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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가슴이 부서진 이들의 예배] 예배로부터의 자유
4·16 가족의 신학, 세 번째 이야기

(세월호 참사 후, 그리스도인 유가족과 연대인들은 예배팀을 구성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을 외치며 거리에서 기도회를 열어 왔습니다. 2024년 4월 참사 10주기를 맞아 지난 10년간 예배팀의 기록을 돌아보고, 세월호 가족들의 신학과 신앙을 살펴봅니다. 가족들과의 대담을 정경일 원장(심도학사)이 6회에 걸쳐 매주 월요일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서울=뉴스앤조이) 정경일 = 2015년 1월 4일부터 안산 화랑유원지 합동 분향소 앞 주차장 '기독교 예배실'에서 그리스도인 유가족과 시민이 매주 일요일 오후 5시에 모여 함께 예배하기 시작했다. 전국 곳곳에서 찾아온 교회와 단체의 그리스도인들은 유가족 곁에서 함께 울며 위로하고 유가족의 증언을 가슴으로 경청했다.

처음엔 작은 컨테이너 하나를 개조해 만든 협소한 예배실이어서, 그리스도인 유가족과 시민은 더욱 서로 가까이 앉아 한 몸처럼 아픔과 슬픔을 함께했다. 나중에 컨테이너를 하나 더 이어 붙여 공간을 두 배로 늘렸는데도 실내에 앉을 자리가 모자랄 때도 있었다. 예배실 바깥에 선 채로 예배드리는 이들의 모습은 비통하면서도 경건해 보였다.

합동 분향소 예배는 방문한 교회나 단체가 돌아가며 주관했기에 내용과 형식이 매번 달랐다. 그곳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린 때가 2018년 4월 29일이니, 3년 4개월 동안 유가족은 한자리에서 다양한 그리스도교 예배와 예전을 체험했다. 어쩌면 살아 있는 '예배학' 실습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예배를 경험해 오면서, 4·16 그리스도인 가족의 예배관과 신앙관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2018년 4월 5일, 안산 합동 분향소 컨테이너 기독교 예배실에서에서 열린 마지막 목요 기도회. 가족들은 2018년 4월 29일 주일예배를 끝으로 장소를 옮겼지만, 한 번도 예배를 빠뜨린 적은 없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배에 관한 생각의 변화

창현 어머니 / 예배에 대한 갈망이 저는 없어졌어요, 완전히요. 좋은 사람들 만나는 거, 그게 더 의미 있었어요. 하나님이 예배를 통해 그 사람들을 붙여 주셨다는 거, 그거는 인정해요, 인정. 그게 성도의 교제인가? 그분들과의 교제 안에서 진짜 하나님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다행이고 좋은 것 같아요. 전에는, 그러니까 참사 전에는 그냥 의무감에서였다면, 참사 후에는 자연스럽게 다가온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예배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그래서 제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 사람들 보면, 서로 닮아 갔다고 그럴까, 많이 닮아 가고, 서로 자연스럽게 물들어 가는 것 같아요.

교회 안에서는 뭘 잘하는 사람들, 뭔가 특별히 재주 많은 사람들이 부각되는데, 우리 예배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그 아픔 그대로를 바라봐 주고, 함께 동참해 주는, 그런 게 참 다행인 것 같아요. 내가 예배를 찾지 않아도 이렇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통해서 다가와 주시는 하나님이 감사해요.

예배의 형식이 있어야 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거, 저는 교회 다니면서도 그게 뭘까 잘 몰랐고 항상 물음표였는데… 그게 뭔지 알고 싶은 마음은 되게 많아요. 그거에는 갈망이 있어요. 나도 그러고 싶다, 그래서 자유롭고 싶다…. 저는 저의 존재를 찾고 싶은 것 같아요. 내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정말 궁금해요. 그걸 알게 되면 뭔가 되게 자유로울 것 같아요. 물론 교회에서 배운 것은 있는데,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태어났고 어쩌고 하는…. 그거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이론일 뿐이고… 나는 정말 잘 살아 내고 싶어요. 나에게 주어진 삶을 진짜로 잘 살아 내고 싶어요. 진실된 나로….

영과 진리로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 예배일 텐데…. 그래서 엄청 말씀을 읽었던 것 같아요. 성경을 엄청 파고들었어요. 근데도 잘 모르겠고….

