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테선 목사(어지니교회) = 돌이켜보면 나의 신앙생활은 정교한 주님의 인도하심이었다. 태어나기 전에 나는 주님께 봉헌된 아이로 태어났다. 물론 우리 어머니의 서언기도였지만 그것은 내 인생의 예고였고, 실제로 내 삶은 주님께 봉헌된 자로서의 삶이었다.

나는 그 삶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 적은 없지만 실제 내 삶은 봉헌된 삶이라기에는 무질서한 삶이었고, 어느 정도 방탕한 삶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흐트러진 삶 가운데에서도 주님은 언제나 나를 보호하시고 내가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나를 이끄셨다. 그래서 나는 제대로 된 타락도 못하면서 방탕한 삶 언저리를 맴돌았다.

그 기간 동안 내 삶이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 기간 동안 성가대 지휘자로 살면서 내 중심에 주님을 모시고 사는 법을 배웠다. 주일은 내 모든 삶의 중심이었고, 그것은 내 모든 삶을 결정하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는 대기업에 취직했다. 그러나 당시 대기업은 주일을 성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나는 매우 이상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고 주일에 예배를 드릴 수 없는 대기업을 버리고 주일을 지킬 수 있는 직업을 찾았다. 그것이 교사였다.

공군본부의 구매담당 장교로 있는 동안 나는 일 년에 한 달, 방위병들을 교육시키는 교관이 되어야 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방위병 훈련을 받는 훈련병(이 시대의 젊은이들인)들의 정신이 얼마나 허약한가를 보고 내 삶의 십 년을 교육에 바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바로 그 마음이 나를 교사가 되게 한 것이다.

교사를 하는 동안 나는 강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에 매진했다. 특히 능력 있는 아이들이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공부를 잘 하고 집도 부자인 아이들을 선발하여 그들을 데리고 한 달에 한 번 고아원을 방문했다. 그 일을 위해 용돈을 절약하여 돈을 모으고, 그것으로 고아원 아이들의 필요한 것을 사거나 먹을 것을 사서 그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고아원 아이들과 사귈 수 있도록 축구시합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 일을 귀하게 생각했고, 진지하게 그 일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대입에 올인하느라 그 일을 지속하지 않았다. 나는 기다렸다. 씨앗을 심어도 그것이 싹이 트고 자라 열매를 맺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했던 대로 십 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나는 교육에 투자했다.

그런 후에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후 목사가 되었다. 유학을 하고 박사 공부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실제로 입학허가서를 받았지만 주님은 그것을 막으셨다. 한국으로 돌아와 의도치 않게 교회를 하게 되었다. 교회를 시작한 직후 아는 권사님과 함께 한 공동체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것이 내 신앙생활의 전환점이 되었고, 오늘날 내가 가고 있는 길의 출발점이 되었다.

내가 꿈꾸던 교회는 이재철 목사님의 주님의교회나 김동호 목사님의 동안교회와 홍정길 목사님의 남서울교회와 이동원 목사님의 지구촌교회와 비슷한 교회였다. 당시 한창 알려지기 시작했던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의 이야기도 내게는 교회를 새롭게 생각하게 할 수 있는 한 방안(특히 세상과 관련하여)이었다. 다른 대부분의 목사들이 가는 길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 내가 공동체를 보고 그곳을 방문하고 그곳의 삶을 살아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특히 유무상통하는 사도행전의 교회를 꿈꾸게 된 내가 어설프게 그것을 시도하려다 결과적으로 그런 교회를 이루지도 못한 채 나만 패가망신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하지만 패가망신이야말로 내가 복음에 눈을 뜨고 공동체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오래도록 지속된 가난은 등불과도 같이 내가 복음을 볼 수 있게 해주었고, 세상의 현실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다. 새롭게 복음을 보게 된 내 눈에 비로소 복음이 공동체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고, 주님은 매우 치밀하게 그리스도교 역사 속에 면면히 이어진 공동체를 발견하게 해주셨다. 특히 아나밥티스트의 발견은 모든 남은 자들의 역사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초석이 되었다. 그렇게 내 공동체를 향한 여정은 주님의 인도하심 속에서 주도면밀하게 이루어졌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은 이런 오랜 기간의 주님의 인도하심과 가르침 가운데 이루어진 결과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통전적으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교회는 채 200년도 못 되어서 감독들이 지배하는 성직제도가 성행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서 생긴 인간이 만든 조직과 종교형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조직과 종교형식은 성령의 능력과 성서의 가르침을 대신하게 되었다. 이것은 그리스도교에서 생명과 평화가 사라지게 된 결정적인 변질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교회는 복음의 요체인 하나님 나라를 모르는 곳이 된 것이다.

