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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단독] 국정원 요원 법정 증언 "쌍방울 자금, 북미회담 거마비 가능성"
지난해 6월 20일 비공개 재판에서 언급... '경기도 비용 대납' 검찰 시각과 배치


▲ "친구로서 부탁하는데 상황이 어렵다. 200~300만 달러를 만들어 줄 수 있느냐?" 국정원 문건에 따르면, 2018년 12월 1일 북한의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중국 심양공항에서 만나 이렇게 요청했다. 국정원 요원은 이 요청을 '북미정상회담 거마비'로 해석했다. 사진은 그해 6월 10일 1차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성혜의 모습이다.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김종훈 기자 =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의 비공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블랙요원 김아무개씨가 쌍방울그룹이 북에 보낸 자금 중 200만 달러가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가 아니라 '북미회담의 거마비'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증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국정원 문건에 따르면, 2018년 12월 1일 북한의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전책략실장이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에게 이 돈을 요청하면서 "친구로서 부탁하는데 상황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안부수가 이 상황을 국정원 블랙요원 김씨에게 전달하면서 자금을 요청했으며, 김씨가 거절하자 안부수가 '쌍방울한테 이야기할까'라고 말했다고 김씨가 법정에서 증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증언이다.

이 200만 달러는 검찰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로 지목한 500만 달러에 포함되는 금액이다. 검찰은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500만 달러)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300만 달러)을 위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대신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냈다는 입장이다. 불법 대북송금 혐의(외국회거래법 위반)로 이화영 전 부지사와 김성태 회장 등을 기소했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공범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 블랙요원의 법정 증언은 검찰의 공소사실과 맞지 않는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씨가 비공개 법정에서 밝힌 '쌍방울 자금의 성격'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이화영 전 부지사 측 변론요지서(1)'에 따르면, 국정원 블랙요원 김씨는 지난해 6월 20일 열린 이 전 부지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북미정상회담 거마비' 가능성을 언급했다.

- 검찰 : "증인이 알아본 이 자금(북측 김성혜가 요구한 200만 달러)의 성격은 무엇으로 특정이 되었는가요?"

- 국정원 블랙요원 김씨 : "특정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첫 번째로 제가 생각했던 것은 (2018년) 11월 말에서 12월에 북미회담을 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그들이 회담을 참석하려고 할 때 움직일 수 있는 거마비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로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돈을 자꾸 요구하는 것은 통전부 측에서 중대한 임무를 띠고 어디론가 움직이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고 예측을 했었고요."

블랙요원 김씨는 거마비 가능성 이외에도 "북한 사회는 철저하게 상납구조"라면서 "하부기관이 상부기관한테 자금을 만들어서 바치는 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데, 통전부(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측에서 상부에 돈을 바치기 위해 이런 돈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나 추정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성혜, 안부수에게 자금 요청하며 "친구로서 부탁... 상황 어렵다"


▲ 김성혜로부터 자금 요청을 받은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2018년 12월 초 이 사실을 국정원 블랙요원 김씨에게 알려주면서 국정원에도 돈을 해줄 수 있는지 타진했다. 사진은 2022년 6월 안 회장의 모습이다. ⓒ 윤종은

변론요지서에 기재된 국정원 문건에 따르면,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자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실장을 겸임한 김성혜는 2018년 12월 1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을 중국 심양공항에서 만나 아래와 같이 말한다.

"친구로서 부탁하는데 상황이 어렵다. 시범농장 사업을 추진해야 하니, 200~300만 달러를 만들어 줄 수 있느냐?"

이 상황만 놓고 보면 검찰 주장대로 '경기도가 북한과 맺은 스마트팜 사업이 진척이 안돼 북이 빠르게 자금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공소장에 "UN 및 미국의 대북 제재 등으로 인해 북한에 약속한 미화 500만 달러 상당의 스마트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자 2018. 10월에서 11월경 김성혜로부터 미화 500만 달러의 지급을 수회 독촉받고, (이화영은) 김성태에게 경기도의 지원 하에 대북사업을 진행하라고 권유하면서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해 달라고 요구하였다"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측 김현철 변호사는 "2018년 11월경 이화영이 김성혜로부터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의 지급을 수회 독촉 받았다고 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김성혜는 황해도 시범농장 비용 200~300만 달러를 이화영 대신 안부수에게 부탁했으며, 이 시기 이화영은 김성혜를 만난 사실도 없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018년 11월 말은 김성혜가 성사시킨 하노이 회담을 석 달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회담이 성공하게 되면 대북제재는 완화될 것이고, 회담이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이 공통된 시각이었다"면서 "김성혜가 안부수에게 말한 200만 달러는 황해도 시범농장 비용이 아니라, 북미회담 진행을 위한 거마비로 보아야 한다. 국정원 직원의 지적처럼, 우리 시각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북한은 자기 부서의 사업비용을 스스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부수, 국정원에 "돈 해줄 수 있냐"... 거절당하자 "쌍방울에 이야기할까"

그렇다면 국정원 블랙요원 김씨는 왜 김성혜가 안부수에게 요청한 200만 달러의 성격을 검찰과 다르게 판단했던 것일까? 결정적으로 안부수가 처음 이 사실을 전하며 돈을 부탁한 대상이 이화영(경기도)이나 김성태(쌍방울)가 아니라 김씨 자신(국정원)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래는 김씨의 비공개 법정 진술 중 일부다.

"2018년 12월 초 안부수가 김성혜 일행을 만나고 한국에 돌아와 '김성혜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내가 자금의 성격과 규모를 파악하라고 안부수한테 임무를 줬다. 그러던 차에 안부수가 뚱딴지 같이 나한테 '돈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말 같지 않은 이야기 하지 말아라. 국가기관에서 돈 한 푼 쓰려면 얼마나 복잡한데, 그리고 한두 푼 가지고 될 것도 아닌데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 우리(국정원) 사업을 위해서 김성혜를 살리는 것도 좋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고 되는 것은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안부수가 혼잣말 비슷하게 '쌍방울한테 이야기할까'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정색을 하면서 '기업체한테 돈을 달라고 그래? 그건 말이 안 된다. 말 같지 않은 소리 하지 말아라'라고 일축했던 게 기억난다."

증언대에 선 김씨는 "(당시에) 나는 2018년 11월 말에 김성태 회장이 심양에 (안부수와) 같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안부수와 국정원 블랙요원 김씨 사이에 이러한 대화가 진행된 뒤인 2019년 1월 17일 쌍방울그룹은 조선아태위와 희토류 채굴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몇차례에 걸쳐 쌍방울에서 북한으로 돈이 넘어간다.


▲ 500억원대 횡령 및 800만 달러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이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4.19 ⓒ 연합뉴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4년 5월 28일, 화 10:4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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