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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미주 한인소식
 
"일본사람들이 광주를 위해 싸운 게 너무 감동이야"
[현장] 제44주년 광주민주화운동 도쿄 기념식...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특별강연도


▲ 제44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도쿄 신주쿠에서 열렸다. ⓒ 박철현

(도쿄=오마이뉴스) 박철현 기자 = "아빠, 5월 18일 행사 이번에도 하는 거 맞지?"

4월말 일본이 골든위크 장기연휴에 들어가던 날, 올해 중3인 셋째 아이가 물어온다. 원래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 행사에 매년 참석하는 아이인데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대해 말을 꺼낸다. 수험생이기도 해서 가자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는데 먼저 이렇게 물어주니 고맙다.

"당연하지. 너 갈 수 있겠어?"
"응. 토요일이라 괜찮을 것 같은데…"

아, 토요일이구나. 내친 김에 다른 아이들에게도 갈 수 있는지 물었다. 올해 대학생이 된 큰 아이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둘째는 학교 검도부 시합이 있지만 오후 2시에 끝나면 행사시간에 맞출 수 있다고 참석자 명단에 자기 이름을 올리라고 말해왔다. 아이들이 다 참석하거나 집에 없으니 와이프도 막내를 데리고 참석의향을 밝혀왔다. 결국 6인 가족 중 한 명만 빼고 다 참석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이 사실을, 이번 제 44주년 광주민주화운동 도쿄기념식의 주최를 담당한 김달범 김대중재단 일본위원회 대표에게 알리자 그가 갑자기 "그게 언제였었지? 너네 가족 다 온 적이 있는데 자료 사진 찾아서 나한테 보내 줘"라고 말한다.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은 항상 <오마이뉴스>에 송고하기 때문에 자료 사진도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작년 43주년 행사에 둘째와 셋째가 참석했기에 그걸 먼저 보여주니 "이거 말고 좀 더 옛날 것이 있는데… 한인회 사무실에서 했던 거"라고 말한다. 다시 한 번 옛날 기사를 찾는데 그의 기억이 정확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7년 5.18 기념식에 우리 가족 모두 참석했던 사진이 나온 거다.

"그래! 이거야, 이거. 이번에 행사할 때 쓰는 노트북 안에 이 사진 잘 넣어놔."

그렇게 시간이 흘러 5월 18일이 다가왔다. 올해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의 대형 회의실을 빌렸다. 화창한 토요일임에도 참석자는 80명을 웃돌았다.


▲ 제44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도쿄 신주쿠에서 열렸다. ⓒ 박철현

94세 권노갑 이사장의 생생한 5.18 증언

한국에서 귀한 손님들도 왔다. '김대중과 5.18'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맡아준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과 이훈평 전 의원을 비롯해, 지난 1월 김대중 영화상영회 때 참석했던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일의원연맹 조용래 사무총장과 함께 기념식장을 찾았다.

윤호중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1월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참석했을 때 5월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참석하겠다고 말씀드렸었다"라며 "한국이 아닌 도쿄에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나 뜻깊은 행사를 매년 열고 계시는 것을 보면서 5.18 정신은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권노갑 이사장은 1980년 5월 18일 전후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생생하게 전달했다.

"서울의 봄 이후에 신군부가 김대중 선생과 김영삼, 김종필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기 위해 이미 계획을 다 짜놨었어요. 김대중은 용공분자, 김영삼은 무능, 김종필은 부패라는 설정을 했어요. 그래놓고 표면적으론 부탁하는 겁니다. 학생들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니까 학생들 만나서 설득 좀 해달라 이런 식으로. 김대중 선생도 계속 이러다간 더 심한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 해서 일단 시위는 잠시 멈추자고 이야기가 잘 됐어요."


▲ 특별강연을 위해 한국에서 온 김대중재단 권노갑 이사장 ⓒ 박철현

"그렇게 5월 17일 밤 10시 반에 내가 학생들하고 완전히 합의를 보고 저녁 먹으러 광화문에 가서 전화를 하니까 서울 경비사 헌병중대 28명이 총검을 들고 이미 동교동 자택을 에워싸고 있다가 밤 11시에 총검을 들이대고 들어가서 아무 법적 근거도 없이 김대중 선생, 한화갑 비서, 김옥두 비서, 그리고 장남 김홍일씨를 무작정 서빙고로 끌고 갑니다. 그리고 계엄령이 선포돼요. 전두환은 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었던 겁니다."

