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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검사 탄핵' 막은 헌법재판소 결정, 분노 넘어 환멸
[진단] 검찰의 '선 넘은' 유우성 보복기소, 최종 5 대 4 기각... 헌법 수호 어디로 갔나

검사 탄핵 청구를 기각한 헌법재판소와 관련해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현 법무법인 여해 변호사)이 페이스북에 쓴 글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오마이뉴스에 게재합니다.[편집자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5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이광철 기자

1.

지난 5월 30일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 청구 기각 결정(2023헌나2)이 며칠째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공직에 있는 동안 정치질해서 결국 대통령까지 된 어느 공무원의 행태를 생생하게 경험한지라 웬만한 일들은 다 이해하고 넘어가는 편인데, 이번 헌재 결정은 분노를 넘어 체념 그리고 환멸을 느끼게 한다.

2.

유우성씨에 대한 추가기소를 담당한 검사의 탄핵 여부에 대해 재판관 4명(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5명은 기각 의견을 표명했다.

기각 의견 중 2명은 추가기소가 검찰청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에는 해당하지 않아 검사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종석·이은애 재판관)을, 3명은 유우성씨에 대한 추가기소가 아무 문제없고, 보복기소도 아니라는 입장(이영진·김형두·정형식 재판관)을 내놨다(관련 기사 : 첫 검사 탄핵, 헌재서 막혔다... 재판관 다수 '권한남용' 인정했지만 https://omn.kr/28v99 ).

3.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 주류 기득권의 인식은 대개 이렇다.

인권의 문제 이전에 안보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북한에 대한 혐오와 멸시, 그러면서도 묘하게 가지는 공포감이 어우려져 국가보안법을 정당화한다. 변호사로서 국가보안법 변론을 하면서 숱하게 마주친 바 있다. 이런 인식은 그 자체로 동의할 수 없지만 또한 이것이 현실이다. 이런 인식을 가지는 것이 문제이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국민들이 가지는 북한에 대한 편향적 인식과 혐오감을 이용하여 사건을 조작하고, 그 조작이 무위에 그치자 결국 수사권 – 기소권 가지고 '장난'을 쳐서 추가기소(말이 좋아 추가기소이지 이건 명백한 보복기소다)를 했다면, 이것은 북한에 대한 혐오, 안보문제와는 다른 문제다.

공적으로 엄격하게 통제되면서 공익을 위하여서만 사용돼야 할 공권력이 특정 집단의 사적 보복의 의도 하에서 행사됐다는 점이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확인된 마당에 '헌법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본연의 임무인 헌법재판소가(이것은 내 말이 아니라 이종석 소장이 헌재 홈페이지에 소개한 말이다) 검사의 보복기소가 아무 문제가 아니라거나(3인 재판관),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2인 재판관, 이 중에 이종석 소장이 들어 있다), 도대체 검사의 행태 중 어떤 사안이 탄핵을 할만한 사안이라는 것인가?


▲ 안동완 검사 탄핵 심판 2차 변론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기소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된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의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이 3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는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피해자인 유우성씨가 방청석에 앉아 있다. ⓒ 이정민

4.

2013년 3월 4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유우성씨 국가보안법 사건의 유일한 증인이었던 여동생 유가려씨에 대한 증거보전 재판이 열렸다.

한국에 입국한 뒤 바로 국정원에 끌려가 오빠를 한번도 대면하지 못한 상태에서 5개월 동안 국정원의 독방에 갇힌 채 여러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유가려씨는 마침내 '오빠가 간첩'이라는 허위자백을 한 상태였고, 국정원과 검찰은 유가려씨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증거로 이를 보전해 두고, 유가려씨는 (중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추방하고자 했던 것이다.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오빠를 빼고는 한국에 자신을 도와줄 누구 한 사람이 없는 고립무원 상태에서 유가려씨는 "오빠가 간첩이라고 말하는 것이 오빠에게 좋다"는 국정원의 집요한 회유에 예속된 상태로 법정으로 와서 오빠와 한 공간에 있게 된 것이다.

이날 검찰과 국정원은, 유가려씨를 별도의 화상 중계장치가 있는 방에 분리해두고, 증거보전재판을 진행했다. 유가려씨 앞에는 국정원 직원 2명이 지키고 있었다. 검사 질문 이후 유우성씨가 여동생에 대해 직접 질문을 하면서 조작의 실체는 결국 드러나고 국정원-검찰의 추악한 공작은 파탄나기 시작했다.

이날 증거보전 법정의 풍경 및 실제 이시원-유가려-유우성의 법정 문답 및 대화는 최승호 기자가 <뉴스타파>에 쓴 글에 생생하게 실려 있다(해당 기사 보기).

나는 이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여동생을 5개월간 독방에 가둔 채로 "오빠가 간첩이라고 말하는 것이 오빠에게 좋다"고 온갖 협박과 회유, 설득을 하고, 마침에 법정에까지 온 유가려씨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리고 법정에서 오빠와 대면하지 못하고, 국정원 직원의 감시 하에 오빠가 간첩이라는 취지의 질문에 앵무새처럼 예라고 답해야 하는 유가려씨를 생각하면, 대한민국이 유우성·유가려 남매에게 가한 만행은 결코 용서될 수 없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5.

내가 이번 헌재 결정에 분노하고 특히 환멸스러운 감정이 며칠째 없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국정원과 검찰은 가혹행위와 회유, 협박으로 유가려씨의 오빠에 대한 애정과 걱정의 마음을 역이용해 '오빠가 간첩'이라는 허위진술을 만들어냈다. 그 시도가 파탄나 1심에서 유우성씨가 무죄를 선고받자, 이번에는 중국 공문서를 위조하면서까지 유죄를 만들어내려고 하다가 이마저도 탄로나고 결국 유우성씨는 국가보안법 무죄가 확정됐다.