지금은 자연을 통해서 저를 많이 발견하는 것 같아요. 변화무쌍한 자연을 보면서 나도 저 자연의 일부일 텐데, 하는 생각을 해요. 눈에 보이는 자연은 되게 뚜렷하잖아요. 봄 되면 싹이 나고 꽃이 피고…. 근데 나는 이렇게 살려고 태어났나? 이런 건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저는 저를 찾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좀 혼란스럽긴 해요. 예배만 말하는 게 뭔가 틀에 갇히는 느낌이에요. 예배라는 단어가 어떤 틀에 가두는 느낌이 있거든요. 예배라는 시간과 공간이 따로 있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창현 어머니 최순화 씨 / 문지성 어머니 안명미 씨 _사진 조선재(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

시찬 어머니 / 예전에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교회 목사님들이 설교하는 것을 들으면,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가르치는지 그렇지 않은지 구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나는 창현 언니처럼 자유 그런 거는 생각 못 하고, 말씀을 잘 파악할 수 있게 된 게 마음 편하긴 한데, 예배나 교회에 대해서는 불안감도 있어요. 예배를 이렇게 드리는 게 맞는 건가, 다르게 변화해야 되나, 그런 것이요. 시찬 아빠처럼 벗어나지는 못해요.

시찬 아버지 / 내가 볼 땐 벗어났어.(웃음)

시찬 어머니 / 내가 전에 생각했던 것에서 벗어난 것을 자유스럽다고 해야 하나? 근데 그 자유를 저는 잘 못 느끼겠어요.

창현 어머니 / 이전의 교회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시찬 어머니 /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그렇다고 너무 벗어나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서 예배팀 정경일 원장님, 목사님들과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시찬 아버지 / 전에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는 안 드리면 숨을 못 쉴 것 같아서 드리는 예배였다면, 4·16 생명 안전 공원 예배는 그냥 편한 숨이 쉬어지는 예배였어요. 예전에는 예배가 내 삶에서 가장 큰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4·16 생명 안전 공원 예배에서도, 서울 목요 기도회에서도, 저는 연대에 더 무게중심을 둬요. 그분들과의 만남, 함께함, 이런 것이 더 중요해요. 그래서 예배 형식이나 모든 것을 다 탈피할 수 있어 더 자유로울 수 있고, 그분들 얼굴 보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너무 감사해요. 서로 이렇게 힘을 얻고, 그런 게요.

시찬 어머니 / 저는 생각이 달라요. 시찬 아버지는 그걸 연대라고 하는데 저는 그게 예배라고 생각하거든요.


시찬 어머니 오순이 씨. 사진 제공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 조선재

지성 어머니 / 예배드리러 가서 이렇게 앉아 있으면, 어떤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런 마음도 있지만, 구약시대에 제사 형식이 필요했던 것처럼 하나님은 어떤 틀을 원하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그냥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하나님은 기뻐하실 거다, 정말 내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만나고 싶다, 이런 생각도 해요. 내가 오늘 하나님 앞에 찬양드리는 게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이기도 하고, 이런 것을 더 간절하게, 하나님 마음에 들게 예배드리고 싶다, 이런 마음이에요. 그래서 내 마음을 드리지 못한 예배 형식은 깨도 되고, 진정으로 내 마음을 드린 예배 형식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에는 모든 예배를 다 참석해야만 하나님이 기뻐하실 거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예배드려도 정말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드리고 싶어요. 내가 정말 하나님 앞에, 오늘 이 시간, 나를 다 내려놓으면, 하나님은 나를 기억하시고 나를 사랑하실 거라고 믿어요. 이게 더 간절해졌다고 해야 할까? 어떤 때는 주일날 뭔 일이 있어서 나가 보기도 해요. 옛날에 가졌던, 개근상 타야 한다, 이거는 탈피하고 싶어요. 제가 이렇게 실험을 하는 건지, 하여튼 해 보는 거예요. 하나님 앞에 제대로 서고 싶지만 매이지는 말자….

시찬 아버지 / 요즘 청년들을 만나거나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교회라는 틀을 깨라. 그게 오히려 너의 신앙에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난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그 틀을 깼지만 큰일 안 난다"라고 얘기해요. "그 틀을 못 깨면 그 속에서, 그냥 고치 속 누에처럼 계속 있는 거지", "날지 못할 거다", 그렇게요. 근데 (사람들이) 그 틀을 잘 못 깨는 것 같아요.