"다음 날, 그러니까 5월 18일 김대중 선생의 체포, 구속을 전해들은 광주시민들과 학생들이 밖으로 나왔어요. 시민들의 요구는 크게 세 가지였어요. 김대중 선생을 석방하라, 계엄령을 해제해라, 미국은 전두환을 지지하지 마라. 즉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김대중 선생의 체포를 계기로 일어났고, 그 이후 진행과정에서 감동적인 시민의식과 저항의식, 민주주의 정신을 보여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의의에 대해선 매년 강연자를 모시고 13년 동안 해왔기 때문에 사실 거의 다 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훨씬 생생한 느낌, 그리고 불가사의한 감정이 들었다. 생생함은 1980년 5월 17일, 18일 그 현장에 있었던 분의 이야기라 그런 것일 테다. 불가사의한 감정은 지금 저 연단에서 50여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열변을 토하는 권노갑 이사장의 연세가 만 94세라는 것에서 오는 거다. 오죽하면 강연이 다 끝나고 질문을 드렸다.

"올해 연세가 아흔 넷이신데 한국외국어대 영어영문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고 틈나는 대로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들었습니다. 자세도 꼿꼿하시고, 말씀도 아주 잘하시고… 평소에 어떤 관리를 해오시기에 이게 가능한 건지 궁금합니다."

내 질문에 참석자들은 물론 권노갑 이사장님도 파안대소를 하며 말했다.

"원래 건강했어요. 운동도 좋아하고 복싱 챔피언도 했고… 근데 공부를 안 했지. 김대중 선생과 같은 목포상고를 나왔는데 김대중 선생은 신화 같은 존재, 천재로 이미 유명하신 분이고 문제는 난데, 암튼 고등학교 때 이러다가 졸업하면 깡패되겠다 싶어서 고3 되면서 1년간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들어갔는데 졸업하고 김대중 선생님 비서 되고 바로 정치 시작했으니까 공부할 시간이 계속 없었던 거예요."

"한 10년 전부터 시간이 좀 생겨서 이제 죽을 때까지 공부하자 싶어 대학원에 들어갔는데 이렇게 신이 나고 즐거운 건지 몰랐어요. 지금도 모르는 영어 단어를 알게 됐을 때 '와! 내가 이거 모르고 죽을 뻔했네'라는 생각에 그렇게 기분이 좋다니까요. 아참, 내년에 박사학위 따면 내가 기네스북에 올라가요. 지금 박사학위 기록이 92세인데 내년에 따면 난 95세에 딴 게 되거든요. 세계에서 가장 최고령자 박사가 되는 거지. 하하하."

그의 말이 끝나자 참석자들 사이에선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 역시 온갖 현대사의 격동을 직접 경험하고 눈으로 확인했던 그가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광주항쟁을 세계에 알린 일본인들

특별강연이 끝나고 광주MBC에서 제작한 "이름도 남김없이 – 우리가 광주였다"(일본어자막본, 43분) 영상 상영이 이어졌다. 일본어 자막이 나오자 같이 간 아이들의 눈이 커진다. 아무래도 일본어가 더 편한지라, 특히 셋째는 상영시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중간중간 탄성을 내지르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3시간여 동안 진행된 기념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늘 행사는 어땠어?"라고 셋째아이에게 물었다.

"작년에 영상 봤을 땐 사람들 죽고 쓰러지고 해서 너무 가슴이 아팠는데, 오늘 영상은 감동적이었어. 많은 외국 사람들이 광주 사건을 알고 세계에 알렸다는 거. 특히 세카에? 세카이?"
"세카이."

"응. 세카이(世界)라는 일본잡지가 적극적으로 광주사건을 알리고, 판화조각가 일본 아주머니가 바로 다큐멘터리('자유광주') 만들어서 상영회하고… 다른 외국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일본사람들이 광주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같이 싸워줬다는 게 진짜 감동적이었어. 작년 영상보다 올해 영상이 더 좋았어요."

셋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행사 시작할 때 김달범 위원장이 인사말 도중 7년 전 행사사진을 스크린에 틀면서 "그 때 초등학교 막 들어간 아이들이 이렇게 커서 참석했다"며 우리 아이들을 일부러 일으켜 세운 게 기억났다. 그는 "여러분 밥상머리 교육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라고 했었다.

사실 나는 별 생각없이 틈나는 대로 시간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행사에 왔을 뿐인데 요즘 셋째의 행사 후 감상을 듣다보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들기도 한다. 셋째는 다시 다이어리를 펴면서 말한다.

"다음 행사는 8월 18일이지? 김대중 선생님 추도식."
"응. 맞아. 근데 왜 물어?"
"다이어리에 기록해야지. 다른 일정을 넣으면 안 되잖아."

길거리 가로등 빛이 달리는 차 창문 사이로 들어와 다이어리에 일정을 쓰고 있는 그를 비추고 있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4년 5월 21일, 화 9:4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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