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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그리스도인과 전통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 교회) = 가계도를 조사해보면서 나는 내가 5대째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대단한 것으로 여겼다. 그리고 좋은 신앙인이 되는 데 그 사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 사실이 권위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5대째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것은 다만 부끄러운 일일 뿐이다. 그 사실에 걸맞은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도, 그 사실에 걸맞은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생각도 다만 나를 넘어지게 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스도인은 자랑할 수 없다. 그리스도 안에서 자랑하라는 것은 단순히 자랑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랑하려는 마음 자체가 잘못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내가 어렸을 때는 부자가 된 사람들이 족보를 사던 시절이었다. 물론 족보가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잦은 전쟁(특히 6·25 후)을 겪으며 그것을 간직한 집안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가짜가 난무하게 되었다. 나는 그 가격이 어마어마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정말 억만금을 주고도 사고 싶은 것이 족보였다. 그런데 족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역사다. 전통이다. 우리는 여기서 역사와 전통이 시공에 얽매인 사람들의 영원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는 탈무드라는 것이 있다. 나는 처음에 탈무드가 한 권의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탈무드는 한 권이 아니라 방을 하나 가득 채울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절기와 관련된 책만도 두꺼운 책 여러 권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거기에 기록되어 있는 상세하고 방대한 기록들을 보면서 이스라엘의 전통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알게 되었다. 더구나

탈무드는 닫힌 책이 아니라 열린 책이다. 탈무드에는 반드시 빈 여백이 있다. 이스라엘 사람은 그 빈 여백을 채우는 사람들이다. 전통에 더해 자신의 경험을 그곳에 채워가는 것이다. 탈무드는 이스라엘의 전통을 기록한 책이 아니라 이스라엘 자체다. 이스라엘의 존재와 더불어 탈무드는 쌓여간다. 그것이 이스라엘을 견인한다. 전통이 얼마나 대단한가도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은 탈무드를 통해 전통을 이어갈 뿐만 아니라 쌓아간다.

여기서 우리는 작금의 가자지구의 사람들을 대량학살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생각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얼마나 대단한 하나님 나라의 전통을 지닌 나라인가. 그런데 그런 나라가 전쟁을 일으키고, 더구나 힘없는 사람들을 유린하다 못해 말살하는 나라가 되었다. 자신들의 대학살을 기억하며 사는 이들이 대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그렇다면 무엇이 평화의 백성이어야 할 이스라엘을 전쟁의 백성으로 만들었는가. 물론 잘못된 성서이해를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그들이 켜켜이 쌓아놓은 전통이 자신들의 전쟁을 유발하고 그것을 정당한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전통이 있고, 그 전통은 그들을 폭력적으로 만들었다. 전통은 그들이 하는 일에 정통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하는 일을 옳게 여기도록 만든다. 나는 이것이 전통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의 유산을 승계하는 역할 이외의 모든 전통의 역할은 힘으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폭력을 유발한다는 것이 내 전통 이해다.

내가 오늘 전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지난 얼마 동안 “이단의 발생과 그 과정”이라는 일련의 주제를 가진 글들을 쓰면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가운데 하나가 “사도”, 혹은 “사도적”이라는 단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도(使徒, apostle, αποστολος)란 보냄을 받은 사람들이란 단어다. 문자적으로는 ‘사절’, ‘전권대사’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사도를 열두 제자를 일컫거나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복음을 전한 몇몇 사람들로 특정해서 사용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예수님으로부터 직접 배우거나 최소한 예수님을 본 사람들로서 복음을 전한 사람들을 사도라고 칭한다.

그런데 정통을 포함하여 이단들로 판정을 받은 교회들 역시 자신들을 사도들의 교회를 계승한 교회, 혹은 사도적 교회임을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모두에게 자신이 올바른 교회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도적 교회, 혹은 사도적 계승을 주장하는 교회들 전체가 잘못된 교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교회는 그것이 어떤 교회이든, 혹은 아무리 복음을 말씀 그대로 실천해도 폭력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정통성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안에서 할 수 없는 자랑을 하는 것이다. 그 자랑은 반드시 교회를 넘어지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넘어진 교회들을 목하 보고 있는 것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이스라엘이 새 이스라엘이며 신약백성인 그리스도인들의 타산지석이 되어야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차별하고, 대학살을 서슴지 않는 이스라엘은 지구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그들은 하나님 백성이 아니라 “로암미”(내 백성이 아니다)다.

“그러므로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누가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람은 넘어진다. 반드시 넘어진다. 넘어지는 것은 이스라엘뿐만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넘어진 것은 그들에게 역사와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아!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다! 너희는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면서, 정의와 자비와 신의와 같은 율법의 더 중요한 요소들은 버렸다. 그것들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했지만, 이것들도 마땅히 행해야 했다. 눈 먼 인도자들아! 너희는 하루살이는 걸러내면서, 낙타는 삼키는구나!"

예수님께서 바리새파 사람들에게 하신 이 말씀을 오늘날 그리스도인들도 들어야 한다.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를 드리는 것은 전통이 된 그들의 신앙양식이다. 바리새파 사람들은 그것으로 자신들을 특별한 사람으로 구분하고 “자기 의”라는 치명적인 영적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위선자”들이 되었다.

정의와 자비와 신의를 생각하지 않는 바리새파 사람들은 하나님 백성이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정의,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서로 사랑하는 형제애를 상실한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백성이 될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은 하루살이는 걸러내면서 낙타를 삼키는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감사한 것 가운데 하나를 내가 다니던 교회를 떠난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 교회에 충성했다. 그야말로 내 모든 열정을 다 바쳐 충성했다. 만일 내가 그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면 나는 덕지덕지 쌓아놓은 내 개인적인 전통에 짓눌려 영적으로 질식했을 것이다.

명심하라. 전통은 자랑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허물어야 할 인간의 자랑이다. 사도적 교회란 없다. 사도적 계승이란 단어는 하나님 나라에 없다.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아직 그것을 붙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하는 일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몸을 내밀면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서 위로부터 부르신 그 부르심의 상을 받으려고, 목표점을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 말씀에서 보듯이 보냄을 받은 자로서 그리스도인에게는 목표점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삶만이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전통을 쌓아 둘 공간과 시간은 없다.
 
 

올려짐: 2024년 3월 18일, 월 5:5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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