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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2)
이보교 시민참여센터 민권운동 순례기

(뉴욕=미주뉴스앤조이) 이보교시민참여센터 = 둘째 날 아침 8시 몽고메리에서 출발해서 셀마로 향했다. 80번 도로가 주를 이룬 약 45마일의 이 길은 1965년 셀마에서 몽고메리로 행진했던 길이다. 이 길을 1시간 20분에 걸쳐 달렸지만, 57년 전 사람들은 흑인들의 투표권을 위해 4박 5일에 걸쳐 걸었던 길이다. 사람 같이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릎 쓴 사람들의 얼굴이 길 위에 아른거렸다. 내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투표권, 그 종이 한 장 위에 수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눈물과 땀과 피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민권운동의 성지와 같은 셀마에 들어서자 순례단의 분위기는 사뭇 경건한 예배자와 같았다. 차별, 억압, 억울한 죽음을 비폭력의 행진으로 승화시킨 숭고한 발자국들이 곳곳마다 새겨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런 웅장한 역사의 면모와 달리, 셀마는 남미의 열악한 선교지와 흡사하리 만치 짙은 가난이 드리워져 있었다. 더욱이 얼마 전 토네이도가 할퀴고 간 흔적은 전혀 보수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고, 우리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런 긴장과 설렘 속에서 셀마의 첫 방문지인 잭슨 홈으로 향했다.

셀마의 잭슨 홈, Jackson House Historic Site

셀마에서 처음 방문한 곳은 설리번 잭슨의 집이다 (1416 Lapsley St, Selma, AL 36701). 이곳은 민권운동의 중요한 지표와 같다. 설리번 잭슨과 아내 리치 잭슨은 지역의 주요 지도자들이었다. 특히 잭슨 홈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셀마를 방문할 때마다 기거했던 곳이다. 킹 목사와 랄프 번치(Dr. Ralph Johnson Bunche)를 비롯한 당시 민권 운동 지도자들은 이곳에서 함께 꿈을 꾸고, 앞 일을 계획하고, 기도했다.


잭슨 홀 앞에선 순례자들

자기의 집을 열어 킹 목사를 받아들인 잭슨 가의 환대와 용기가 가슴 뭉클하게 한다. 잭슨 가로서도 목숨을 건 일이었을 것이다. 민권운동은 이렇게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는 일에서부터 확산될 수 있었고, 함께해야 할 수 있는 연대가 이루어졌다. 순례단의 한 일원이 말했다. 이곳은 예수님을 모셨던 베다니의 집 같은 곳이라고.

브라운 채플 AME 교회, Brown Chapel African Methodist Episcopal Church

1965년 8월 6일 린든 존슨 대통령은 투표권법에 서명을 하면서 이렇게 연설했다. "투표는 불의를 타파하고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을 가두는 흉악한 장벽을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브라운 채플 AME 교회는 바로 그 가장 강력한 도구인 투표권법을 얻기 위해 흑인들이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싸웠던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1964년 7월 2일에 민권법이 통과 되어 법적인 차별은 제거되었지만 당시 실질적인 차별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흑인들이 가장 시급하고 절실하게 원한 것은 투표권 이었다. 차별이라는 불의에 맞서서 투표권이라는 가장 강력한 도구를 얻기 위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저 유명한 '셀마-몽고메리 대행진' 이었다.


셀마-몽고메리 행진에 앞서서 브라운 채플 마당에 행진대열이 출발하기 위해 모여 있는 모습

그 대행진의 출발점이자 예배처, 기도처, 컨트롤 타워, 피난처, 야전병원의 다양한 역할을 했던 총본부이자, 셀마-몽고메리 행진의 출발점이 바로 브라운 채플 AME 교회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민권운동의 영적 심장'이라고 부른다.

3번의 행진 모두 집결지이자 출발지는 이 교회였다. 교회 앞마당에서 무릎 끓고 비장한 기도를 드리는 사진은 오늘날 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과 도전을 준다.

1965년 3월 7일,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로 불리는 1차 행진에서는 브라운 채플 AME 교회의 마당에서 기도한 600여명의 참여자들이 출발했으나, 에드먼드 패터스 다리(Edmund Pettus Bridge) 앞에서 곤봉과 최루탄을 사용한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진압으로 중경상을 입었고 그 중 한명이 사망했다.










1965년 3월 9일, 회군의 화요일(Turnaround Tuesday)로 불리는 2차 행진에서는 더 큰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다리 앞에서 회군해야 했다. 행진대가 연방법원의 행진 금지 명령으로 인해 에드몬드 패터스 다리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다가 회군한 것이다. 킹 목사의 회군 결정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때 킹 목사의 대답은

"내가 모든 비판을 받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 것보다 낫다”였다.

1965년 3월 21~25일, 3차 행진은 마침내 에드몬드 패터스 다리를 건너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행진하는데 성공한다. 킹 목사를 리더로 전국에서 모인 약 2만 5천명의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된 행진은 4박 5일 동안 45마일의 80번 고속도로에 지워지지 않는 발걸음을 새겼다.

