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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제] 미국
 
트럼프가 대통령 되면, 윤석열 정부는 이렇게 된다
[허리케인 칼럼] 미국 민주주의 쇠퇴의 교훈


▲ 크게 후퇴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 ⓒ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

(뉴욕=오마이뉴스) 강명구 기자 =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경제 악화와 언론 자유,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국민들의 자조 섞인 한탄이다.

특히 민주주의 후퇴는 심각한 수준이다.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년간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유일하게 민주주의가 후퇴한 나라다. 179개국 중 47위에 머물렀고, 독재화 위험이 있는 42개국에 포함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 법치는 대통령과 그의 가족 문제 앞에서 멈춰 서 있다.

미국도 민주주의 퇴행의 징후가 심각해지고 있다. 사실상 심리적 내전 상태다.

미국 민주주의 쇠퇴의 징후

상상해 보자. 선거 결과를 부정하며 무장 폭동을 일으킨 사람들을 애국자라 칭하고 사면하겠다고 공언하는 사람이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라고 한다면, 과연 그 나라를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요즘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되었다고 믿는 사람이 10명 중 3명이다. 공화당원의 10명 중 7명, 무당파의 10명 중 4명도 선거 사기와 부정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었다고 믿는다.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 중 상당수는 바이든이 당선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선거 부정과 사기라고 믿으며, 트럼프 본인도 패배 시 폭력 사태를 암시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다.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 교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도전받고 있는 것이다.


▲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원형 홀에서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상•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의 난입으로 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 연합뉴스/AP

이러한 민주주의 쇠퇴 징후는 2021년 1월 의회 점거 사태에 대한 인식 변화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당시 사건을 '폭동'으로 보는 공화당원이 10명 중 6명에서 4명으로, '반란'으로 보는 비율은 10명 중 3명에서 2명 이하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공화당원 중 절반 정도는 그 사건을 '정당한 시위'로 여기고 있다.

트럼프는 재선될 경우 의회 난입 사건 연루자들을 사면하겠다고 공언한다. 이는 선거 불복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또한,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하는 이들을 행정부 요직에서 배제하고, 법무장관이 자신의 지시에 따라 전 정권을 표적 수사하지 않으면 해임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하고 있다. 이는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위협하는 발상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들은 이러한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시사한다. 그의 가족과 측근이 장악한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트럼프의 부정 선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의 고용을 거부하고 있으며, 보수 싱크탱크들은 연방 공무원 조직을 트럼프의 지시에 따르게 하려 한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그의 두 번째 임기는 민주주의와 법치, 관용의 반대편으로 치달을 것이다. 그는 군경을 동원해 수백만 명의 불법체류자를 색출하고 강제 송환하며, 멕시코 접경에 장벽을 건설할 것이다. 또한, 범죄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군대를 동원해 시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의 지지자들이 그런 조치들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악영향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해 정보의 양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보의 버블에 갇히게 한다. 이는 편향된 정보 환경을 만들어 개인의 기존 신념을 강화하고 반대 의견을 차단하여,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의견을 나누게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건설적인 토론과 합의가 어려워진다.

트럼프는 이러한 미디어 환경을 영악하게 이용했다. 그는 선명한 이념과 과격한 수사로 기존 정치 질서와 엘리트층에 대한 강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해 워싱턴 정가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를 자극했다. 이는 그의 지지자들로 하여금 그를 기득권 타파와 변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특히, 그는 인종, 젠더, 다문화주의 등을 둘러싼 논쟁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려는 '정치적 올바름' 운동에 대한 거부감을 부추겨 보수 백인과 개신교계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그의 지지자들에게 트럼프는 단순한 정치인 이상의 존재, 즉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대변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 결과 트럼프에 대한 개인적 충성심은 정책 논쟁을 압도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그의 말과 행동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로 이어졌다.

트럼프 현상은 양극화, 문화적 갈등,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울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끼던 백인 노동자 계급, 보수 성향 기독교인들의 강한 불만과 반발심을 부추기며 열렬한 지지층을 형성해 왔다.

결국 트럼프 현상을 통해 드러난 미국 사회의 양극화와 분열은 단순히 정치적 노선의 차이를 넘어,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의 충돌이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다름에 대한 관용, 상호 이해와 존중, 열린 대화와 타협의 정신 등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어야 할 가치들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2기 대비한 한국의 전략적 대응

미국 사회가 이렇게 분열될수록, 패권국의 지위와 역할보다는 내부 갈등 해소와 재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남의 나라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개입주의에서 중립주의나 고립주의 외교 노선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즉, 세계 문제에 대한 개입의 범위와 부담을 줄이되,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 집중하고, 가장 취약한 동맹이나 나라들을 흔들어 미국의 핵심 국가 이익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 지지층은 미국이 더 이상 동맹국들의 '호구' 노릇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행정부보다 더욱 강경한 대외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주요 우방국들과의 동맹 및 경제 관계를 재조정하며 마찰과 긴장,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4월 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이 그 약한 고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만 바라보기'식 외교 노선을 고수해 오기 때문이다.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며 상대방의 선의에 기댄 외교는 실익보다 해가 더 많다. 이러한 위기 국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와 협력으로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고, 다자주의와 상호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와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전략적 선명성은 한국이 가진 패를 모두 보여달라는 강대국의 요구일 뿐이다. 오히려 핵심 가치는 전략적 자율성의 유지에 두고, 우리만의 독자적인 전략과 국익에 입각해 외교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한미 관계에서도 더 많은 국익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양극화, 문화적 갈등, 경제적 불평등, 정보편향 미디어 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현재 진행 중인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방치해 온 탓이 크다.

수많은 이들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 온 민주주의의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의식 있는 시민들이 더욱 적극 참여해 사회 각 분야에서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구현되도록 제도 개선에 뜻과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4년 5월 29일, 수 10:5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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