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요소 없이 사건만으로 진행, 이야기 밀도와 긴장감 높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톱스타 위주의 마케팅이나 로맨스 요소 없이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ENA 월화드라마인 '크래시(충돌)'이다.

드라마는 칼 대신 운전대를 쥔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하는 교통범죄수사팀(이하 TCI)의 수사극이다.

'크래시'는 다른 방송사들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ENA의 드라마임에도 4회 만에 시청률 4%를 돌파하고 방영 4주 차에 월화 드라마 전체 시청률 1위에 등극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1일 방송된 '크래시' 10회는 6.3%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ENA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최고 17.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이다. 이에 각종 드라마 커뮤니티에서는 '변방의 ENA에서 톱스타도 없이 성공한 드라마'라는 평을 내렸다.

'크래시'는 로맨스가 거의 기본인 한국 드라마 공식에서 벗어나 미국 드라마 수사극 방식의 구성과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채용해 오직 사건으로만 드라마 시간 분량을 채운다. 드라마에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관계 역시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식 연애 감정이나 플롯이 아닌 인간적인 믿음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교통범죄 수사라는 참신한 소재에 더해 이야기의 밀도와 긴장감이 높아졌고,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문의 사건이 발생하고 TCI 형사들이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는 수사물의 전형적인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크래시'는 인기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1•2를 연출한 박준우 감독이 연출했다. 두 작품은 실제 벌어졌던 범죄를 재구성한 듯한 현실감 있는 소재를 내세우고 있다. 크래시 의 첫 사건으로 등장한 교통사고를 가장한 노인 연쇄 살인 사건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했고, 이외에도 교통경찰의 자문과 여러 사건 기록을 토대로 각본을 써 현실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현실에서는 제대로 정의가 구현되지 않은 사건이 드라마에서는 실현되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차량 추격 액션 장면도 볼거리다. 첫회부터 범죄자를 쫓기 위해 차를 180도 회전시키는 묘기에 가까운 장면이 등장했고, 후반으로 갈수록 추격 액션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각자의 사연을 지닌 주요 등장인물들의 성장 이야기도 드라마 인기의 주요 요소이다. 다음은 주요 출연 배우들과 그들이 맡은 등장인물들이다.

배우 이민기는 서울남강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주임(경위)인 차연호 역을 맡았다.
과학고 조기 졸업 후 카이스트 수학과를 수석 입학한 인재이지만 사회성과 눈치가 없고, 사건 현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엉뚱한 캐릭터. 그러나 수학적으로 원인을 규명하는 능력과 특유의 꼼꼼함으로 TCI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간다.

차연호는 과거 대전에서 부모님을 뵙고 밤중에 운전을 하다 임산부와 남편을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한 일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운전에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생겼다. 이 교통사건에는 내막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배우 곽선영은 서울남강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반장(경위)인 민소희 역을 맡았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지독한 근성의 소유자. 타고난 순발력과 실전으로 익힌 무술 실력에 더해, 장난감 다루듯 자유자재로 차를 모는 운전실력은 범죄자들의 도망갈 의지를 상실하게 만든다.
민소희는 편부 가정에서 자라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가 모는 택시를 타면서 자랐기에 퇴근할 때마다 아버지가 데리러 오면 택시 안에서 바로 잠을 잘 정도로 굉장히 편하게 여긴다. 아버지가 택시기사로서 대대로 그랜저만 타왔기 때문에 전용 경찰차도 꼭 각진 그랜저로 몰고 다닌다.

배우 허성태는 서울남강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장(경감) 인 정채만 역을 맡았다.
숨어있는 원석을 골라 TCI를 만든 장본인. TCI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써 늘 한발짝 물러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팀원들이 자기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전 은동경찰서 교통계에서 경위로 재임하던 시절 임산부 부부의 교통사고 건으로 차연호와도 만남이 있었으며 해당 사건을 수사하다 불법수사를 했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좌천인 외직으로의 전근을 당했다.
아내가 자신이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주기위해 경찰서로 가다가 차량 뺑소니로 사망한 과거가 있다.

한편 12부작인 '크래시'는 이달 18일 종영할 예정이다. (<나무위키> <연합뉴스>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