그 결과 의회에서 투표권법안이 상정 및 통과되고, 마침내 1965년 8월 6일, 린든 존슨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다. 이로부터 2달 후, 1965년 10월 3일에 민권법과 투표권법의 직접적인 결과인 이민개혁법이 통과된다. 우리는 역사의 현장에서 배웠다.

한, 흑 사이의 화해와 연대의 첫 출발점은 우리가 지금 미국에 이민 와서 살고 있는 전부가 흑인들의 목숨을 건 민권운동의 결과인 것을 배웠다. 우리가 미국에서 평등한 투표권과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된 것도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흑인들의 희생과 헌신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자녀 세대들에게 알려줘야 할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배웠다.


브라운 채플 AME 교회 앞에서 기도하는 순례단원들

에드몬드 패터스 다리, EDMUND PETTUS BRIDGE




다리는 강이나 바다로 인해 단절된 장소는 물론이고, 사람과 물건 그리고 문화를 이어준다.

1965년 3월, 셀마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는 차별과 억압으로 단절된 권리를 되찾으려는 흑인들의 간절함이 만든 권리회복의 피 흘림을 증언하는 성스러운 곳이다. 이 다리는 인종차별과 폭력,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던 백인 경찰들에 저항하며 흘린 흑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곳이다.

1865년 노예제가 폐지되고, 1870년에 수정헌법 15조가 보장한 참정권이지만, 권리를 행사하기까지 100여 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더불어 법 조항을 현실화하는 과정은 희생과 죽음이 뒤 따르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로자 팍스가 몽고메리의 버스 보이콧 운동의 발화점 역할을 감당했다면, 어머니를 지키려던 흑인 청년 지미 리 잭슨의 억울한 죽음과 제임스 리브 목사의 죽음은 셀마에 집결되는 전국적인 민권운동을 촉발했다. 바로 이 전국적인 집결과 관심의 상징적인 장소가 에드몬드 패터스 다리이다. 이 다리 위에 수 없는 성직자들과 참여자들이 전국에서 모여 들었다.

이 다리 위에서 흑인 참정권을 요구하며 평화롭게 행진하던 참가자들에게 경찰은 잔인하게 폭행했고, 많은 중경상을 입혔으며 사망에 이르게 했다. 흑인을 비롯한 참여자들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참여자들은 몽고메리까지 행진하면서 ‘소수자의 투표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미 전역에 퍼뜨렸다.

에드몬드 패터스 다리는 백창우의 시처럼,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길은 시작되던 곳이다. 이 다리에서 기도하고 노래하던 행진의 대열은 마침내 5개월 후 투표권법을 이루는 놀라운 길을 열었다.

다리 아래로 앨라배마 강이 유유히 흘렀다. 강은 바다를 향해 흐르고, 이제 우리는 선배들의 신앙 양심과 용기를 따라 새로운 길로 흐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다리에 배인 평화의 몸짓, 평등의 외침, 강바닥에 배였을 희생의 피를 잊지 말자. 참여와 연대, 용기와 헌신으로 자유의 행진, 평등의 행진을 계속하라고 이 다리는 우리를 격려한다.

내셔널 투표권 박물관, National Voting Rights Museum & Institute

에드몬드 패터스 다리를 건너자마자, 허름하지만 그 안에 대단한 영성이 채워진 박물관을 찾았다. 전국 투표권 박물관이다. 셀마의 마지막 방문지이다. 이 박물관은 흑인의 투표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얻기 위해 투쟁한 역사의 상징적인 곳이다. 이곳에는 셀마의 역사, 흑인들의 투표권에 대한 투쟁의 역사, 흑인 인권운동에 관련된 사진, 비디오, 각종 문서, 개인 메모, 증인들의 증언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내셔널 투표 박물관 내부에서 안내원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순례단원들

그러나 실제 박물관의 모습은 낡고, 자료보관도 허술했으며, 전시상태도 빈약하였다. 마음이 아팠다. 나이가 지긋하신 흑인 안내자는 박물관의 역사를 목청 높이고 연신 땀을 훔치며 설명해 주셨다. 남쪽 억양이 강해 집중이 필요한 안내였다. 그럼에도 흑인들의 투표권 쟁취에 관한 역사를 전달하려는 후손들의 열정이 느껴져서, 우리는 코리안 아메리칸의 다음세대에게 과연 그와 같은 열정을 전수하고 있었는지 성찰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박물관은 흑인들의 비참했고, 불평등했던 과거 역사를 후세에게 가르치고, 투쟁의 역사를 기억하게 하여, 흑인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목적으로 세워졌다.

특히 전시된 사진들 중에서 인상 깊은 장면은 피의 일요일의 사진들이다. 흑인들이 투표권과 평등을 외치며 비폭력의 평화 시위로 다리를 건너 행진했을 때 중무장한 백인 경찰들은 큰 개들을 풀어서 사람들을 물게 하고, 몽둥이와 최루 가스를 발포하는 사진들이다. 흑인들이 거리에 개처럼 묶여 눕혀져 있었다. 이런 진압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보며 눈물이 났다.

이런 희생의 결과로 오늘날 한인들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들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역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 값진 열매의 유익을 누리고 있다. 우리는 흑인들에게 거룩한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 그 박물관을 나오면서 모든 사람들의 평등을 위한 흑인 자매들과 형제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4년 5월 20일, 월 4:3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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