지성 어머니 / 갈급하다고 그럴까, 저도 계속 찾아가는 거예요. 제가 정말로 하나님 보시기에 '하나님 자녀'로 살아가야 하는데, '교인'으로 살아온 인생이었어요. 그래서 교인이 아닌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야 한다, 하나님이 나를 묶어 놓고, 그러시진 않을 거다…. 이렇게 자꾸 하나님의 관점에서 살아 보려고 노력하는 거죠.

시찬 아버지 / 가족들이나 교회 다니는 친구들이 그런 질문을 많이 하거든요. "너 교회 떠났는데 괜찮아? 그건 하나님 안 믿는 거잖아." 그러면 제가 항상 고백하는 게 있어요. 하나님과 나의 일대일 관계는 변함이 없지만, 세월호 이후 교회와 나의 관계는 변했다고요.

지성 어머니 / 저도 처음엔 교회와 어긋나게 해 봤거든요. 교회에서 이렇게 해, 저렇게 해, 하면, "안 해!" 막 그랬어요.(웃음) 나 스스로 이렇게 반항하는 거지. 그 틀을 깨려고 혼자 몸부림치는 거지, 혼자, 그랬어요, 지금도…


순영 어머니 정순덕 씨. 사진 제공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 조선재 ​​​​​​​

순영 어머니 / 교회 목사님이 말씀하시는 거하고 우리 생명 안전 공원에서 예배드리는 건 다르죠. 그치만 내게는 다 신앙의 선배들이에요. 참사 후 초기에는 너무 갈급해서, 교회를 그냥 불이 나게 쫓아다녔어요. 그리스도인 유가족 예배 가는 것도 너무 좋았고요. 근데, 교회 전도사님이 그러시더라고. 한 번 교회 못 나온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이제 조금 느긋한 거는 있는데, 예배를 안 드리면 마음이 무기력하고 우울해서 주저앉게 될까 봐, 그래서 더 갈급함으로 가는 것 같아요.

순영이 다니던 교회 목사님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갔다 왔는데, 사모님이 나한테 그러시는 거예요. 순영이가 엄마 아빠를 천국에서 기도하며 구원하겠다고 얘기했대요. 나는 그런 얘기 처음 들었지. 나중에 하나님이 내게 '순영이는 나와 있다', 뚜렷한 음성을 주시더라고요. '사랑한다. 네 죄 때문에 내가 죽었다', '천국이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도 천국이 있다'. 엊그제 목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엘리사가 수넴 여자의 죽은 아들을 살린 얘기를 해 주시면서, 내가 이 세상에서 아들을 다시 못 만나면 천국에 가선 꼭 만나게 해 주신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창현 어머니 / 그게 위로가 됐어요?

순영 어머니 / 네, 위로가 되었어요.

(나는 순영 어머니의 말을 듣고 속으로 약간 긴장했는데, 그게 겉으로도 나타났나 보다. 내 상기된 얼굴을 본 순영 어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집중해서 듣고 있는 거라고 말씀드리며 긴장을 풀어 드렸다. 사실 나의 반응은 세월호 참사 후 "세월호 참사에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 "아이들이 천국의 하나님 품에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 같은 말에 그리스도인 유가족이 상처 입는 것을 가까이서 목격했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다른 부모님들이 불편한 마음을 갖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던 거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폭설이 내리던 어느 겨울날, '하나님의 뜻' 이야기를 듣고 예배 중에 항의하고 뛰쳐나간 적이 있던 시찬 아버지가 세상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시찬 아버지 박요섭 씨. 사진 제공 4·16생명안전공원 예배팀 조선재

시찬 아버지 / 천국의 소망이 없으면 위로가 안 되죠.

창현 어머니 / 순영 언니는 하나님과 첫사랑을, 계속 사랑하고 계신 것 같아요.

순영 어머니 / 네, 전도사님이 우리 집 심방을 오셔서 "하나님이 무척 사랑하고 계세요" 그러더라고, 나보고.

창현 어머니 / 행복해 보인다.

지성 어머니 / 누가?

창현 어머니 / 순영 언니가.