200년경에 태어난 카르타고의 키프리안은 교회 최초로 가톨릭교회란 말을 사용하면서 그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사르쳤다. 그는 노바티안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리스도 교회 안에 있지 않은 사람은 그리스도 교인이 아니며 교회 안에는 오직 하나의 감독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콘스탄티누스 출현 이전에 이미 구 가톨릭 교회, 즉 “보편적인 입장”을 천명하면서도 자기를 따르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배척하는 교회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가톨릭 조직은 점차로 모든 교회들보다 우세한 “힘”을 지니게 되었으며 자신들의 교리에 동조하지 않는 모든 교회들을 쉽게 ‘하나뿐인 가톨릭교회의 몸을 자르고, 가톨릭의 통일성에 맞서 대항하는’ 이단들로 정죄하게 되었다.

이렇게 세상적인 요소들이 성서적인 교회의 원리들을 대신하게 되면서 교회는 점차로 영적 능력 대신에 인간의 조직과 지식을 의존하게 되었고, 이에 실망한 신자들은 성령의 충만과 능력을 경험하고자 하는 깊은 열망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또한 그들은 초대 교회의 사도들의 가르침의 교훈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영적인회복과 갱신을 원하게 되었다. 교회를 세우신 성령과 교회의 머리되신 그리스도는 결코 자신의 몸, 자신을 주시기까지 한 몸을 결코 세상에서 아주 소멸되게 하실 수 없으셨다.

이 주님과의 약속, “음부의 권세가 결코 교회를 이기지 못하리라”는 약속에 따라 신약성서의 가르침을 떠난 가톨릭교회의 거짓된 교리에 맞서 주님과 성령의 가르침에 순종하여 교회의 순수성을 보존하려는 진실한 성도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 당시 이러한 가톨릭의 가르침에 반대하여 신약의 가르침에 순종하던 교회 중에는 몬타누스파, 노바티안파, 그리고 도나투스파가 있었다. 이들의 이름은 그들을 이단으로 경멸했던 가톨릭 교회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들이었다.

가톨릭 조직 안에서 개혁을 주도했던 몬타누스파(156년)는 교회를 지도하는 것은 성령의 특권이기 때문에 성령께서 역사하실 자리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과 교회가 감독에 의해 지배 받는 것보다 자원자들로 이루어진 신앙공동체 가운데 기독교의 뚜렷한 증거들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을 끝까지 주장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아프리카의 지도자였던 터툴리아누스였는데 그는 결국 가톨릭교회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나왔고 ”단지 세 사람 뿐이며 그들 모두 평신도라 할지라도 여전히 그것은 하나의 교회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노바티안은 그 당시 침례를 받은 후에 우상을 섬기는 배교자들에 대해서 격한 관점을 취했다가 로마 종교회의(251)로부터 파문을 당한 것으로 인해 그들의 지도자였던 노바티아누스의 이름을 따라 붙여진 명칭이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계시된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고자 했기 때문에 가톨릭교회나 그 교회에서 행해지는 어떠한 의식에도 아무런 가치도 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대가로 어떤 고난도 달게 받았다. 결국 그들의 지도자인 노바티아누스는 순교를 당했으나 그의 추종자들은 늘어만 갔다.

북아프리카에 있던 도나투스파는 노바티안의 가르침의 영향을 받았다. 그들은 가톨릭교회의 성례 자체에 중요성을 두는 것에 반대하여 성례를 행하는 사람의 인격에 중요성을 두었다. 도나투스파 역시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들의 지도자의 이름에 의해 경멸적인 뜻으로 그 명칭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가톨릭 교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뛰어난 인격과 행실로 구별되었다. 그들은 그 당시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많은 수의 독립교회를 형성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할 사실은 교회가 조직화되고 종교 형식화되면서, 그리고 단지 유아세례나 형식적인 침례만으로 그리스도인이 양산되는 형식을 취하면서 신약에서 보여 왔던 교회의 공동체성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교회가 세상에 대해 세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려 교인들을 긁어모으는 집단이 될 때, 성령께서는 더 이상 사랑의 공동체를 통하여 그리스도가 증거 되는 일을 행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이러한 비극적인 현상 가운데서도 신약의 원리에 따라 사도들의 신앙을 따르는 교회들의 순례의 행렬은 계속되었고, 그들의 세속교회와 구별되는 표지는 ‘성령의 공동체’요, 소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였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흐름이 그리스도교 역사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발견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수도원 운동(베네딕투스, 프란치스코)과 중세 평신도 갱신 운동(발데시안[발도의 후예들], 체코형제회[얀 후스의 후예들])을 지나 현대의 평화 전통을 가진 교회(메노나이트, 아미시, 후터라이트, 브루더호프, 퀘이커, 형제회, 세이비어처치와 같은)들로 이어지고 있다.

그것을 발견한 사람은 그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고, 이제 나는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미증유의 강력한 맘몬의 통치 속에서 그 흐름을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주님은 이곳까지 나를 인도하셨고, 이제 작은 자가 된 나를 통해 이 시대에 그 흐름을 이어가실 것이다. 그렇다. 주님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를 인도하셨고, 이제 나는 주님의 일하심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 오늘의 내가 되었습니다. 나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사도들 가운데 어느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제 내 눈에는 이 말을 하며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바울 사도의 모습이 보인다.