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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애매해진 한동훈... 국힘 '반전 시나리오'도 틀어졌다
[4.10 총선 칼럼]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하는 정국...이번 총선은 정권 평가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손우정 기자 = 중재자 한동훈. 꽤 오래전부터 정가에 돌던 시나리오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을 밀어붙이고,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등장해 500명 수준 증원으로 극적인 타협을 이뤄낸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은 의사 집단의 반발을 물리친 개혁 투사의 이미지를 얻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파국적인 대치를 막은 합리적 개혁가, 중재자의 이미지로 총선 승리를 노린다.' 이 시나리오는 꽤 그럴듯해 보였다.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와 의대생이 사직서와 휴학계를 제출하고 의대 정원 갈등이 최고조에 오른 2월 마지막 주 대통령 지지율은 39%를 기록해 근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긍정 평가 이유 1위(27%)가 의대 정원 확대, 2위(10%)가 결단력과 추진력, 뚝심 때문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 윤석열 대통령 긍정 평가 이유의 1위가 '모름'이나 '응답 거절'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쾌재를 부를만했다.

야당은 급히 '선수 치기'에 나섰다. 지난 2월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가 일부러 2000명 증원을 들이밀며 파업 등 과격 반응을 유도한 후 이를 진압하며 애초 목표인 500명 전후로 타협하는 정치쇼로 총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시중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라며 적정 증원 규모로 400~500명 선을 제시했다.

이후 한동훈 비대위원장 역할론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런데 한 달 뒤인 3월 24일, 다시 한동훈 위원장이 '중재자'로 등장했다. 형식적으로는 의료계에서 정부와의 중재 역할을 한동훈 위원장에게 요청했다는 것인데, 한 위원장은 "건설적인 대화를 하는 것을 도와드리고 문제 푸는 방식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정가에서 예전의 '시나리오'가 다시 회자된 것은 물론이다.

여권에서는 의정 갈등 봉합이 열세로 돌아선 총선 판세를 반등시킬 마지막 반전 카드라는 기대가 나왔고, 정책 이슈를 통해 총선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호들갑도 보였다. 야권은 '정치쇼', '약속대련'이라며 반발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좀 달랐다.

입장 없음이 입장?


▲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 이혜훈(중구성동구을) 후보가 지난 25일 서울 신당동 떡볶이타운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 위원장은 24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면담한 뒤, 윤 대통령에게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덕수 국무총리에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해)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지시했다.

유연한 처리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이 '유연한 처리' 다섯 글자에 뭔가 숨은 뜻과 내용이 있으리라 추측했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내용은 면허정지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유연한 방안'이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정도였다. 이에 화답하듯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5일 예정대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 위원장의 중재로 총선 반전을 노리는 여권의 기대감은 크지만, 이 사태에서 그의 위치를 알 수 있는 파편들은 곳곳에서 나왔다. 25일 한 위원장은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과 신당동에서 가진 소위 '떡볶이 회동'에서 당이 중재, 조율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필수 의료 과목의 낮은 수가 문제, 의사 처우 개선 등의 수습 방안 이야기가 나왔으나 의대 증원 수 2000명에 대해서는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고 알려졌다.

같은 날 한 위원장은 서울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 후 의대 증원 규모 조정을 묻는 취재진에게 "제가 어떤 방향을 제시하는 건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거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가 중재자를 자임한 이후 나온 일련의 행보와 발언들은, 여당이 이제야 의대 증원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였다.

딱 허용된 만큼만의 중재


▲ 지난 1월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상황은 두 가지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는 의료계와 정부의 극단적 갈등 속에서도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제까지 이 문제에 대해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태를 바라보는 내부의 입장을 논의한 후에 중재에 나선 것이 아니라, 중재자의 역할을 허락받은 후에야 대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0년간 매년 1004명씩 증원안'을 제시하긴 했지만, 정부 기조와 대립하고 여당의 주류 입장도 아니다. 외려 예전부터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해 온 서울대 김윤 교수(더불어민주연합 비례 12번)가 2025학년도 정원은 정부안대로 2000명으로, 2026학년도 정원은 과학적 추계 과정을 거쳐 재조정하는 사회적 합의를 제안했다. 사실상 여당은 '대타협' 촉구 이상의 입장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이런 사실로 알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주도하는 의대 증원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사실상 아무런 주도권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적 지지가 강한 의대 증원 문제를 통해 마치 검찰이 범죄자를 단죄하듯, 공명하고 결단력 있고, 뚝심 있는 리더의 이미지를 되찾고 싶었을 것이다. 이 과정에 한동훈의 여당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올해 초, 사천(私薦) 논란과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두고 갈등을 빚은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충남 서천군 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분명하게 서열을 정리했다. 이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설이 조금씩 흘러나오긴 했지만, 사실이 무엇이든 한 위원장은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을 하지 못했다.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를 통해 여권의 대안을 보여주는 선거 전략은 더 이상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유연한 대처를 주문하자마자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그대로 받아 국무총리에 전달한 대통령의 모습은 한 위원장의 중재가 '허용된 만큼의 중재'라는 것을 시사한다. 그래서 예전의 '시나리오'는 절반만 맞았다. 중재자로서의 한 위원장의 정치력을 띄워 총선 승리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하는 정국 속에서 대통령 지지자와 비판자의 싸움으로 가고 있다.

이번 총선은 정권 평가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곧 한덕수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의대 증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 기구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정부로서도 총선을 앞두고 의료 개혁의 약발이 소진되며 다양한 부작용이 폭발 직전인 지금, 어떤 식으로든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배수진을 친 의료계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게다가 총선의 판세는 여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 협의 기구에서 양측의 명분을 쌓는 역할은 여당에게 부여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 여당에게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벗어난 어떤 자율적 중재의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 설령 정부의 양보를 끌어내더라도, 그것은 중재의 힘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허락 때문일 것이다. 여당의 대책 골몰은 대통령실의 의중 맞추기가 될 공산이 크다.

의료 개혁은 정권의 성격을 떠나 매우 중요한 우리 시대의 과제다. 진심으로 성공하길 바란다. 그러나 정치 논리로 의도적인 파국적 충돌을 부추기거나 어정쩡한 야합으로 종결된다면, 그 역시 엄중하게 평가받을 일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의 성격은 여전히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윤 대통령 얼굴 대신 한 위원장의 얼굴이 등장한다고 해도, 김건희 여사가 두문불출한다 해도.

덧붙이는 글 [기사 내 인용 여론조사]
○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 한국갤럽 자체로 무선 가상번호 전화면접원 조사 방식으로 진행
- 제576호 2024년 2월 5주: 2024년 2월 27~29일 조사 /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

*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4년 3월 26일, 화 7:1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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