지성 어머니 / 이 언니가 처음 교회 다닐 때, 영적으로 되게 행복했어. 나하고 그런 얘기 많이 했어, 처음에. 이 언니가 날마다 교회 쫓아다니며 살았잖아. 정말 그렇게 살았어요

순영 어머니 / 그때가 얼마나 힘든 시기예요? 근데 눈만 뜨면 예수님 생각이 나. 세상이 줄 수 없는 그 황홀함…. 아무나 보고 퍼 주고 싶고…. 어떤 할아버지가 길에 앉아 있는데, 너무 안타까워 돈도 드리게 되더라고….

시찬 아버지 / 어떻게 보면 숨구멍을 거기서 찾으신 거죠.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교회를 떠난 사람들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참사를 통해서 교회를 알게 된 사람들의 목소리도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좀 더 자주 이렇게 얘기를 들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에 참여하고 있는 유가족 중에는 교회를 떠나지 않은 이도 있고, 떠났던 교회로 다시 돌아간 이도 있고, 참사 후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이도 있고, 여전히 교회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 이도 있다. 당연히 이들의 신앙과 신학은 다르다. 하지만 유가족은 그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지 않는다. 부모끼리는 신앙의 고민과 의문을 자유롭게 나눈다. 가끔은 하나님에게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도 거침없이 토로한다. 다른 상황에서라면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관점의 차이도 이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다. 하기야 10년의 세월을 함께해 온 이들이 눈물과 신뢰로 다져 온 관계의 지반을 관점의 차이가 흔들 수 있겠는가.)

예은 어머니 / 만약 제가 화정교회 안 다녔고, 또 박인환 목사님이 화정교회 안 계셨으면, 전 지금 교회 안 다녔을 거예요. (예은 어머니는 박인환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화정교회 전도사다.)

시찬 아버지 / 맞아요, 100%!

예은 어머니 / 아직도 창현 언니처럼 저도 하나님과 씨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씨름하는 장소 중에, 그래도 마음껏 씨름할 수 있는 장소가 생명 안전 공원 예배인 것 같아요. 저는 오늘 성서 본문을 읽고 영과 진리로 예배드리는 게 뭘까 고민해 봤어요. (유가족이 신학 대화를 나눌 때마다 예배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성서 말씀을 함께 읽었다. 이날 읽은 본문은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성의 대화가 있는 요한복음 4:19-24 말씀이었다.) 예전에 생각했던 건, 영적으로 충만하고, 방언을 하고, 뭔가 하나님의 은사를 받아서 하나님의 뜻을 바로바로 스캔하듯이 알 수 있는 그런 거였다면, 지금은 그게 아니라 예수님이 주시는 건 선명하게 죽음하고 부활, 딱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예수님은 죽음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정말 순간을 살다 가는 사람이라는 거를 알게 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근데 저희가 이렇게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제일 힘든 게, 아이들하고 접점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내가 죽기 전에 우리 아이와 교감하고, 느끼고… 그걸 꿈꾸잖아요. 단지 보고 싶은 마음을 넘어서서요. 근데 저는 생명 안전 공원 예배를 통해서 그걸 많이 해소하는 것 같아요. 생명 안전 공원 예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보고 느끼고, 또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교회 안에서보다 더 선명하게 느끼는 장소인 것 같아요. 우리는 오감을 갖고 있다고 하잖아요. 근데, 그 오감 말고도, 우리한테 눈앞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느끼게 하고, 하나님뿐만 아니라 먼저 간 우리 아이들을 느끼게 해 주는 공간, 그게 정말 진정한 예배의 공간이 아닌가 싶어요. 또 생명 안전 공원에서 예배드리다 보면, 같이 예배드리는 사람과도 뭔가 일체감을 확 느끼잖아요. 같이 기뻐하고, 같이 울기도 하고, 그런 거를 느끼게 하는 그 공간이 예배예요. 그 이유가 뭘까? 그건 바로 우리가 순영 언니처럼 하나님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 아이들을 만나고 싶은 그런 마음, 그런 마음들이 있어서인 것 같아요. 우리 예배에서 그런 게 확 열리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영과 진리로 예배하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찾는 장소가 바로 예배인 것 같아요.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사는 게 아니고,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 또는 내가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을 자꾸 고민하며 찾게 하고, 그 과정에서 뭐가 옳은지에 대해서 나한테도 묻고 하나님한테도 묻고, 그런 공간이 예배가 아닌가 해요.

