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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33년 만에 문 닫은 학전, 참 고마웠습니다
라이브 콘서트 문화의 발원지, 학전을 떠나보내며

(서울=오마이뉴스) 안치용 기자 = 까까머리 고등학생 시절에 친구가 준 카세트테이프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직접 녹음해서 우정의 선물로 준 테이프에서 기타 반주와 함께 흘러나온 낮은 목소리. 읊조린 가사가 생경했고 내가 알던 대중가요와 달랐다. 이연실의 '목로주점'이나 남궁옥분의 '꿈을 먹는 젊은이', 옥슨80의 '그대 떠난 이밤에' 같은 당시 인기를 끈 노래와 너무 달랐다. 당시 가요계의 절대 강자 조용필과도 결을 달리했다. 대학에 입학해서 그가 김민기이고 그 노래가 '작은 연못'이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1991년 2월에 대학을 졸업했다. 백수였다. 졸업식을 마치고, 아버지 퇴직 후 부모님이 이사한 경기도 촌구석으로 내려갔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부모님의 작은 농사를 거들고 아침저녁으로 개와 시골길을 걸었다. 백수인 꼴을 보이기 싫어서 학교 도서관을 마다했기에 이런저런 정보를 듣고 술이라도 먹으려고 가끔 상경했다. 그해 4월 26일 명지대생 강경대가 경찰의 폭행으로 사망했다. 사건의 여파가 컸다. 4월말부터 5월까지 강경대의 죽음을 항의하는 분신이 이어져 모두 8명이 불에 타서 죽었다. 대단한 운동권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학생이 백수가 되니 그 상황이 무력했고, 두려웠다.

분신정국의 와중에 김지하가 <젊은 벗들! 역사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죽음의 굿판 당장 걷어치워라>는 칼럼을 썼다. 그것도 조선일보에. 그 김지하가 맞나 싶었고, 지금이야 익숙하지만 사람이 얼마나 표변할 수 있는지를 실감한 첫 사례였다.

운동권에서 김지하와 어깨를 나란히 한 인물로 알려진 김민기는 1991년 3월 15일에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을 열었다. 배울 학(學)과 밭 전(田)이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정권을 허망하게 군사정권에 내어주고 보통 사람 노태우의 서슬이 퍼렇던 1991년에 그는 극장을 열고 예술인을 불러 모았다.

학전의 꽃 '김광석'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극장 학전블루 앞에서 시민들이 폐관을 하루 앞두고 열리는 '학전, 어게인 콘서트'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해 11월에 나는 사회인이 됐다. 요절한 가수 김현식의 유작인 '내 사랑 내 곁에'가 폭발적인 사랑을 받을 때였다. 1990년 11월 1일 숨졌으니, 김현식이 학전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열 일은 없었다. 학전의 꽃은 아무래도 김광석이다. 민중가요와 서정적 포크송을 불러 가객(歌客)으로 불리는 그는 1991~1995년 라이브 콘서트를 연 학전의 대표 선수였다. 1995년 8월 11일 학전에서 1000회 공연을 열었다.

딱히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것 같지 않은데 심금을 울리는, 어느 콘서트이든 기복 없이 노래를 소화한 김광석. 달변이 아니지만 청중과 그럭저럭 궁합을 이루며 소통하는 재주가 있었다. 물론 청중은 그의 말보다 노래를 더 원했지만. 그 무렵에 "김광석 콘서트 다녀왔어?"라고 한 번쯤은 물을 정도로 젊은이 사이에 그의 인기가 대단했다. 학전의 인기이기도 했다.

김광석이 김현식처럼 요절하지 않았다면, 아마 2000회 공연도 학전에서 열었을 것이다. 그 이상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광석은 1996년 1월에 죽었다. 김광석(1964년생)과 김현식(1958년생)이 32년 언저리를 살았고 굵은 흔적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학전이 15일 개관 33년 만에 문을 닫았다. 김민기가 "죽는 날까지 학전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적이 있었으나, 만성적인 재정난과 그의 위암 진단이 겹치며 지난해 폐관을 결정했고 마침내 이날 폐관했다. 예술인의 못자리를 표방한 김민기의 포부는 33년 세월에 꽤 이룬 듯하다. "김광석 형이 공연하면 내가 나가 티켓도 팔고, 관객들에게 자리도 안내했다"는 황정민을 필두로 김윤석,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 등 '학전 독수리 오형제'와 구원영, 방은진, 이정은, 김무열, 최덕문, 안내상 등 수많은 배우가 학전을 거쳐갔다.

학전을 상징하는 공연은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다. 1994년 초연한 이래 4257회 공연, 누적 관객 73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 뮤지컬의 전설로 기록된 작품이다. 원작자인 독일 극작가 폴커 루드비히는, 한국 현실에 맞게 번안하고 연출한 김민기의 독창성을 인정해 2000년부터 저작권료를 받지 않고 있다. 설경구는 학전에서 포스터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지하철 1호선'에 캐스팅되어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재즈 가수 나윤선도 이 작품에서 데뷔했다.

라이브 콘서트 문화의 발원지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극장 학전블루 앞에서 시민들이 폐관을 하루 앞두고 열리는 '학전, 어게인 콘서트'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학전이 개관한 1991년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요계에 격변을 일으키며 통기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설 자리를 잃을 때로 학전이 그들을 대거 유치하며 라이브 콘서트 문화의 발원지가 됐다. 고 김광석을 비롯해 노영심, 안치환, 노래를 찾는 사람들, 동물원 등 통기타 가수들이 학전 무대에서 관객을 만났다.

학전이 기획·제작한 359개 작품으로 배출된 배우, 연주자, 스태프는 모두 780명이다.

학전의 마지막 공연으로 14일 열린 '학전 어게인 콘서트'는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로 끝맺었다. 김민기의 대표곡 '아침이슬'의 떼창이 학전의 대단원이었다. "각자의 마음으로 간절하게 불렀기에 내(김민기) 손을 떠난 노래"인 '아침이슬'이 '동숭동 1-79번지'를 떠나려 하지 않았다.

"좀 더 열심히, 더 많이 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학전을 기억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김민기가 언론 인터뷰에서 남긴 작별인사이다. 같이 이 시대를 한결같이 살아주어 내가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4년 3월 19일, 화 5:2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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