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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방식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어제는 손자 녀석을 데리고 보라매공원을 갔다. 요즘은 어린이집에서도 많이 오고, 중·고등학교에서도 소풍이나 사생대회를 하러 온다. 당연히 사람이 부쩍 거린다. 아름답게 핀 꽃들과 5월의 싱그러움이 공원 전체를 감싸고 있다. 초록이 더해 가는 나무들 역시 너무도 싱그럽다. 녀석은 민들레 홀씨를 불기도 하고 작은 꽃들을 따서 선물이라고 내게 주기도 한다. 모래놀이터에서 한참을 놀더니 폭포를 구경하러 가잖다. 그래서 인공폭포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물을 만지게 해주었다. 녀석은 물을 너무 좋아한다.

그런데 한 노인이 녀석을 따라왔다. 우리가 돌아서자 마주치게 되었다. 똘똘하게 생겼다고 칭찬을 하면서 너무 예뻐서 한참을 쫓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서울대에 근무했었다며 이런 애가 서울대를 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꼭 서울대에 보내시라고, 이런 애는 반드시 서울대에 들어갈 거니까 보라는 말을 하였다. 나는 그냥 고맙다는 말만을 했다. 그리고 손자에게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를 드리게 했다.

아마도 그런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기분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손자 녀석의 미래가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내 아이들은 물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서울대 나온 사람들하고는 상종을 하지 말라고 한다. 특히 서울대 의대나 법대, 경영학과를 나온 사람들과는 절대로 어떠한 관계도 맺지 말라는 부탁을 한다.

열등감 때문이 아니다. 나는 내가 살아오는 내내 서울대를 나온 사람들을 만났다. 내 직장이 바뀔 때마다 다른 서울대 출신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니까 내가 서울대 나온 사람들을 경계하라고 하는 것과 내 자녀들이나 손자가 서울대를 가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일단 서울대를 들어간 사람들은 제대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람들을 줄 세우는 데에만 골몰한다. 선후배도 없다. 우병우가 자신보다 늦게 사시 패스를 한 서울 법대 선배들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특별히 우병우가 못된 사람이라 그런 것이 아니다. 서울대 출신 사람들은 성공의 크기에 따라 사람들을 비교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의 가치를 매긴다. 다른 대학을 나온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내 경험 안에 갇힌 것이라고 말하는 서울대 출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보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감의 능력이 아예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특히 아홉 번 만에 고시에 패스를 했으니 그의 자아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부풀어 있다는 사실은 당연하다. 윤석열 대통령 뿐만 아니라 서울대를 다닌 모든 사람들을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자아가 부푼다. 성적이 하위인 다른 학과 출신도 이 점에 있어 다르지 않다. 분명 내 경험일 뿐이지만 나는 자아가 부풀지 않은 서울대 출신 사람을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자아가 부푸는 일이야말로 치명적인 영적인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에서는 자아가 적당히 부풀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생각하는 건강의 의미가 다르다. 그리스도인의 건강은 다른 믿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강과 건강의 의미 자체가 다르다.

그것을 가장 분명하게 파악한 사람이 선각자요 예언자라고 할 수 있는 자끄 엘륄이다. 얼마 전 엘륄의 전문가로 알려진 호농과 엘륄의 조카 제롬이 한국을 찾았었다. 그들의 인터뷰 기사에서 내 눈에 들어오는 한 대목이 있었다. 호농이 한 말이다.

“엘륄이 중요하게 여긴 건 비非능력(non puissance)이다. 기독교는 언제나 권력과 가까이 있었다. 복음서에서 말하는 예수는 전능(tout puissant)했다. 하지만 능력을 실행하지는 않았다. 사탄이 기적을 행해 보라고 했지만 하지 않았고, 도망갈 수 있었지만 도망가지 않았다. 피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고난의 길을 택했다.”

비능력은 무능력이 아니다. 능력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섬김의 도구로만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능력이 있는 자나 능력이 없는 자나 모두가 똑같이 잘 살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평균이 바로 이 비능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초기 교회 기사에서 보는 가난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회는 바로 이 비능력을 통해 임한 하나님 나라다.

나는 늘 이 엄위한 역사적 사실의 의미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오늘날 그리스도교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세상과 똑같이 경쟁하고 능력주의에 함몰되어 세상보다 더 강력한 희생의 체제가 되었다. 이 슬픈 현실을 모르는 이유는 엘륄이 말한 비능력을 알지 못하고 비능력에 대해 들어도 그것이 하향평준화에 지나지 않고 모두가 함께 망하는 공멸의 길이라 주장하는 그리스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엘륄은 예수의 제자라고 한다면 비능력의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교회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권력과 결탁해 모든 것을 주무르려고 한다면 누구에게 득이 될까. 역사는 정치와 결탁한 교회가 어떻게 권력을 탐했는지 보여준다.”

이 짧은 인터뷰 기사에서 우리는 그리스도교 역사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그 모습이 바로 비능력을 상실한 그리스도교의 모습이며 그것은 예수를 알지 못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역사다.

내가 내 자녀들을 서울대에 진학시키지 않으려는 것과 서울대 출신 사람들에게서 절망을 보는 것은 내 시각이 전적으로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비능력이라는 관점으로 다른 사람들이 보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본다. 그런데 내가 보는 다른 세상이 바로 하나님 나라다. 만일 누구라도 비능력에 대해 이해하고, 비능력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음을 물론이요, 함께 잘 살 수 있는 오직 유일한 나라인 하나님 나라에 대해 ‘올인’하게 될 것이다.

“내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과 같이, 그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았습니다. 진리로 그들을 거룩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경쟁하는 세상 속에서 경쟁하지 않는 사람으로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승자독식을 거부하고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종이 되는 사람이다. 서로 사랑하기에 소유를 나누는 사람으로 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버지의 말씀대로 사는 것이며 진리를 따라 사는 삶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개인주의와 능력주의를 거부한다. 그러나 무능력자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모든 능력으로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섬긴다. 이 일에 내 능력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산다. 나는 이렇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라고 믿는다.

비능력은 그렇게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능력을 다해 섬기는 삶에 매진하는 것이다. 그것은 능력을 매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비능력을 행할 때 예수님에게서 드러났던 하나님 나라가 그리스도인들 주변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다.

그 일은 세상의 방식을 거부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개인주의와 능력주의의 총화인 서울대를 거부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 매도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이유다. 십자가는 자신의 토대가 허물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세상이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내는 미움이다.

나는 서울대뿐만 아니라 자아를 부풀게 하는 모든 승리(능력주의와 개인주의)를 거부한다. 그러나 어리석어 보이고 미친 것으로 보이는 이 모습이야말로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방식이다.
 
 

올려짐: 2024년 5월 27일, 월 12:3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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