물론 교회에서 목사님을 통해서 생각이 많이 열리기도 하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되고요. 하지만 교회에서의 예배는 어떤 정답을 듣기 위해서 그냥 듣기만 하며 앉아 있는 수동적인 공간이라면, 우리가 교회 밖에서 드리는 예배는 굉장히 능동적으로 하나님과 씨름하고 싶은, 우리 아이들을 데려와 만나고 싶은, 적극적으로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만나고 싶어 하는, 그런 공간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더 생동감 있는 예배가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예배가.

그런 마음을 나만 갖고 있는 게 아니고, 우리 예배에 오는 분들도 같은 마음인 것 같아요. 지금 벌어지는 상황에 같이 안타까워하고, 그런 마음으로 와서 예배하며 우는 거잖아요. 같이 예배드리면서 그 마음을 서로 쫙 공유하면서 하나가 되는, 그런 경험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영과 진리로 예배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느끼게 해 주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예은 어머니 박은희 씨. 사진 제공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 조선재

시찬 아버지 / 저는 전에는 하나님의 응답도 받아 보고, 하나님의 기적도 보고, 그런 일들이 있었거든요. 특히 선교 현장에선 진짜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랬어요. 근데 세월호 참사 이후로는 이 양반이 너무 답답하게,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해 주시고… 기적도 안 베풀어 주시는 것 같고, 그래요.

창현 어머니 / 그래서 믿을 만한 분이 아니라는 게 깔려 있지. '내가 얘기해 봤자 뭐…' 이렇게….

시찬 아버지 / 아니 아니, 하나님과의 일대일 관계를 의심하는 건 아니고요. 왜 그때는 그렇게 잘 응답해 주시더니, 왜 세월호에 관해서는, 내 자식 문제에 관해서는 이렇게 일절 대답을 안 해 주시나, 그렇게 간절히 바랐던 기적도 안 베풀어 주시고, 왜 그러셨지…. 그런 물음엔 전혀 응답을 안 하세요. 10주기 다가오고 있는데, 10주기 지나고 나면 이 양반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창현 어머니 / 교회에서 성경에 대해 화려한 언변으로 교인들을 확 사로잡는 설교를 하지만, 성경을 읽어 보면 그냥 인생사의 반복이더라고요. 다윗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나요? 솔로몬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나요? 아니더라고요. 다 그냥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아갔더라고요, 누구나. 요셉도 마찬가지고요. 그들을 부러워하도록 설교로 포장을 잘하는데, 그게 인생이라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삶이 힘들고 아프지만, 그래도 살아 내는 것인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성경이 다시 보이는 거예요. 그때는 위대했다는 인물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너무나 고달픈 인생을 살아간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지,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정경일 / 부모님들 이야기를 들으니 지난주에 읽고 눈물 났던 문장이 생각나요. 뭐냐면 "십자가는 하나님에게 버림받았지만 하나님을 버리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거예요.

지성 어머니 / 우리가 그렇지….

예은 어머니 / 나는 아직도 왜 이 세상이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선과 악이 왜 있는지, 악인은 정말 죽음 이후로 심판이 유보된 건지, 너무 이해가 안 돼. 그렇다면 이 세상을 살아야 되나….

*

이러한 물음들을 목회자나 신학자는 관념적 사변으로 다룰 때가 많다. 하지만 4·16 가족은 그 물음을 삶 속에서 치열하게 붙들고 씨름하고 있다. 하나님을 믿는 4·16 그리스도인 가족은 참혹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 교회를 떠나도 하나님은 떠날 수 없는 이유를 찾는다. 명료한 답은 없지만, 그래서 이들의 물음은 더 소중하다. 그 물음이 신앙의 동아줄이 되어 하나님과 이들을 단단히 연결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족은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드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을 나눴다. 예배에 대한 유가족의 생각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는 일치한다. 교회라는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형식으로 드리는 것만이 예배라는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영과 진리 안에서라면, 모든 곳이 예배의 장소가 되고, 모든 때가 예배의 시간이 되고, 모든 것이 예배가 된다는 것을 삶 속에서 깨달았다. 4·16 그리스도인 가족은 예배를 중단하지도, 포기하지도, 떠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예배를 교회의 좁은 울타리 너머 너른 세상으로 확장했다.(계속)
 
 

올려짐: 2024년 3월 25일, 월 2:0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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