 받아 알게 되는 지식의 ‘이상향’에 가깝다. 그래서 비전은 공동체적인 동시에 정치적이다. 공동체로 하여금, 구체적으로는 공동체의 개별 구성원들로 하여금 하나의 구별된 ‘미래’적 이상향을 확신하게 하여 현재를 살게 하는 힘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전은 속성상 ‘지금’을 우선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비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며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말한다. 그러나 그 비전으로 현재를 비추어 해석하기에 ‘지금’을 버리지 않는다. 비전은 충분히 실재할 수 있다고 믿을만한 도덕적·정치적 이상향이지만, 현재에 투영되어 인간이 지금 여기에서 그것을 성취하고자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후에도 다루겠지만 하우어워스는 이 비전으로부터 덕목들이 비롯된다고 믿는다.”(김희준, <스탠리 하우어워스 읽기>, Ivp, p,67)

하우어워스의 비전 이해는 미래와 현실을 이어줌과 동시에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빠졌던 위선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준다. 그것이 바로 비전이다. 그는 비전이 전수되고 가르침을 받아 알게 되는 지식의 ‘이상향’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는 절묘한 방식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이 무엇인지를 모두에게 일깨우고 있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도인들이란 비전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고 그 비전이란 전수되고 가르침을 받아 알게 된 복음의 ‘이상향’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그 ‘이상향’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다.

나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는 이들은 그 ‘이상향’을 버리고 현실에 눈높이를 맞추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철저하게 그것을 거부하셨다. 예수님은 현실에 눈높이를 맞추고 당신에게 오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거부하셨다.

그들이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예수께 말하였다. "나는 선생님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또 예수께서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 사람이 말하였다. "[주님,]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죽은 사람들을 장사하는 일은 죽은 사람들에게 맡겨두고, 너는 가서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여라."

또 다른 사람이 말하였다. "주님, 내가 주님을 따라가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집안 식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해주십시오."

예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다보는 사람은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사람들은 다양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먼저 해결해야할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매우 현실적인 것이었으며 예수님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단호하게 그런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셨다. 그들을 납득시키거나 결단을 촉구하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셨다.

그리고 그 이유를 하우어워스가 비전을 통해 설명해준다. (비전은) 공동체로 하여금, 구체적으로는 공동체의 개별 구성원들로 하여금 하나의 구별된 ‘미래’적 이상향을 확신하게 하여 현재를 살게 하는 힘이다. 우리는 하우어워스를 통해 믿음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고, 믿음의 삶이 곧 (미래적 이상향인) 비전을 지금 여기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

예수의 제자들로서의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먼저 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비전이라는 말씀이다. 하우어워스에 따르면 “비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며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말한다. 그러나 그 비전으로 현재를 비추어 해석하기에 ‘지금’을 버리지 않는다.” 하우어워스의 비전 이해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는 삶이 가장 현실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임을 알 수 있다.

내가 가진 비전으로서의 ‘소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는 것이며 나는 그것이 나의 지금의 삶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비전은 충분히 실재할 수 있다고 믿을만한 도덕적·정치적 이상향이지만, 현재에 투영되어 인간이 지금 여기에서 그것을 성취하고자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눈높이를 낮출 수 없는 이유이다.

“하우어워스는 이 비전으로부터 덕목들이 비롯된다고 믿는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 그의 말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왜 도덕적으로 수긍할만한 덕목들을 소유하지 못하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가능한 종교적인 행위에 몰두하고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라는 불가능성에 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위선자가 되고 그리스도인들이 마땅히 지녀야 할 덕목과 성품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가? 아니 비전이 있는가? 그것이 당신의 믿음은 물론 ‘지금’의 삶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