그리고 나서 검찰이 빼든 보복의 칼이 바로 추가기소였다. 검찰 스스로가 기소유예한 것을 재기해 기소한 것이다. 공소권 남용의 인정에 인색한 우리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을 인정할 정도로 보복기소가 명확한 것이다.

최소한 유우성씨 사건에서 검찰은 정의니, 인권이니, 공익의 대변자니, 준사법기관이니, 객관의무니 하는 자신들을 치장하는 모든 수식어를 모조리, 철저하게 배신했다.

그들에게 수오지심이라는 덕목이 먼지 한톨만큼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유우성씨에 대한 추가기소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헌재의 다섯 분 재판관은 이러한 추가기소가 아무 문제가 아니라거나(이영진·김형두·정형식 재판관), 별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이종석·이은애 재판관). 이분들이 이 사건을 국가보안법 문제, 안보 문제, 북한 문제로 바라봤을까? 진보-보수 문제로 봤을까?

틀렸다. 이 문제는 이념의 문제도, 안보의 문제도 아니다. 오직 진실 그리고 헌법이 명언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문제다. 안보문제면, 북한 문제면, 여동생 분리 감금해 두고, "네 오빠 간첩이야,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오빠에게 좋아"라고 회유하는 것이 용인되는가? 한국의 사법제도도 모르고, 자신이 국정원에 진술하는 것이 어떻게 사용될지도 전혀 모르는 탈북입국자에게 자신을 방어할 아무런 수단도, 기회도 부여하지 않은채 5개월이나 독방에 가둔채 그런 진술을 받아내서 오빠가 간첩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무리 국가보안법 사건이라고 해도 정도가 있고,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는 거다. 이 사건에서 국정원도, 검찰도 결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어선 거다. 그리고 그 과오를 사과하기는커녕 보복기소를 감행했다.

지금까지 손가락에 꼽을 정도(내가 알기로 단 두건)로 공소권 남용 인정에 인색한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헌법수호자이자 인권의 지킴이를 자처하는 헌법재판소는 그것을 모른척, 별거 아닌척 해 버렸다. 그러고도 어디 가서들 헌법의 수호자이니 인권수호자니 거들먹거리고, 폼들 잡으시겠지...


▲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5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자리에 앉아 선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6.

이 사건에서 눈길이 가는 분이 김형두 재판관이다. 김형두 재판관의 태도에 특히 문제의식을 느낀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김형두 재판관을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하고, 이분에 대해 인신공격할 의사도 전혀 없다.

내가 이 사건에서 이분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는 그가 국회인사청문회에서 밝힌 장애를 가진 자제분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3월 국회에서 열린 헌재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김형두 재판관은 모두발언을 통하여 자폐성 장애 1급 진단을 받은 둘째 아들을 언급하며 자폐 아들 양육이 세상을 폭 넓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계기가 됐고, 헌법재판관이 되면 약자 보호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한 바 있다.

눈을 감고 천천히 생각해 본다.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자식의 장애상태가 평생을 통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장애아들의 존재가 세상을 폭 넓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계기가 됐고, 헌법재판관이 되면 약자 보호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그의 다짐은 온전히 진심이었을 것이다.

한편, 궁금한 대목이 있다. 그가 장애를 가진 자제분을 키우면서 세상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과 그 편견에 기초한 온갖 제도들, 기득권자들의 횡포와 대다수 사람들의 무관심과 방관을 느낀 적이 없었을까? 느꼈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런 경험이 있다면, 장애인이 아닌 다른 분야의 사회적 약자들, 가령 여성, 외국이주민 노동자, 탈북자 등에 대해 그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혐오, 그들이 처한 사회적 현실에 대해 한번쯤은 연민이든 연대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을까?

나는 김형두 재판관에게 무슨 대단한 역할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국가공권력이 북한에 대한 혐오와 안보, 이념을 들먹거리면서 한 탈북남매의 인륜을 이용해 그들에게 가한 만행에, 적어도 김형두 재판관은 경청해줬어야 했다. 자신의 가족을 향해 사회가 가진 편견에서 한 뼘 정도만 더 눈길을 넓혀보면 보일만한 일이다.

적어도 유우성 사건에서 안보니 북한이니 하는 거대한 이미지들을 거둬내면, 이 사건에서 남는 것은 국가권력이 탈북자인 사회적 약자 남매를 겁박해 간첩 사건을 만들어 내려고 했던 것뿐이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내 마음이 다 부끄러워지려 한다. 이것이 무슨 안보니 북한이니 문제인가? 국가권력이 그려면 안 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 자제분을 둔 김형두 재판관은 국가권력이 사회적 약자에게 가한 만행을 직시하고 사회적 약자의 말을 경청해줬어야 했다고 나는 본다.

7.

헌법재판소나 법원, 검찰, 경찰 등의 국가기관은 몸으로 치면 면역체계와 같은 것이다. 신체의 면역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암세포나 바이러스 등 몸 안팎의 공격으로부터 건강을 지켜낼 수 있는 것처럼, 헌법재판소나 법원, 검찰, 경찰 등의 국가기관의 존재가 정상적으로, 다시 말하면 애초의 취지대로 기능해야 국민들이 억울하고 불공평한 일을 당하지 않고, 나아가서 국가공동체가 건강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헌법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웬만한 일이면 넘어갈 것인데, 이번 결정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이런 정도의 일에 대하여 헌법수호자이며 인권의 지킴이인 헌재가 아무것도 아니라거나 별것이 아니라고 해 버리면, 도대체 앞으로 어떤 일들을 감당하고 감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5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자리에 앉아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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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짐: 2024년 6월 04일, 화 7:3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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